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Cupid가 뭐길래

ㅡ 막 되먹은 긴 글 ㅡ

 

x. 몇 달 전에 지루가 Julian Assange 도 가입했다며 알려준 OkCupid 사이트를 보고 있다. 가입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추가 정보를 기입해달라고 스팸이 자꾸 날아온다. 귀찮아서 차단하거나 탈퇴할까 하다가, 어차피 한번 들여다보기로 한 사이트니 둘러보기로 했다. 왜냐면 한국에서는 온라인에서 데이트 상대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법 성매매로 이어지는 것이 절대적인 반면에 유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재미로 혹은 상당히 진지하게 온라인데이트 사이트나 오프라인 신문지면 광고를 통해 서로 만나고, 사랑을 나누기 때문이다. 나도 사실 별로 믿겨지진 않았지만, 진짜로 그렇다 하니.. 섹스 파트너가 생기건 술 친구가 생기건, 아무렴 어때, 일단 해보는 것이다.

 

보다 정확한 데이트 매칭을 위해 사이트에서 질문 대답하는 부분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생각보다 다양한 주제의 질문들을 담고 있다는 것. 공산주의, 권력의 집중 등을 다룬 정치, 철학이나 다중연애, 동성애, 항문섹스나 결박 등의 좋아하는 체위와 가학 혹은 피가학 성향 등을 다루는 연애, 섹스, 동물권리라던가 출산계획 그 연장 선상에 있는 아동학대, 교육 등의 복지제도에 대한 자신의 이상향과 상대의 이상향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다. 심지어 술, 담배부터 시작해 대마나 하드드럭을 어느정도 허용하고 엄격하게 다루는지 마약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질문들이 있었다.
그런데…… 180개쯤 했을 때부터 98퍼센트 완료라더니 260개나 대답했는데도 99.6퍼센트 완료라고 한다. 뭔가 데이트 매칭이 아니라 영어시험 보는 기분. 그래서 더이상 대답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하였다.

 

내 프로필에 기본 정보 이외에는 아무 것도 올려놓은 것이 없었는데, 1주일의 한명 꼴로 사람들이 방문하여 읽었다길래 어떻게 된 것일까 했더니 나 또한 프로필에 추가 정보를 기입하고 10명에게 평점을 주면 더 좋은 매칭을 할 수 있다는 창이 뜬다. 따라서 나도 적당한 드립을 쳐보기로 하였다.

– 내가 잘 하는 것:
첫째, 저녁 8시 이후에 마트 가기(독일은 8시면 모든 마트가 닫는다)
둘째, 치해서 사람들한테 키스하고 안아주기
셋째, 간밤에 얼마나 마셨는지 깨닫기. 왜냐면 나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 에서 왔기 때문에.

– 만약 당신이 ____ 라고 생각한다면 메세지를 주세요:
“나는 매우 평범한 사람이고, 단지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닐 뿐이야!”

 

대충 이정도로 하고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의 프로필을 찬찬히 읽기 시작하였다. 바로 이 것이 내가 원하던 것 아닌가!
스스로 작성한 따끈한 프로필을 읽는 것이다.
맥 빠지는 이야기부터 해볼까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내겐 실망감과 함께 좀 식상하게 느껴진 것은 ‘무엇을 생각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나요?’ 라는 질문에 의외로 섹스라고 대답한 여성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스스로 소개 해놓은 내용들 너무 매력 없어서인지 몰라도 몇 문장에서 호소력 말고, 허세력 짙음을 느꼈다. 캬아… “섹스는 원래 다들 좋아해! 임마, 네가 님포가 아니라면, 이딴거 안 적어도 돼!” 라고 해주고 싶다.

– 편견을 갖고 싶지 않지만 이상하게 자꾸 눈에 들어오는 것:
여성들의 나이가 많을수록 ‘섹시한 패션’ 이나 매력적인 문장에 더욱 신경을 쓰고, 섹스에 대한 언급이 더 디테일하다. 보통의 젊은 여성들이 섹스라는 단어를 쓸 때에는 “섹스 좋아함ㅇㅇ” 정도의 문장인데, 나이가 많을수록 대체로 “파트너의 키스없이 살 수 없음. 포옹 좋아함. 모닝 섹스 후 커피를 사랑함.” 같은 단서를 붙인다. 편견이라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자꾸 눈에 들어와요.

 

그리고 ‘이 여섯가지가 없으면 나는 무기력하다’ 라는 질문에는 꽤 흥미로운 것들이 있었는데 아나키즘, 페미니즘과 같은 정치적 성향을 정확히 명시하는 아름다운 여성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너무 마음에 들어 메세지를 보내고 싶은 충동도 들었지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것 같아 메세지를 보내지 않았다. 만날 인연이면 알아서 다 만나게 된다.) 또한 유럽 여자들에게 은근히 광대뼈 페티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라? 나 광대뼈가…? 북방계 아시안들에게 흔한 광대뼈, 그런데 아시안들은 연애에 있어 굉장히 소극적이기 때문에 안 될거야… 이 글 읽고 희망 갖지 마세요. 여러분은 안 생길거에요. 이 글은 당신을 구원하지 않을거야. 이미 여자친구 있다고? 버림 받을거야. 이미 결혼까지 했다고? 당신 부부의 권태기와 섹스리스의 결말에 대해서 가타부타 하지 않겠소!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시오! 우린 안 될거야…

 

중간에 종종 빵 터졌던 것은 ‘이 여섯가지가 없으면 나는 무기력하다’ 라는 질문의 대답으로 “땅, 불, 바람, 물, 마음, 캡틴 플래닛!” 을 외친 귀여운 여성. 그녀는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를 좋아하는 체인 스모커라고 소개했다.

 

또 달리 흥미로운 것은 이 매칭 사이트가 자신의 프로필은 물론, 나이, 이름, 사진까지 공개하는 상당히 오픈된 사이트임에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오픈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매칭 시스템 매카니즘은 잘 모르지만, 내게 추천된 사람들 상당 수는 바이섹슈얼 여성이고, 페미니스트들이었다. 이렇게 오픈된 데이트 매칭 사이트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하는 것은 한국과 같은 성차별이 만연한 국가에선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 이 글을 끝 맺어야할지 딱히 좋은 생각이 들지 않던 차에 “I’m really good at…. forget punchlines” 라 소개하던 처자의 말을 빌리며 최근 공개된 2014년 국가별 남녀차별지수 통계로 이 글을 잘라야겠다. 다소 선민의식처럼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이번 남녀차별지수는 여성부까지 있는 한국 사회가 어떤가에 대해 단편적으로나마 잘 보여주는 유의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론: 아이고- 의미 없다…
World Economic Forum에서 보기: http://reports.weforum.org/global-gender-gap-report-2014/rankings/

1위, 아이슬란드
2위, 핀란드
3위, 노르웨이
4위, 스웨덴
5위, 덴마크
(빨갱이 사민주의 복지국가 북유럽이 휩쓸었다)
7위, 르완다
8위, 아일랜드
9위, 필리핀
10위, 벨기에
11위, 스위스
12위, 독일

18위, 남아프리카 공화국
19위, 캐나다
20위, 미국
21위, 에콰도르
22위, 불가리아
23위, 슬로베니아
24위, 호주
25위, 몰도바
26위, 영국
27위, 모잠비크
28위, 룩셈부르크
29위, 스페인
30위, 쿠바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상위)
73위, 온두라스
74위, 몽테네그로 (구유고슬라비아연방, 신유고연방에서 독립)
75위, 러시아 연방
76위, 베트남
77위, 세네갈
78위, 도미니카 공화국
79위, 스리랑크
80위, 멕시코

87위, 중국
88위, 우간다
89위, 과테말라
(여러 동남 아시아 국가와 동유럽 몇 국가들은 대부분 이 안에 있다)
103위, 아르메니아
104위, 일본
105위, 몰디브
106위, 모리셔스(마다가스카르 옆 섬국가)
107위, 말레이시아
108위, 캄보디아
109위, 수리남
110위, 부르키나 파소 (아프리카 가나 옆에 있는 국가)
111위, 라이베리아
112위, 네팔
113위, 쿠웨이트
114위, 인도
115위, 아랍 에미리트 연합
116위, 카타르
117위, 한국(남한, 북한은 아예 순위에 없다)
118위, 나이지리아
119위, 잠비아
120위, 부탄
121위, 앙골라

125위, 터키(역시 형제의 나라….)
(이후 142위까지는 대부분 내전을 겪으며 민주주의가 들어서지 않은 국가들이거나 아랍 이슬람권 국가들로 142위에는 예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