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읽은 두 글로 하여금 앞으로 메갤과 디스라이크는 구독 대상에서 뒤로 밀쳐지게 될 것이다. 두 매체?! 모두 결과가 뻔히 보이는, 지금까지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진부한 이야기를 반복하기 때문인 요인이 가장 크다.
1. 링크된 메갤의 ‘페미니스트 남자를 만나는 방법‘
– 읽으면서 본인이 글에 완전히 부합될 때마다 메갤이 더욱 역겨웠다. 일전에 손이상이 ‘메갤은 걸펑크’라는 포스팅을 하였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메갤의 등장을 반겼는데, 이후의 메갤 행동들을 보면서 조금도 걸펑크, 라이엇걸 등은 물론이고, 페미니즘 운동으로서의 꿈도 꾸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일베가 여성이 혐오 대상이 될만한 사례를 수집하고 낄낄대고 여성을 증오하는 것을 미러링해, 메갤은 남성이 혐오 대상이 될만한 사례를 수집하고 낄낄대고 남성을 증오할 뿐이다. 서로를 증오하다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다른 배경을 가진.. 배다른 형제, 자매라고 해야할까.
내가 계속해서 여성이 피해자, 약자 프레임으로 들어가면 안된다고 하였던 이유 중 일부가 여기에 있다. 아무튼 메갤에 몆몇 페미니스트가 있을지 모르지만, 메갤의 행동은 페미니즘과 전혀 상관없다.
또한 본 글쓴이가 정말 페미니스트 남성만을 만나기 위해 페미니스트 남성을 일반화 시키고, 유형화해 도구로 다룬지를 생각해보면, 글쓴이가 정말 페미니스트인지도 의심이 든다. 이 글의 내용은 마치 10대 소녀 잡지에 나오는 전형적인 남성에 대한 판타지, 혹은 젠더롤과 다를 것이 무엇일까 싶다. 혹여라도 반박을 하고 싶다면, 왜 저 글이 성평등을 요구하는 페미니스트의 주장이어야하는지 설명을 해달라. 저 글쓴이가 자신이 한국의 스탠다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을 굳히고 있을걸 생각하니 정말 머리 끝까지 화가 난다.
만약 이 글이 여성혐오자들을 비꼬기 위해서 작성되었다 하더라도 여성혐오를 풍자하는 부분이 분명히 드러나야 함에도 여성혐오를 풍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페미니스트 남성(심지어 자신들이 롤을 쥐여준)을 유형화, 혹은 분류해내 교제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명료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 10월 9일 추가: 이 글은 마치 ‘흑인을 차별하지 않는 착한 백인을 만나는 방법’과 같은 글과 다를바 없어 무척 화가 났다.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비참한 상황에 대한 풍자나 조롱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이 글은 진심으로 ‘흑인을 차별하지 않는 착한 백인을 만나는 방법’과 다를 바가 없다. 글을 읽으면서 그들의 조건에 부합하면서 더더욱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글쓴이가 비열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풍자가 아닌 이상, 이 글의 구조는 젠더롤의 또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는 무어라 변명할텐가? 우리는 “우리는 단지 가련한 피해자이기 때문이에요.”라고 스스로를 약자화 시킬텐가? 페미니스트 남성의 보호를 받고 싶어하는 여성으로? 아마 글쓴이는 스스로를 기특하고 대견하게 여기고 있겠지. 이 글이 페미니즘이 가려는 길을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2. 디스라이크, 이진호씨의 글 ‘‘군대폭력’ ‘발 끝’에서 쭈뼛 선 ‘머리 끝’까지‘
– 진호씨는 이 글을 스스로 소개하면서 “첫번째로 기본적인 대우도 받지 못하는 병사들의 처우개선을 주장할 계획이고, 둘째로 솔직히 제대로 갔다오지도 않은 새끼들이, 혹은 안가려고 발악한 것들이 쌉쳐대는 꼬라지에 꽤나 큰 엿같음을 풀고 있었었음’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은 짧게 정리된다.
병사들의 처우개선이라면, 당연히 숙고 되어야 하는 문제이나 결국 글 내용에서 자신의 병영생활이 이야기 되는, 한국 남성들의 술자리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자신의 병영생활기’가 나열 되었고, ‘어떻게’라는 내용이 결여된채 ‘국방부의 개혁’ 이야기가 나왔다. 이 이야기는 군대 내 폭력사건만 터지면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국방부가 하는 이야기와 꼭 같다. 개혁 디테일을 짜기에 앞서 ‘어떻게’라는 구조적 내용이 전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일본인들은 한국의 징병제도를 노동착취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진호씨의 두번째 이유는 모든 디스라이크의 관점, 적어도 군문제에 대한 디스라이크의 신뢰를 떨어트렸다. 결국 군문제는 현실의 문제, 존엄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여러 매체와 인터넷 공론장에서 다뤄진 감정싸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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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매체의 글들을 계속 읽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두 글을 통해 더이상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읽기를 그만둘 생각은 아니다. 소설 또한,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구조를 갖추고 있듯 모든 이의 서사가 결말에 이르러 마지막장을 만들 때까지는 책을 덮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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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과로 탓에 계속 빈혈증세, 비강출혈이 반복되고, 심지어 실신 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오히려 쓰고 싶은 글이 억지로 옷을 밀어넣은 여행가방만큼 많다. 그런데 랩탑이 아직도 수리중이니, 머리를 식히면서 뒤로 미루는 수 밖에.
책상 위 한가득 메모만 수북히 쌓여간다.
ㅡ 이 글은 2015년 9월 4일에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