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 127

영화 <개벽>에서 해월 최시형 역을 맡은 이덕화가 밥상을 걷어차고, 도망하던 것들이 생각난다. 푸른 봄에도, 뜨거운 여름을 지나, 무르 익은 가을 낙옆들, 그리고 새카맣게 눈 덮인 산중을 그토록 뛰어다녔건만, 해월은 끝내 체포되었고, 서울로 압송되어 모두가 지켜 보는 가운데 교수형을 당하였다. 이 끝을 알면서도 도망말고는 할 수 있는 정직함이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함께 도망하자 하였을 때, 고립된 이로 불리우는 불명예도 마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도 당신을 구원하지 않을 것이라 외치기 위해.

가끔은 내가 틀렸길 간절히 바라본다. 정말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해월, 해월. 해월, 나 당신의 길을 바라보고 있소. 언제든 교수형 당하여도 슬피 울지 않으려고.

 

ㅡ 2016년 8월 14일 오후 9시 12분, 스스로의 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