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은씨 댓글을 읽다보니 댓글로 쓰기엔 부족한 것 같아 이렇게 답을 해볼까 합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편가르기 식으로 나의 친구니까, 잘못을 눈감아주고,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 결말은 어떤지 정말 끔찍합니다. 나의 잘못을 용인해주는 친구, 계속해서 잘못되는 나의 실수. 결국 나의 내일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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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정말로 “인터넷에서 분노와 두려움을 터뜨리는 여성들을 모두 한심하고 우매한 존재”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왜 그런 생각이 드는걸까요. 제가 주장하는 바가 틀리기 때문 일까요? 아니면 방향 잃은 분노를 비판했기 때문 일까요. 경은씨는 방향 잃은 분노들에 대해서도 순수한 추모로 보고 있는건 아닐까요. 실제 사건과 관련없이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식의 물타기 주장을 통해 정치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을 선동하고, 관심 받으려는 사람들까지 관용해주고 있는건 아닐까요.
그게 실제로는 페미니즘에 대한 더욱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거고, 페미니즘이 바라는 것이 아닌데도 여성혐오론자들은 페미니즘을 곡해하는 수단으로 사용할거에요. 마치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혜를 바라지도 않았는데, 특혜를 바라고 떼나 쓰고 있는 것처럼 왜곡하는 일베와 같은 극우 커뮤니티들이 세월호의 본말을 왜곡하는 것처럼요.
아시겠지만, 저는 메갤이 더욱 학습하고, 스스로 조직화된 정치운동을 해야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해왔어요. 보다 조직화된 정치운동을 해야한다고 했죠. 하지만, 메갤러들은 도리어 제게 비난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많은 사람들이 또 다시 방향 잃은 분노를 터트리고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극한의 대립항으로 두어 서로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상위로 하거나 여성에게 특혜를 주는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주체라고 주장하는 것임에도 지금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 대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서울 서부에는 남자만 거주하고, 서울 동부에는 여자만 거주하는 것이 옳다라는 식의 주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제가 쓴 글을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한 개인이 일으킨 우발적인 범죄라기보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신분열증자의 살인이고, 그 배경이 압축성장한 국가, 집단주의적 사회가 무너트리는 개인의 자존감 같은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성이나 노인, 어린이, 장애인, 성소수자 등, 약자들이 폭력에 노출되는 일은 뻔한 일이에요. 이 사건이 단순하게 여성이 싫어서 여성만을 향한게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어 저는 더 걱정이 됩니다.
ㅡ 아래는 제가 다른 글에서 썼던 글 일부입니다.
“피해의식과 피해망상, 분노를 절제하지 못한 것이 동기가 된 사건들이 급격히 압축성장 한 나라에서 두드러진다는 것인데, 일본은 80년대, 90년대부터 겪고 있으며, 아직 해결 방법을 못 찾았고, 지금 홍콩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이제 그런 일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존파를 포함할 수 있지만, 빈도 측면에서 2000년 이후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ㅡ 압축성장한 국가들에서 두드러지는 사건, 원인규명이 되지 않고 있음
하지만, 한국은 일본의 개인주의적인 사회와 달리 집단주의적인 사회다. 이 사회가 행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 폭력. 한국의 집단주의 사회가 개인의 자존감을 무너트리고 있다. 자존감을 잃은 사람들이 다른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극단적으로 이번 살인사건처럼 타인을 향한 잘못된 분노를 터트리는 비극이 되고, 또다른 극단으로는 일개 연예인에게 역사적 사실을 몰랐다며, 대마초를 피웠다며, 연애를 숨겼다며, 타인을 배려하지 않았다며, 어떤 도덕적 잣대를 들이내밀고, 질타하고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1년 365일, 집단주의의 광끼, 분노의 카니발. 타인의 잘못을 찾아 광장에 매달고 전시하고, 비난하고 있다. 무엇이 원인이었는지가 아니라 누구의 책임이냐를 강박적으로, 한편으로는 도착증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ㅡ 한국 집단주의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폭력
“저는 개인적으로 의심하는 부분이 국가마다 시기적 차이는 있지만, 왜 압축성장한 국가들에서 최근 30년 간 이런 일들이 두드러지냐거든요. 이 국가들 모두 교육수준이 낮냐하면, 그게 아니라 상당히 높은 국가라는 거에요. 반대로 선진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거든요.
아시겠지만, 정부가 감청하여 피해보고 있다고 호소하는 정신질환자 블로그들도 사실 꽤 많구요. 지하철만도 타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을 하면서 난동을 피우는 일들이 유튜브에 올라오기도 해요. 저는 이게 여성혐오보다 더 무서운 문제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원인 자체를 알 수가 없거든요. 일본도 해결은 커녕 이거 원인도 못 찾고 있으니.. 문제가 더 복잡한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ㅡ 방치된 정신분열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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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야기 드리건데, 압축성장한 국가들에서 두드러지는 극단적인 사건들, 집단주의가 개인의 자존감을 무너트리는 사회. 살인범의 중증 정신분열. 이런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작동하는데 큰 혐의를 두고 있는데, 여성혐오보다는 제 추측이 맞다면, 사건은 이번이 끝이 아닙니다. 여성, 어린이, 노인, 장애인, 외국인, LGBT 등 한국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들을 향한 범죄가 앞으로 수백건의 이런 사건들이 예상된다는거죠. 더욱 심각한 문제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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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모두 잠재적 범죄자”, “한남충은 모두 재기해라”, “한국남자는 멸종이 답이다”와 같은 남자와의 대립항을 의도하는 구호. 그리고 여성들이 지금 겪는 공포. 이것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유는 모두 다 사건수사도 전에 여성혐오에 의한 살인이라고 결론 내려졌기 때문이죠. 지금 공개된 한정적인 정보만 가지고 서구의 판결들을 비교해보면, 대개 이런 일들을 정신분열에 원인을 두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 사건을 벌인 살인범에 대한 심리조차 하지 않고, “이건 다 여성혐오 때문이야!”하고 결론을 내려버렸습니다. 범죄 사실이 확실하더라도 재판과정을 거쳐 범인의 죄를 묻는 것이 일반적인데, 재판과정을 생략하고 범죄재발방지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모두 잠재적 범죄자”라고 모는 것이 지금 일반적인 여론이 되려고 합니다. 작년 메갤에 그런 주장이 등장할 때도 비판을 했지만, 그런 문장들이 또 페이스북에서 보이고, 수 천번 이상의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살인범에 대한 심리조차 하지 않았는데, 모두 다 신경정신학자로 된 마냥 벌써 혐의를 단정짓는 글을 수 만명이, 수 십만명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가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유치원 교사가 어린 아이를 폭행했다고 해서 아이의 문제라거나 여성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정신분열증환자의 동기가 무엇인지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는게 지나친 주문인가요?
여성이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상정함으로서 이익을 얻으려하거나 보호를 받는게 정말 경은씨 마음이라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여성의 위치는 2등시민이 되지만 말입니다. 그런걸 정말 원하신다면, 여성이 동등한 대우를 받길 바라지도 말고, 여성의 권리를 이야기 하지 말아요. 앞으로는 페미니즘을 이야기 하지도 마세요.
하지만, 나는 경은씨가 그런 마음이 아니란걸 압니다. 저는 여기에 있지만, 제 어머니는 사고 당해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혼자 사는 여성이고, 제 동생도 위계질서에 의한 성폭력이나 성추행 사건이 빈번히 겪는 간호사로 일하며, 혼자 살고 있어요. 피해여성의 죽음은 어디서 안타깝게 죽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의 여자친구들이, 그리고 제 가족이, 아니 그 누구더라도,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안전함을 보장 받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은 그걸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목소리를 계속해서 높여야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사건의 원인이 여성혐오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해야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인과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판단을 내리려고 하고 있어요. 만약 우리의 판단이 잘못되어 이 사건이 무한히 반복된다고 하면, 대체 그 때의 희생들은 누가 책임질까요? 저는 그래서 이 사건이 약자를 상대로한 폭력임에는 조금의 의심을 하지도 않으면서도 여성혐오가 원인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야기 합니다.
우리의 분노와 슬픔의 크기가 해결할 수 있는 거리와 비례한다면 좋겠지만, 그건 우리 바람일 뿐이에요. 이 비극이 분노의 카니발로 끝나지 않고, 한국사회가 약자의 희생을 방관하지 않도록 변화하길 원한다면, 이 잔악한 살인의 원인을 하나도 빠짐없이 생각해봐야한다 생각합니다. 고통스러운 사건들이 단순히 전시되는 것만으로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변화의 동기가 주어지고, 함께 사는 공동체라는 인식이 생기길 바라봅니다.
+ 가사 때문에 사랑받는 곡이에요.
ㅡ 경은씨의 답변
답변이 늦었습니다. 오늘 하루 바쁘기도 했고, 사실 내가 건드리기에 너무 복잡하고 심층적인 주제를 건드린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약간의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내 글이 얼마나 우스워보일까를 생각하면서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들지만, 정성어린 민주씨의 답변에 답하기 위해 내 나름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방향을 잃은 분노, 분노를 위한 분노는 페미니즘에 대한 더욱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여성혐오론자들이 페미니즘을 곡해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다. 메갤은 더욱 학습하고 스스로 조직화된 정치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메갤은 남성은 모두 잠재적 가해자, 한국 남자는 멸종이 답이라는 과격한 워딩 등을 통해 남녀의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 미수다의 이도경이 키 180이하는 루저라는 발언을 했다가 개인의 직장까지 그만둘 정도로 공격을 받았고, 식사 후 할인카드를 챙기는 남자는 찌질해보인다는 발언을 한 여자 연예인이 ‘된장녀’가 되어 공격을 받은 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 이후 김치녀 맘충 김여사 보슬아치 등등 여성혐오를 함의한 단어들은 끊임없이 생겨났고 각종 여성혐오 자료들이 조작되어 남성들의 광기어린 분노의 표출 대상이 되었죠.
오늘날 메갈을 비롯한, 인터넷에서 페미니스트를 자칭하는 이들은 왜 그리 공격적이고 남성혐오적인지를 이해하려면 그 이전의 여성혐오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고 어떤 식으로 자행되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여성혐오를 일삼는 남성’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혐오를 멈추기 위한 어떤 합의점을 찾기 위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메갈이 좀 더 정치적이고 조직적이며 온건해보이는 방법으로 운동을 해나간다면 너무나 좋겠죠. 이상적이겠죠.
하지만 민주씨가 걱정하는 것은 메갈의 이 분노가 단지 분노에서 끝나는 것이죠? 대안이 없는 분노, 그 다음이 없는 분노, 단지 “한국남자 다 죽어라”에서 끝나는 분노. 그래서 다시 남성의 분노를 일으키는 그 분노와 혐오의 연쇄현상.
저도 생각은 그래요. 메갈이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남성을 적대시하거나 일반화해서 혐오하지 않고 점잖게 이야기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알아듣고, 변화를 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인터넷에서 된장녀 김치녀를 입에 올리는 이들과 이야기할 때, 아무리 공손하고 점잖게 이야기해도 그네들은 이미 “한국은 여성상위시대이고 한국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에게 기생해서 편하게 살려고 한다”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어요. 내가 아무리 공손해도 그네들에게 난 ‘김치녀’일 뿐이었고, 내게 욕을 퍼부었고 내 부모를 욕했죠. 나는 더이상 세련되게 그들을 설득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엔 저도 “한강 물도 녹았는데 가서 죽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주씨는 그네들을 세련되게 설득하는 방법을 알고 있나요?
“한남충 재기해”라는 말이 너무나 끔찍한 말이고, 폭력적인 말이고, 남성에게 극도의 반항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결코 세련된, 조직된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 말이 심정적으로 이해가 돼요. ‘애미애비 뒤진년’이라느니 ‘허벌보지’같은 욕설을 들은 맥락에서요.
먼저 시작한 남성의 분노도, 이렇게 방향을 잃고 날뛰는 여성의 분노도모두 그 맥락과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앞서 남성의 분노가 지극히 폭력적이고 실제로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해온 것에 비해 지금 여성이 보여주는 분노는 폭력적인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남성의 삶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고 봐요. 오히려 남성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여성의 분노는 예민하고 어리석은 것으로 다시 조롱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왜 앞선 남성의 여성혐오와 그에 대한 반동적 현상으로 등장한 여성의 남성혐오가 같은 결로 다루어지는지. 오히려 후자가 더욱 어리석고 폭력적인 것으로 다루어지는 지가 궁금합니다.
결국엔 이 사회를 바꿀 키는 남성이 가지고 있으니 메갈 입장에선 남성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주 목적인데, 메갈의 방법은 효과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적 갈등만을 부추기고 있다_ 이건데, 그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메갈만이 학습하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남성 스스로는 좀 변화할 수 없을까요?
또한 실재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나 범죄, 혐오보다 메갈의 ‘남성혐오’가 더 큰 사회적 갈등인가요? 왜 민주씨와 민주씨 친구들은 여성에 대한 실재하는 폭력보다 메갈의 ‘남성혐오’를 더 큰 사회적 위험으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까요.
2. 제가 메갈의 모든 면을 지지하는 게 아닙니다. 메갈 안에 분명히, 도를 넘은 이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전에 같은 페미니즘 진영 안에서도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휴머니즘 안에서의 페미니즘을 강조한 한 페미니스트가 공격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있지요. 저도 분명 그네들의 광기어린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네들의 섭섭한 지점을 이해했지만 나중에 그들이 가해자라고 지목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조롱하는 걸 보면서 저도 섬뜩함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5.18이 문제냐고 지금 사람이 죽었는데 5.18이 문제냐고 하는 메갈을 보면 아득해져요. (물론 그 글이 조작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메갈 사칭이거나)
하지만 그 안에서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뭐냐면. 메갈이 워마드 계열과 분리되어 나간 것처럼, 여성의 분노가 심화되는 그 지점에서 분명 문제의식을 느끼고 변화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거에요. 페미니즘의 페자도 관심없던 제가 우에노 치즈코나 록산게이의 책을 사서 보겠죠, 애들을 가르치는 제가 “우리 누구누구는 진짜 사나이라서 이런 걸로 안 삐지지~~”하고 골난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던 걸 다른 방식으로 하게 되고요.
민주씨가 페미니즘에 오랫동안 관심이 있었고 나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메갈이 하는 게 너무 한심해보이고 답답해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답을 모르고 방황하는 건 메갈이나 민주씨나 누구나 똑같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여성혐오가 만연하다는 것을 인정하시잖아요. 여성이 실질적으로 위협과 차별을 받고있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메갈의 방법론을 비판하고 싶다면,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지시켜주고 싶다면 “우리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긴다. 효과적인 설득이 안 된다. 어떻게 어떻게 하자.”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요.
“메갈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페미니즘에 위배된다. 메갈은 위험하다.”라고만 말씀하시잖아요. 근데 그 말은, 그 뉘앙스는, 대안없는 비판이고, 페미니스트이고 싶은 얼치기 페미니스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민주씨가 비판하는 메갈하고 똑같은 모습일지도 몰라요. 사람들은 말하죠. 설득을 하고 싶으면 상대방을 설득하는 법을 탐구해야 한다고. 그건 메갈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닌 것 같아요.
3. 강남역살인사건은 글쎄요. 전 프로파일러도 정신분석학 박사도 아니니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성혐오적 맥락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맥락도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더해 그 사건에 대해 여성이 이토록 분노하는 것은 단편적인 그 사건 하나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 이후에 그 사건을 대하는 많은 남성들의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김치년들이 살인유발자라느니, 흔들고 다니니 먹힌다느니, 피해자는 얼굴이 못생겼을 거라고 그러니 가해자가 성폭행 안 당하고 그냥 죽인 거라느니, 그러게 왜 밤늦게 다니냐느니.. 실제로 포털 사이트 기사에서 이런 댓글을 봤구요.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살인이든 간에 한 정신이상자의 범행이든 간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행이든 간에 중요한 건 민주씨가 말씀하신 대로 이번 한 번에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거겠죠.
만약 여기서 여성이 우리를 향한 차별과 폭력에 침묵한다면, 여전히 ‘김치녀’ ‘된장녀’ ‘맘충’같은 말을 ‘써도 되는’ 사회에 머무른다면, 그 다음 타겟은 다른 약자 즉 성소수자나 노인, 아이들이 범죄의 대상이 될 거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가해자는 남성 뿐이지 않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나 탈북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가해자는 여성과 남성 성별을 떠나 모두이기도 하니까요.
사람들이 사건을 여성혐오범죄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민주씨 마음은 알겠어요. 한 사건이 일어난 데에는 그의 개인사적인 맥락도 사회적인 맥락도 여러가지 이유와 맥락들이 있는데 그것을 섣불리 한 가지 범주의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전문가들 판단에 이 사건이 여성혐오범죄가 아니라 한들 한국사회에 여성혐오가 없다고 말할 순 없잖아요. 그걸 민주씨도 인정하셨구요.
메갈이 이 사건을 ‘여성혐오범죄다’라고 단정짓는 한편 그 사람들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범죄가 아니다’라고 쉽게 단정짓고, 그것을 정신분열자의 소행으로 치부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 사회에 여성혐오가 존재하지 않으며, ‘여성혐오’를 얘기하는 이들을 분탕종자로 취급하고 있어요. 여성들은 그 지점에 대해서도 점점 분노를 더해가고 있다고 봅니다.
4. 마지막으로 여성이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상정함으로써 이익을 얻으려하거나 보호를 받고 싶다고 절대로. 생각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정말 남자친구가 집에 바래다주지 않아도 두려움없이 귀가하고 싶고, 친구를 택시 태워보낸 뒤 꼭 잘 들어갔는지 확인 안하고 싶고, 주차장에서는 주차하자마자 문 잠그고 주변에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내리지 않고 싶어요.
민주씨는 여성이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상정함으로써 어떤 이익과 보호를 받는다고 보세요? 여성전용주차장이나 여성안심택시, 데이트 할 때 여자를 인도 쪽에 걷게 하는 거, 군대 안 가는 거.. 뭐 이런 거요? 남자니까 무거운 거 들어주고, 그런 보호를 받고 싶어서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상정한다고 믿어요?
아아_제발. 그런 이익이나 보호같은 거 하나도 안 바라니까 제발 여자라고 차별받지 않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요.
(무거운 거 들어주는 거 진짜 별 거 아니잖아요. 내가 못드는 무거운 걸 남자가 들어주길 바라면 그 사람은 페미니스트로서의 자격이 없고 그런 게 아니잖아요. 전 기차를 많이 타는데, 할머니들은 대게 유모차같은 것에 무슨 짐을 바리바리 넣어서 다니세요/ 기차타고 오르내릴 때 저는 그걸 항상 들어다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착하다고 어필하려는 게 아니고 성별의 문제를 떠나서 신체가 더 건강하고 힘이 세고 자유로운 사람이 아프고 힘이 약하고 신체가 자유롭지 않은 사람을 돕는 건 제겐 그냥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정말이지, ‘된장녀’ ‘김치녀’ ‘여자는 회와 같아서 싱싱할 때 쳐야 제맛인데 그게 삭으면 또 홍어회가 되서 맛잇기도 하고 남으면 매운탕 끓여먹어도 된다’ 이런농담하면 남여 불문하고 성차별주의자 취급받고 무식하다고 욕먹고 그런 사회가 오면. 취업할 때 남자친구 있는지 결혼계획 있는지 결혼했으면 아이계획 있는지 그딴 거 안 물어보는 사회가 오면. 남자는 3년 하면 대리, 여자는 5년 하면 겨우 계장 요런 승진 체계를 갖고 있는 회사가 없어지면. 여자에게만 유독 엄격한 외모잣대가 드리워지는 현실이 개선되면. 그걸 문제시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이 되면.
그러면 저도 진짜 군대도 가고싶어요. 모든 것이 평등해졌는데 의무도 평등하게 안 질 이유가 없어요.
5. .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아이를 폭행한다고 해서 그것을 여성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고 하셨죠?
지난 세월 여성도 사흘에 한 번씩 남자친구나 남편에 의해 여성이 살해당하고, 남성에 의해 성폭행 사건이 그렇게 많이 발생해도 그걸 ‘남성’의 문제로 치환해서 보지는 않았어요. 미친놈, 또라이의 소행으로 생각했죠.
이번 강남역살인사건에 이르러서, 이제 여자들은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지금까지 여성이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살해당하고, 맞고, 헤어지자 했다는 이유로 염산테러를 당하고, ‘안전이별하시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나돌고, 여성을 상대로 한 성추행과 성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은단지 남성 개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의 불평등한 젠더관계와 폭력적인 남성성, 여성혐오와 맞닿아있다는 것을요.
그것을 강하게 어필하려고 하다보니 “남성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 “살녀주세요 살아남았다”이런 문구가 등장한 것 같은데.
그것이 주는 반감이나 긴장감, 거부감, 그것이 유발하는 갈등보다 더 심각하고 더 위협적인 갈등이 여성 앞에 존재해요.
남성이 왜 여성을 혐오하는 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연구와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표창원 교수도 이에 대한 견해를 내놓은 적이 있고, 신문 기사에서도 여러가지 사설을 내놓았습니다. (주로 경쟁사회에서 도태된, 남성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에 있는 이들이 자기의 열등감이나 불안감을 여성 탓으로 돌려 위안받고자 한다는 분석을 많이 봤는데. 취업이나 경제적 갈등은 남성만 겪는 것도 아닌데, 왜 유독 남성만 여성을 때리거나 위협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토록 분노하는 여성들에 대해서, 왜 여성이 이토록 분노하는 지에 대해서는 분석을 하지 않네요. 그저 “메갈과 일베는 동급이다”라고 할 뿐. 저는 그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서럽기도 하고요.
참 길이 글죠. 미안해요ㅠㅠ 그냥 이야기하듯이 쭉 써내려갔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건드릴 깜냥이 아닌 걸 건드린 기분입니다.
하지만 나는 비겁하게 상대방 의견을 듣지 않고 상대방을 무조건적으로 비하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해요.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메갈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각자 얼마나 똑똑하게, 세련되게, 지혜롭게 자기 자리에서 페미니즘을 위해 애쓰는 지는 모르겠어요. 오늘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현장에 포스트잇을 쓰고 꽃을 놓는 사람들에게 “너네 싸우자는 거지?”라고 얘기하는, 메갈보다 현명하고 지혜롭고 똑똑한, 진정한 페미니스트들은 이 나라의 여성혐오를 멈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계시겠지요?
하지만 나는 메갈의 모든 방법론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광기어린 폭력성을 우려하면서도 그들을 계속 지지하려 합니다. (어쨌든 대한민국에 이렇게 여성혐오가 문제시된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오늘 강남역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꽃을 놓는 이들을 따듯하게 바라보려 합니다.
여성 뿐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사회적 약자들, 성소수자나 탈북자 외국인노동자 장애인 등이 이러한 류의 범죄의 피해자가 될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제 나름의 다짐은 여성 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약자가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그네들과 함께 싸우겠다는 거, 그들 편에 서고,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건데.
일단 오늘은 여성이 죽었고 여성이 아가리를 벌리고 덤벼드는 위협 앞에 직면해있으므로 전 여기 있겠어요.
모두에게 따듯한 밤이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