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우리가 지금 타임머신을 사용해 2008년 리먼 브라더스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더라도 사람들은 금융위기를 만든 주된 원인과 같은 길을 택하고, 같은 금융위기 겪게 될 것이다. 유리 로뜨만의 ‘문화와 폭발’ 중 그에 딱 일치되는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강조해본다.
“폭발의 국면은 새로운 단계의 시작을 표지한다. 자기자신의 메커니즘이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과정들의 경우에 이는 결절의 국면이 된다. 의식은 마치 폭발 이전 단계들로 역으로 되돌려지듯이, 지나온 모든 과정을 회고적으로 의미화한다. 행위 참여자의 의식을 거쳐 생성된 모델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즉 성찰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유일하게 가능했던 것, 곧 ‘역사적으로 예비된 중심적인 것’으로 선언된다. 당연히 일어나지 않은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며, 모든 우연적인 것에 합법칙적이고 필연적인 성격이 부여된다.”
“폭발의 국면에서 임박한 최후의 심판이나 세계 혁명 따위의 종말론적 사유들, 혹은 그와 유사한 역사적 사실들(그것이 파리에서 발생했는지 페테부르크에서 발생했는지는 관계없다)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사유들이 마침내 지상천국을 불러올 ‘결정적인 최종 투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주목받는 이유는, 민중의 힘에 전대미문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외견상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역사의 평면에 역동성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 국면들을 스스로에게 익숙한 범주를 통해, 즉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역사가는 단지 그것들을 명확히 가리키고,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그것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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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로뜨만의 ‘문화와 폭발’ 에서 앞서 이야기 한 부분을 보다 넓게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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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단편 <일등석 승객> 에 나오는 저명한 기술자(지금껏 살면서 그는 수 많은 다리를 건설했으며, 갖가지 기술을 발명한 바 있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격분한다.
“나는 이제껏 살면서 러시아에 20여 개의 훌륭한 다리를 건설했고, 세 도시에 수도관을 매설했으며, 러시아와 영국, 벨기에에서 일한 바 있소(……) 두 번째로, 나는 내 분야에 관련된 많은 전문 학술서를 남겼소(……) 나는 유기산의 채취 방법을 개발했으며, 따라서 당신들은 모든 외국의 화학 교과서에서 내 이름을 발견할 수 있을거요(……) 이제껏 얘기한 내 업적과 저술로 당신들의 관심을 바라지는 않겠소. 다만 한 가지 말할 것은, 나는 다른 어떤 저명한 자보다 더 많은 걸 행했다는 거요. 그런데 뭡니까? 보시다시피 난 늙었고, 아마도 곧 저세상으로 가게 될 거요. 그런데 난 저쪽 제방에서 자빠져 있는 저 검둥개만큼도 알려져 있지 않단 말이오.”
뒤이어 이 인물은 지방 도시의 재능 없는 여가수인 그의 연인이 명성을 누리며 잡지에 이름이 여러차례 언급되고 있음에 또한 분개한다.
“텅 빈, 변덕스럽고 탐욕스러우며 게다가 멍청한 계집이오.”
주인공은 분통을 터뜨리며 다음과 같은 일화를 이야기한다.
“지금 기억이 났소만, 재건된 다리를 공개하는 성대한 개통식이 있었소 (……) 이제 군중들이 온통 나만 쳐다보겠거니 생각했지. 어디로 몸을 숨기면 좋을까? 그런데 웬걸, 내가 괜한 걱정을 했던 거요.”
주인공은 군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갑자기 군중이 동요하기 시작했소. 수근수근…… 사람들이 미소 짓기 시작하고 어깨는 들썩거렸소(……) 분명히 나를 본거야, 난 생각했소. 어쩌면 좋을까, 그렇지, 거만하게 행동해야지!”
뒤이어 군중의 동요는 그가 그토록 비아냥거렸던 바로 그 여가수의 출현 때문이었음이 밝혀진다.
체호프의 주인공은 군중의 무지와 무교양을 비난하지만 사실 그는 매우 희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왜냐하면 그의 말 상대가 자신도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지극히 저명한 학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화자는 불공평함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체호프가 포착한 현상의 본질은 보다 심오하다. 체호프가 간파한 불공평함은 사회의 피상성과 무교양에만 기인하는 게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심지어 저열한 여가수의 창작조차도 그 본질에서 개인적인 것인 반면에, 훌륭한 기술자의 창작은 기술의 무인칭적 과정 안에서 그저 묻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다리가 무너진다면, (그건 진기한 사건이기 때문에) 아마 기술자의 성이 기억될지도 모른다. 훌륭한 다리의 가치는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다(극히 아름답게 장식된 게 아니라면). 그 기술의 발전은 대체로 예측 가능하며, 이점은 과학 판타지 예술 작품의 성공 사례들이 증명한다. 이런저런 새로운 발견은 그것이 이어지는 발전의 합법칙적 과정에 포함되기 전까지, 아직은 기술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요컨대, 폭발의 국면은 새로운 단계의 시작을 표지한다. 자기자신의 메커니즘이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과정들의 경우에 이는 결절의 국면이 된다. 의식은 마치 폭발 이전 단계들로 역으로 되돌려지듯이, 지나온 모든 과정을 회고적으로 의미화한다. 행위 참여자의 의식을 거쳐 생성된 모델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즉 성찰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유일하게 가능했던 것, 곧 ‘역사적으로 예비된 중심적인 것’으로 선언된다. 당연히 일어나지 않은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며, 모든 우연적인 것에 합법칙적이고 필연적인 성격이 부여된다.
(…중략)
폭발의 국면에서 임박한 최후의 심판이나 세계 혁명 따위의 종말론적 사유들, 혹은 그와 유사한 역사적 사실들(그것이 파리에서 발생했는지 페테부르크에서 발생했는지는 관계없다)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사유들이 마침내 지상천국을 불러올 ‘결정적인 최종 투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주목받는 이유는, 민중의 힘에 전대미문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외견상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역사의 평면에 역동성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 국면들을 스스로에게 익숙한 범주를 통해, 즉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역사가는 단지 그것들을 명확히 가리키고,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그것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