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교통공사(BVG)의 커머셜 광고

 

베를린 교통공사(BVG)의 커머셜 광고.

한국의 친구들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말타는 장면만 빼놓고, 모두 베를린 지하철에서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일들이다. 한국 공공기관들의 문화정책이 후지다느니 뭐니 하는데, 베를린을 예로 들 것 같으면, 공공기관보다 굉장한 시민들이 있다.

훌리건들이 하도 극성을 부리니, 베를린 시는 전철내 흡연, 금연, 취식 금지법을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퇴근 길에 맥주 하나에 피로를 달래며, 주말에는 왁자지껄 샴페인을, 맥주를, 와인을, 독주 섞인 싸구려 음료를 들고, 처음 보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방긋 웃는다. 평일 아침에도 불구하고 밤새 질펀하게 놀다 약에, 술에 흠뻑 젖은 얼굴로 집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하다” 라는 말을 남긴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전 시장도 헤도니스트의 성지라 불리우는 베르그하인을 찾던 파티피플, 게이이다. 또한 가끔 난데없는 지하철 노동자의 파업이나 잦은 고장으로 인한 운전중지의 불편에도 역무원들에게 고함치거나 불평하지 않고, 다른 대체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있다. 내가 들은 비밀스런 소식에 의하면 1월 초에는 베를린의 젊은이들이 난데 없이 하의를 벗고, 지하철을 탈 계획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물론 밝은 모습만 있는 것들이 아니다. 지하철에는 매일 같은 곡을 부르는 가난한 젊은이들이 있고, 지하철 역사에는 코가 시큰거릴 정도의 대마 냄새와 오줌지린내를 풍기는 노숙자, 지나치게 취해 위태로워 보이는 사람들, 사지가 멀쩡하고 나라에서 생활보조금을 받는데도 구걸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처없이 떠도는 집시들이 있다. 또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으려고 티켓을 사지 않거나, 복제하다 걸려서 벌금신세, 경찰에게까지 불려가는 처량한 신세들이 있다.

우리 모두가 알지만 좀처럼 말하지 않는 삶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 아니라 때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겹기까지 하다.

공공 선, 상호부조.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것. 위험에 놓인 사람들을 보고 인상을 찡그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 그런 가치가 베를린이나 서울에도, 또 다른 도시에도 발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낙원 꿈꾸기를 끝내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