그대가 없으면 술잔이나 홀짝거리며,
다가올 졸음들과 피곤함들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도 못가 콧등이 시큰거릴 것을 알고 있다.
절절매며 어두컴컴한 저편 바라보고 홀짝거릴 거란 것도..
ㅡ 2009년 11월 24일, 이른 저녁
그대가 없으면 술잔이나 홀짝거리며,
다가올 졸음들과 피곤함들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도 못가 콧등이 시큰거릴 것을 알고 있다.
절절매며 어두컴컴한 저편 바라보고 홀짝거릴 거란 것도..
ㅡ 2009년 11월 24일, 이른 저녁
부디 걱정마,
혁명은 너 때문에 안 일어날거야.
Please, don’t worry.
The revolution will not happen because of you.
ㅡ 2008년 10월 10일, 이른 새벽
사랑도 화재처럼 순식간에 타오르고,
불운도 화재처럼 느닷없이 덥쳐오겠지.
내 인생도 화재처럼 갑작스럽게 불타 재만 남겠지.
ㅡ 2010년 2월 21일
“쏟아져, 비”
“우르르 쾅쾅 하며 비가 쏟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무언갈 집어 삼킬듯 비가 쏟아지면 네온사인이 현란하고 시끌벅적한 거리는 잠시 입을 다물어, 나는 주머니에 달랑 200원이 든 바지를 벗어 두고 창 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울 텐데.. 나는 3주 전 사다둔 담배를 이 좁은 방구석에서 나의 유일한 도피수단으로 두었는데, 아직 반갑도 채 피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한 비가 쏟아지면 냅다 달려나가 비를 맞으며 웃을 지도 모르겠다.
네댓시간 전 30초도 채 되지 않는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어렵다. 하지만, 열심히 해라.”는 말 한마디만이 기억에 남는다. 몇마디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싱거웠던 그 대화에서 그 말 한마디만이 기억에 남는다. 갑자기 어저께 새봄이가 보여준 전혜린의 글 중에서 “가난하지만 자랑스러워야 한다. 긍지를 지녀야 한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부디 이 말이 내게 도피처가 되지 않길 바란다.
꼭 비가 쏟아졌으면 좋겠다.
어둡고 좁다란 복도는 정적이 늘 나를 대신해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다가올 비바람 속에서도 완곡한 표현법을 구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비가 쏟아지길 희망한다.
– 2010년 12월 10일. 늦은 밤, 나의 외침
쏟아질 것 같은 밤이다.
온 몸이 먹다만 식은 죽처럼
쏟아질 것 같은 밤이다.
어딘가 부서지면 방구석에 쳐박혀 술이라도 진탕 마신채
누구라도 별 다른 이유 없이 원망할 텐데
이 쏟아질 것 같은 밤은
그런 나를 더욱 궁색하게 만든다.
누군가 나를 움켜쥐면 좋겠는데…
누군가 나를 오해해주면 좋겠는데…
나는 이미 쏟아져있었다.
ㅡ 2010년 12월 26일, 늦은 밤
“엉겅퀴”
나는 너의 긍정이고 싶다. 네가 어두워질 때 긍정으로 이끌어주고 싶다. 밝은 인간이 되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러나 나는 나의 끊임없이 부정적인 세계관을 토해낸다.
과연 네게 긍정으로서 남을 수 있을까?
네가 지칠 때 생각만해도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자꾸만 어두워진다.
담배 하나 입에 물자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어느 주머니에서도 담배는 나오지 않고,
입김만 주위를 서성거렸다.
자꾸만..
자꾸만 어두워진다.
주머니를 뒤집었더니 새로 나온 디자인의 10원짜리 동전과
오래된 10원짜리 동전이 뒤섞여 나왔고,
몇일 전에 그 녀석과 마시다 메모해둔 쪽지가 마구 구겨지고 찢겨진 채 나왔다.
꽤나 취하도록 마셔서인지 뭐라고 적어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글자까지 잘 보이지 않으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
‘xxx 반드시 다시 볼 것.’
대체 내가 무엇을 다시 봐야한다고 남긴 것일까.
글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면 조금 덜 했을텐데 앞에 글자가 보이지 않으니
괜히 속이 쓰렸다. 또 쓸데없는 걸 주절거렸겠지라고 생각하고 밀쳐두고 싶은데
내가 내게 전달하려던 그 메세지가 뭐였는지. 다시 속이 쓰렸다.
메모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보니 어느새.
어느새 손톱이 뒤틀린 틈 사이로 피가 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엄마는 내가 손톱 뜯는 버릇을 고치도록 애를 썼다.
그런 엄마의 노력에 부응하지 못하고 나는 스무살이 넘어서도 손톱 뜯는 버릇을 갖고 있다.
지금 메모된 쪽지를 보며 기억을 더듬는 순간에도 말이다.
나는 다시 어두워진다.
너의 긍정으로 남고 싶다.
자꾸만 어두워진다.
침대 위에 누워 가만히 생각을 하고 있다보면 침대 밑으로 빨려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자꾸만 어두워진다. 자꾸만 어두워.
ㅡ 2011년 1월29일
“얼라들도 잘 잉는교?”
벌써부터 많은 방들이 모두 텅텅 비었다.
몇일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어제 밤부터 수차례 속을 개워냈다.
엄마와 어찌 어찌 통화를 하는 내내 엄마는 아직도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했고,
손님이 없어 라디오 들으며 누워 있다 하였는데도 나는 염치 없이 속이 아프다 말했다.
병원 가봐야 의사 진단이 뻔해 약국을 들러 나 혼자 처방하고 이래저래 몇가지들을 사들고 들어왔다.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닌데 괜히 서러운 티좀 내려했는지 손을 부들 부들 떨며 열쇠를 들었다.
약 봉투 속, 병 부대끼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 한숨 몇차례 쉬니 밖에서 또다른 병 부대끼는 소리가 났다.
그러다 “얼라들도 잘 있는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때문에 병 부대끼는 소리는 술병들인 것이 분명해졌다.
내 추론을 기다렸다는 듯이 “요즘 바빠서예”라는 소리가 들렸다.
입구 쪽 코너방 그 사람은 몇일 전부터 술타령이다.
몇일 전엔 그 사람이 화장실에서 구토하는 것을 보았다.
고시원 규칙을 어기고 담배 피우는 것이 짜증나 있었는데, 조금은 이해해주기로 했다.
서럽고, 더러운 상황에 빠져있을 그 사람을 탓하고 싶지 않다.
복도가 고요하다. 축구를 좋아하는 오른쪽 방 사람도 없고, 온라인 게임을 하는 왼쪽 방 사람도 없다.
나는 여기 방을 지키고 책 좀 보고 누워서 음악, 영화 따위를 즐기고 자료를 찾고 있다.
서럽고, 더러워서 죽을 것 같다고 홀로 응석을 부릴 때,
혼자 술 마시지 말고 하나씩 아껴 아껴 피워야지 하고 사다둔 담배 한갑을.
세달만에. 오늘 새벽에 다 피웠다.
그게 내게 긍정적인 효과였는지 혹은 실패한 방법이었는지 지금 되짚지 않겠다.
고요한 복도. 서럽고 더럽더라도 아직은 힘들어하지 마라.
얼라들도 잘 있단다. 얼라들도.
ㅡ 2011년 2월 1일, 저녁
2008년 초여름 종로 길 어귀에 몰린채 전경들에게 두들겨 맞던 때가 생각나 오늘은 잠에 쉽사리 들기 어려운 밤이다.
몸뚱이 하나 가눌 곳 없어서 허약하고, 비겁하게 패배의식에 절망감을 안고 너를 바라본다. 나는 네 절망의 보균자. 정처없이 떠돌고 있지. 화려한 네온사인의 옥외 간판 뒷면에서 웅크려 앉아 끊임없이 술잔을 핥는 이상주의자. 쓸모없는 자괴감의 생산자. 어두워 보이지 않는 비탄의 바다 위에 우두커니 선 네 조력자.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날 미워하고 무서워하지. 걱정하지마, 나는 안 무서운거야. 널 해치지 않을거야. 아파하지마.
ㅡ 2009년 3월 31일, 늦은 밤
2014년 8월 23일 토요일시작: UTC+09 기준 오후 6:30
조광사진관 자립본부
서울시 중구 충무로2가 49-6 정석빌딩 지하1층, 서울
https://www.facebook.com/events/1500101870226000/?ref=29&ref_notif_type=plan_user_invited&source=1
FAST LOUD 응수 본격적 Hardcore Punk
요단강
(https://www.youtube.com/watch?v=7bUXUh9y6G4)
S.A.G.A.L
(https://www.youtube.com/watch?v=YA-SPNaTA9E)
Scumraid
(https://scumraid.bandcamp.com/)
Mixed Blood
(http://mixedblood1.bandcamp.com/)
Yuppie Killer
(http://yuppiekiller.bandcamp.com/)
BANRAN
(http://nihclimax.bandcamp.com/)
Find The Spot
(http://www.youtube.com/watch?v=daEO8do767Q)
조광 사진관 자립본부
Jarip HQ
6:30 오픈 6:30 Open
7:00 시작 7:00 Start
7천원 7,000 Won
‘되도록이면 쓰지 말아야 한다.’
코트 안 쪽에 만원짜리 한 장 쑤셔 넣은 채 거리로 나왔다. 그깟 만원짜리 한 장이라 생각하고 써버렸다간 일주일간 식사시간은 고역이 될 것이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써야 한다는 것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스스로에게 각인시켰다. 최대한 아껴야만 하는 상황에서 교통카드에 3000원 가량이 남아있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지하철 역 쪽으로 걷는 동안에도 최소 환승 경로를 찾기 위해 머리 속으로는 어지러운 지하철 노선도를 떠올렸다. 잠시 쇼윈도 너머로 보인 뉴스에서 이상기후라 떠들었다. 정말 매스꺼운 뉴스가 아닐수가 없다. 매일 같이 지구 어딘가에서는 비가 멈추지 않아 강이 범람해 홍수라고 하는가 하면 또 다른 곳에서는 비가 오지 않아, 식수가 모자라 큰일이라는 보도가 쏟아진다. 물론 오늘의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록적인 한파 덕분에 온 도시가 난리였다. 나와 같은 녀석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하철과 버스가 모든 것을 해결해줌에도 불구하고 빌어먹을 한파니 폭우니 하는 것들 전부 고역이 될 수밖에 없다.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추위에 지하철 역에 들어서면 좀 나아질까 했더니 <고유가 시대, 에너지 낭비를 줄입시다!>라는 뻘건 글씨가 크게 적힌 포스터가 보이면서 역사내의 난방이 꺼져있었다.
“빌어먹을 추워죽겠는데.. 내가 낭비할 에너지가 어디 있다고…”
누구든 들으라는 듯이 혼자 중얼거렸지만, 그 말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코트 안 주머니에 넣어둔 교통카드를 센서 위로 스치며 2120원 밖에 남지 않은 카드 잔액을 보니 더욱 울화가 치밀었지만, 서둘러 지하철 플랫폼에 들어서 신문 가판대 쪽으로 향했다. 온갖 신문들은 서로 무엇이 더 문제인가를 앞다퉈 1면을 장식했다. 정면에 석장이나 연달아 걸린 신문들은 ‘이상기후, 한파로 도시 마비’, ‘기상청, 한파 예보할 수 없었다’, ‘전무후무한 기상재난 대책 미비’ 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얼어 붙은 도심 사진, 무너지는 빙산들과 죽어가는 북극곰의 사진이 온 신문을 도배했다. 아연실색. 어제까지만 해도 모든 신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금융위기 강타, 자동차 판매량 급감’, ‘국산 자동차 내수시장마저 타격 받아..’, ‘자동차 산업 구제할 금융 구제 정책 시급’ 따위의 헤드라인을 내걸며 자동차가 팔려야 경제가 살고, 사람이 산다고 떠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늦은 점심시간 나와 같은 지하철 플랫폼에서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은 지친 표정일 뿐이었다. 마치 ‘Pulp’ 의 ‘ Common people’ 이 어디선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홍대 방향 전철이 도착했다. 아직 퇴근시간이 되지 않아 사람은 적었지만, 앉을 자리는 없었다. 실은 그다지 앉고 싶지도 않았다. 유독 서울의 전철 풍경만이 그러한 느낌이지는 않을 것이다. 허나, 전철 구조상 전혀 모르는 이들과 마주 앉아 바라보고 있으면 비참한 기분이 들어 견딜 수 없다. 졸고 있는 사람, 영어 단어를 외우는 사람, pmp를 보는 사람, 거하게 취한 노인들.. 누구든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헬로 미스터 서울. 너란 녀석은 사람들의 휴식을 몹시도 싫어해.’
몇 분전 2120원이 남았다고 표시된 시뻘건 LED만이 상기 되었다.
ㅡ 2009년 1월 한파가 들이닥치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