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한나에 대한 다큐를 보면서 상기되는 사람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공주 페미니스트’들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저항하려면, 보호받아야만 하는 예쁜 공주, 하우스 와이프 같은 여성이 되길 스스로 거부해야한다. 그렇지 않고서 그 같은 편견들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학교가 가기 싫어 가출하는 10대만도 못하기 때문에 별로 들어줄 가치조차 없다.
하위문화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거야 얼마든 이해할 수 있지만, 서구의 페미니즘과 아시아의 페미니즘은 다르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애들은 정신차리라고 사력을 다해 따귀 한대를 때려주고 싶다. 그러는 동시에 김치남/백인남성 프레임으로 백인남성의 구원을 기다리는 것은 실제로 구원받을 수 없는 일 일뿐만 아니라 삼호쥬얼리호를 납치, 석해균 선장에게 총격을 가해 무기징역과 13~ 15년의 징역을 판결 받은 해적들이 한국 귀화를 희망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만약 아랍 여성들이 한국의 여성인권만으로도 만족한다며, 한국 귀화, 혹은 난민신청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백인남성의 구원을 기다리는 한국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페미니즘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한국에서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의 한국남자를 김치남으로 규정하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김치남/백인남성의 프레임으로 백인남성의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을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2등시민으로 규정받길 거부하고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2등시민으로 규정하는 것이며, ‘페미니스트 남성을 만나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즘과 관련 없을 뿐더러 오히려 반여성주의로 악용될 수까지 있다.
이렇게 친절하게 이야기 해줘도 이해가 안된다는 년/놈들은 당신들이 구원을 바라는 서구남성-페미니스트들에게 “김치남이 이래서 저래서 백인남성과만 교제하고 싶다”면서 동시에 “내가 페미니스트다”라고 주장해보라 권하고 싶다. 제정신 박힌 사람이 이따위 주장을 할리가 없겠지만, 백인남성에게 구원을 구하는 행동이 지금의 주장과 하등 다를게 하나 없다.
+ 흥미로운 사실은 캐서린 한나와 비스티 보이스의 아담 호로비츠가 결혼한 사이며, 아담은 종종 공식 석상에서 한나가 하는 라이엇 걸 무브먼트를 언급한다는 것이다. 아담의 비스티 보이스가 어떤 그룹인지, 캐서린의 비키니 킬, 줄리 루인, 르 티거가 어떤 그룹인지 안다면, 문화운동이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힘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알 수 밖에 없다. 이걸 모르는, 혹은 무시하는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정치의 중요성’, ‘사랑과 평화’ 따위에 대해서는 나는 조금도 신뢰할 수 없다.
++ 90년대 초반 비키니 킬과 비스티 보이스는 언더그라운드를 강타한 마이너들의 외침이었다. 그리고 2000년대가 들어서면서 이들은 더이상 마이너가 아니라 한 시대의 가치로 자리 잡고, 다른 문화와 사상, 사고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