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나는 너의 긍정이고 싶다. 네가 어두워질 때 긍정으로 이끌어주고 싶다. 밝은 인간이 되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러나 나는 나의 끊임없이 부정적인 세계관을 토해낸다.
과연 네게 긍정으로서 남을 수 있을까?
네가 지칠 때 생각만해도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자꾸만 어두워진다.
담배 하나 입에 물자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어느 주머니에서도 담배는 나오지 않고,
입김만 주위를 서성거렸다.
자꾸만..
자꾸만 어두워진다.
주머니를 뒤집었더니 새로 나온 디자인의 10원짜리 동전과
오래된 10원짜리 동전이 뒤섞여 나왔고,
몇일 전에 그 녀석과 마시다 메모해둔 쪽지가 마구 구겨지고 찢겨진 채 나왔다.
꽤나 취하도록 마셔서인지 뭐라고 적어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글자까지 잘 보이지 않으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
‘xxx 반드시 다시 볼 것.’
대체 내가 무엇을 다시 봐야한다고 남긴 것일까.
글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면 조금 덜 했을텐데 앞에 글자가 보이지 않으니
괜히 속이 쓰렸다. 또 쓸데없는 걸 주절거렸겠지라고 생각하고 밀쳐두고 싶은데
내가 내게 전달하려던 그 메세지가 뭐였는지. 다시 속이 쓰렸다.
메모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보니 어느새.
어느새 손톱이 뒤틀린 틈 사이로 피가 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엄마는 내가 손톱 뜯는 버릇을 고치도록 애를 썼다.
그런 엄마의 노력에 부응하지 못하고 나는 스무살이 넘어서도 손톱 뜯는 버릇을 갖고 있다.
지금 메모된 쪽지를 보며 기억을 더듬는 순간에도 말이다.
나는 다시 어두워진다.
너의 긍정으로 남고 싶다.
자꾸만 어두워진다.
침대 위에 누워 가만히 생각을 하고 있다보면 침대 밑으로 빨려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자꾸만 어두워진다. 자꾸만 어두워.
ㅡ 2011년 1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