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갤저장소의 역사적 오류, 그리고 전쟁과 페미니즘

 

메르스 갤러리가 스스로 학습하고 조직해야한다고 이야기 했던 이유가 여기 또 있다.

 

 

문제의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글: 링크

EBS 이다지 강사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

Posted by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on 2015년 10월 12일 월요일

 

이 강사의 내용은 조금도 헛소리 아니다. 굉장히 역사적인 사실이고, 현재에도 페미니스트들이 여성권리를 위해 포기하지 않는 내용이다. 이것은 군수산업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 또한 아니다. 당신이 만약 유럽 페미니스트 친구가 있고, 세계 페미니즘 투쟁사, 아니 그 중 유럽 페미니즘 투쟁에 대한 관련 역사사실부터 찾아본다면 저 강사를 비난할 수 없다. 내가 거주하는 독일에서는 여성이 먼저 자원입대하고, 육체노동으로 하는 산업분야에 진출해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요구한게 사실이다. 한번 확인 해보지도 않고, 유럽에서 혹은 서구에서 굉장히 차별적인 발언으로 간주되고 문제 될거라고? 지금 역사 책 안 들여다보고 사실 왜곡하는게 메갤의 이 포스팅인데. 페미니즘 역사 깡그리 무시하고, 여성은 보호 받을 권리만 있다고 외치면, 누가 한국의 페미니즘을 지원할까?

 

당신이 만약 반전주의자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지원하며, 남성들의 강제징병에 의한 병역복무를 반대한다면, 여성들이 입대하지 않고도 권리를 보장 받아야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들의 강제징병은 찬성하거나 방관하면서도 여성들은 병역복무할 수 없다는 것은 논리적 오류이다.
반전뿐만 아니라 노동의 영역에서도 직업의 귀천없이 독일의 여성들처럼 굴뚝청소부, 배관공, 전기공 등이 되길 거부하질 않거나, 오히려 권리를 주장했다면 모를까 생물학적 차이가 아닌 이유에서 권리가 아니라 특권을 보장 받고자 하는 것은 페미니즘에 역행하는 논리적 오류이다. 참고로 여성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육체적 차이가 아닌 이상, 유럽의 여성들은 남성들과 똑같이 육체적 노동을 한다.
* 참고로 나는 겨울 난로에 땔, 우드블럭 10톤을 지하에 넣을 때, 여자친구들에게 들어가서 쉬라고 했다가 여성을 약자화 시키지 말라며 오히려 여자친구들에게 핀잔을 들었다. 가장 화냈던 친구는 키가 160도 안 되는 작은 체구임에도 늘 항상 스스로 동기부여를 잘하며,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는 친구이다.

 

+ 추가: 문제의 짤방에서 경계해야하는 것은 ‘여성이 지금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어 권리를 누리지 못 하는 것’과 같이 곡해되어 여성혐오 논리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를 올바로 잡아야 한다. 여성이 군대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실 전투비효율로 하여금 여성을 차별하는 한국 남성과 국방부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영화 <리버타리아스, Libertarias>, 1996의 한 장면.
“왜 우리들이 싸우길 원하는가!”

해당 영화의 한글 위키페이지나 한국 웹에서 소개된 바 없는 점이 아쉽지만 해당 위키(https://en.wikipedia.org/wiki/Libertarias)를 보면, 스페인 내전은 아나키스트들만의 투쟁이 아니었고, 군사파시즘에 저항하고, 여성권리를 위한 것이었다. 또한 3만명이 넘는 여성노동자 그룹, ‘자유여성’이 이 전쟁, 혹은 투쟁에 전면적으로 참전, 혹은 참여하였다.

 

더군다나 스페인 내전 역사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저 강사를 비난할 수 없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남성 아나키스트들은 “신체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여성 아나키스트들을 후방에 배치하자”고 하자, 여성 아나키스트들이 자신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파시스트 프랑코군과 싸우기 위해 전장에 나섰는데, 겁장이 남성 아나키스트들은 자지를 떼고 후방에 가라”고 외친다. 그리고 이 여성 아나키스트들은 모두의 권리를 위해 함께 최전선에서 같이 싸우다 전사한다.

 

당신이 만약 반전주의자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지원하며, 남성들의 강제징병에 의한 병역복무를 반대한다면, 여성들이 입대하지 않고도 권리를 보장 받아야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들의 강제징병은 찬성하거나 방관하면서도 여성들은 병역복무할 수 없다는 것은 논리적 오류이다.

 

한국의 징병제는 널리 알려진대로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성은 의무에서는 자유로워지고, 권리만을 요구하며, 특정 성만이 어떤 의무를 책임질 수 는 없다. 기본적으로 그러한 주장은 권리에 대한 요구가 아니라 특권이기 때문이다.

 

1871년부터 ‘자유, 박애, 평등’을 내걸고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의 프랑스 제 3공화국, 그리고 프랑스의 페미니스트들 대부분은 반전주의자가 아니었고, 참전을 기피하기는 커녕 남성들과 함께 참전하며, 동등한 권리를 외쳤다. 이로인해 1919년 여성의 참정권이 의회를 처음으로 통과하지만, 실제 여성권리 향상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고, 2차대전이 끝나가면서 여성의 권리가 향상되기 시작했다.

 

독일의 경우 전쟁에서 패전하면서 안타깝게도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이 다시 명확히 되는 불운한 시기를 맞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여성도 남성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한 독일 패전 직후 세대들은 60년대에 드러서며,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학생운동과 함께 모멘텀을 회복했다. 70년대 들어서는 낙태합법화, 피임 등을 주장하며 페미니스트들의 테러조직을 결성하기도 했으며, 80년대는 독일의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문화 태동기와 80년대 디스코 씬의 LGBT들과 함께 연대를 했다. 그리고 90년초 통독 이후 독일은 동성혼을 사실상 합법화 시키며 여성의 권리는 물론, 성소수자들의 권리까지를 법적으로 보장했다. 특히나 80년대 독일의 페미니스트들은 당시 체르노빌 사고 이후, 더욱 격렬해진 유럽의 녹색운동과 만나 연대 투쟁을 했다. 유럽의 페미니스트들은 계속 투쟁해왔으며, 또한 노동자, 환경, 교육 등 다양한 이슈에 연대투쟁 해왔다. 30~ 40년 전, 점거운동이 격렬히 일어났던 함부르크의 하펜슈트라쎄에는 독일의 좌파운동조직인 안티파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바로 같은 동네에 함부르크의 명물인 성매매촌이 있으며, 독일의 좌파와 페미니스트, 성노동자들은 서로의 권리를 위해 연대하는 관계이다. 참고로 함부르크는 중산층 좌파의 도시로서 항구도시로서의 무역 이외에도 섹스관광이 도시의 주요 산업이기도 하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숱한 전쟁들과 함께 어떻게 페미니즘이 성장했는지를 보면, 거의 모두 좌파-노동운동과 전쟁에 남녀가 함께 참전하면서 성장했다. 이에 대한 책과 논문들은 너무 많아서 구글링을 살짝만 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이 것이 1세대 페미니즘 운동과 결을 같이하고 있으며, 또한 68혁명 이후를 기점으로 유럽에서 오늘날 민주사회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국가의 모습과 함께 여성참정권, 여성인권이 향상 되었다. 이것이 2세대 페미니즘 운동이다. 마지막으로 3세대 페미니즘 운동이 80년부터 시작되어 아나키즘 같은 급진사상과 펑크와 코믹, 비상업영화 등의 하위문화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3세대 페미니즘 운동이 퍼져나갔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3세대 페미니즘 운동으로서, 주디스 버틀러와 같은 페미니즘, 퀴어, 성담론 학자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요즘 메갤에서 뿌려지는 이상한 것들을 보면 누가 대체 페미니즘 역사를 뒤트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오히려 페미니즘을 뒤집고, “여성은 약하다”라며 젠더롤을 하면서 어떻게 여권신장을 할 수 있을까? 지금 한국에 국외 페미니스트 단체들과 연결되어 대화를 나누며 연대를 하는 곳이 있긴 한지 궁금하다. 이러니까 국제연대 투쟁에서 한국은 맨날 바보 취급 받는 것 같기도 한 좌괴감 마저든다. 평소 여성운동, 좌파운동하신다는 분들이 어떻게 기본적인 투쟁사마저도 왜곡해서 읽고, 오히려 투쟁사를 거꾸로 돌리는 일을 한단 말인가? 이들의 반지성주의나 패거리주의, 소영웅주의에 질려버릴 것 같다.

 

링크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아나키스트들을 다룬 영화 리버타리아스다. 간단한 영어자막이 있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씬이다. 여성 아나키스트들이 여성의 권리를 제약하지 말라며 남성 아나키스트들에게 큰 소리를 높였던 그것 말이다.

 

한국에서 자칭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사람들 유럽와서 페미니즘 운동하는 활동가들이랑 만나서 조금만이라도 대화해보면 다 멘붕빠지고 아무 말도 못 할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안타까운 마음과 별개로 익명이니까, 책임의 주체가 없다는 식의 말 돌리기는 일베랑 메갤을 같은 급으로 만드는 것 뿐이다. 스스로 학습하고, 조직화해서 여성인권에 대해 소리 높여야 연대도 강화될 것인데, 본인들도 이해는 커녕, 이미 활자화된 페미니즘 투쟁 기본이론 마저도 이해 못하고 ‘보호만 하면’ 여성권리가 신장 될거라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 이젠 메갤 정 떨어지는게 아니라, 이들 때문에 여성권리가 제약 받을까 화가 나는 마음을 짧게나마 적어보았다.

 

“나는 진실되니 아무 말 말고, 믿고, 지지 해달라”는 식의 ‘감정에 호소하는 아마츄어리즘’은 체제가 휘두르는 폭력과 다를 바 없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에게도 진실된 동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가려내는 것은 언제나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이 갈등이 어디서 시작되는 지를 바라보고 이야기 해야한다.

 

지금 매겔에게 우리 모두의 평등과 권리를 위해 스스로 학습하고, 조직하자고 하는 것이 왜 어려운 일이고 금기가 되어야 하는 일일까. 모두가 평등과 권리를 보장 받아야한다며, 페미니즘에 연대하려는 이들의 손을 내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다시 한번 말하건데, 본인은 페미니스트이며, “아몰랑~”이라던가 ‘김치녀’ 같은 단어로 여성을 혐오로서 조롱하는 멍청이들에 조금도 동의 하지 않는다. 어디 숨어서 여성혐오를 흩뿌리며, 서구세계를 동경 하는데, 그와 같은 여성혐오는 서구세계에서 그나마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

+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한 글이지, 여성혐오에 동의하는 글이 아닙니다. 해당 포스팅에서 여성을 혐오하고, 비하하는 댓글들이 보이는데, 그런 여성혐오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dx3 페이지는 페미니즘에 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