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o the scene, 3 – how?

베를린에 살면서 밴드 하자는 제안이 많았는데, 오랫동안 기타를 안 치기도 했고, 지금은 밴드를 할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사실 기타 넥의 너트가 부러졌는데, 수리비가 50유로나 한다고 해서 엄청 우울해서인게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한동안 미뤄왔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한번에 다 이야기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짧게 나눠서 세차례에 걸쳐 쓰겠다. 뭐, 혹 부족한게 있다면 이후에 새로운 글로 보충하겠지.

첫 글은 밴드-diy레이블간 계약, 투어에 대해서
두번째 글은 클럽 대관및 유지, 연습 공간 등
세번째 글은 트레이드, 팬진을 다루고, 부족한 것들을 보충해서 더 쓰겠다.

 

한국의 펑크, 하드코어 밴드들은 일본이나 인도네시아 등지의 밴드들과 달리 외국 레이블이나 팬진들과 접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밴드와 레이블 간의 계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렵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늦게 시작했지만 중국의 펑크, 하드코어 씬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한국보다 크고, 외국 씬의 관심이 높기 때문에 외국의 레이블과 접촉하기는 한국에 비해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름은 밝히기 어렵지만, 유럽에서 blackend crust와 d-beat 밴드 등을 했었고, 잘 나가는 nasum과 wolfbrigade 등과도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친구와 트레이드나 유럽 투어 만드는 것, 앨범 계약하는 것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는 직접적인 숫자들 이야기를 하기까지 했다. 사실 우리는 아니, 혹은 나만 그런지 몰라도 나는 돈계산에 밝지 않고, 돈 이야기 하는게 굉장히 꺼려진다. 물론 그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고, 투어로 유럽을 두루 돌아 본 경험이 있으며, 서로 믿고 의지하는 친구이기도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꾸려나가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스탠다드라고 생각하고 모두를 대하면 곤란할 것 같다. 어디까지나 참조하는 정도로만 생각하자. 그리고 이것은 모든 레이블의 방식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diy 형태로 꾸려지는 레이블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대량생산 방식의 자본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좀처럼 생기지 않으니까.

 

 

케이스 마다 다 다르긴 한데 예를 들면, 보통 diy레이블과 크러스트/그라인드 밴드들은 계약할 때 앨범 수익을 돈으로 환산에서 거래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돈을 부쳐주기 보다는 레이블이 앨범을 찍어 밴드에게 전체의 일부를 주는데, 1000장 lp 찍으면 최소 300장에서 400장 정도는 받아야 괜찮은 거래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다른 조건들이 있다고 하여도 전체 프레스의 최소 20퍼센트 이상은 받아야 한다. 이게 아니라면 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잘 나가는 레이블이라도 이런 규칙을 어기는 일은 흔하지 않다.

물론 조금 다른 경우도 있다. 대형밴드 중에서 ‘Wolfbrigade, 울프브리게이드’ 같은 경우는 유럽에선 자기들이 직접 디스트리뷰션을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단 한곳만을 통해서 정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물론 이 샵은 자기가 직접 실크스크린해서 판매까지 하는 곳이다.
(한국에 알려져있는 ‘Nasum, 나숨’ 이나 ‘Skitsystem, 쉿시스템’, 울프브리게이드는 굉장히 큰 대형 밴드다. 유럽 씬에서는 이들을 락스타라고 한다. 물론 대형밴드가 되었을지라도 이들은 크러스트/그라인드의 태도를 버린 것이 아니므로 단지 상업적인 락페스티발의 참여는 하지 않는다.)

 

좀 더 싸게 파는 레이블이나 밴드들도 있지만, 물가가 싼 베를린 기준으로 볼 때, 보통 12인치 한장은 공연장에서 10~ 12유로에 팔고, 밴드가 친구들에게는 직접 싸게 팔 때는 7~ 8유로 정도에 판다. 때문에 레이블 입장에서 보면 (레이블이 좀 알려져있다는 가정 하에) 약간의 운영비를 벌어가며, 새 앨범을 찍을 돈을 마련하는 정도. 밴드는 음반 팔아서 가끔 맥주 마실 정도의 약간의 용돈을 버는거지 생활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대신 공연을 하고, 투어를 하면 돈을 좀 벌게 된다. diy펑크, 크러스트/그라인드는 직업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울프브리게이드만 보더라도 멤버 모두 직업이 있다. 드러머는 타투이스트. 물론 종종 밴드만으로 사는 것 같은 친구가 있지만, 그런 친구들도 종종 소일을 하거나 국가에서 나오는 보조금을 받으면서 산다. 펑크가 왜 국가의 보조금을 받냐고? 그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자. 이걸 이해 못하고 있다면 펑크에 대해 모든걸 처음부터 설명을 해야하니까.

 

일본 밴드들은 대부분 테입에 배송비 명목으로 각각 2유로 정도 더 붙여서 팔고 있다. 팔리기야 하지만, 테입 하나가 5유로나 하니까, 불만도 아주 없는건 아니다. 물론 테입의 희소성을 감안하더라도 12인치가 10유로인데, 테입 하나가 5유로라면 좀 이상한게 사실. 베를린에서 스쾃이나 하우스 프로젝트의 공연이 2유로에서 5유로 사이, 쾨피에서 열리는 페스티발들에서 십수 개의 공연과 프로그램이 5유로라는걸 감안하면, 불만이 전혀 없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때문에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밴드들에 대해서 생각해본 것이 유럽과 한국의 물가차가 생각보다 크고, 배송비, 환전수수료 등을 제하면 얼마되지도 않을, 정말로 푼돈을 만지게 되는데 동시에 여기서는 비싸게 사기 때문에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 씬의 밴드들 테입들을 파는 것이 내 눈에는 불필요해보였다. 그리고 그 과정이 굉장히 길고 지루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국 밴드들의 테입들을 일단 그냥 뿌리고, 직접 공연을 하러 오는게 더 좋은 일처럼 생각한다. 비행기 삯이 비싸지만, 정말 이 곳 친구들과 뜻이 맞는다면 비행기 삯을 위해 ‘Soli-konzert, 연대공연’ 을 만들어주겠다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Ungdomshuset, 웅돔슈셋’ 과 ‘K-town fest’ 와 친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작년부터 녹음실과 테입 전문 디스트리뷰션을 만들었다. 덴마크는 물론이고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디스트리뷰션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 생각을 이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한국 밴드들의 테입을 유럽 친구들에게 테입을 뿌려줄 수 있냐고. 이 친구는 오리지널 테입 두개 보내주면, 이윤을 남기지 않는 형태로 테입복사비와 재료비 그리고 아주 약간의 수고비 정도로 넓게 배포해줄 수 있다고 했다. 이 아이디어를 아까 그 스웨덴 친구에게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확실히 한국 밴드가 유럽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아무 정보도 없이 막연히 파는 것보다 이런 방식을 통해 뿌리고, 직접 유럽 투어를 도는게 경제적으로나 실제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아이디어다. 하지만, 혹여라도 원하는 한국의 크러스트/그라인드 밴드가 있다면, 이 곳 친구들에게 제안하고 만들어 볼 수 있다. 물론 투어를 하게 되면 내가 프로모션을 하는건 아니고, 이 곳 친구들이 매니징하고 나는 같이 껴서 통역하고, 짐 나르고, 노는 정도랄까.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질문해주시면, 댓글이나 새로운 글에서 더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