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기사링크: [김성윤의 맛 세상] 韓食은 건강식이어야만 할까

 

베를린서 유럽 사람들을 상대로 그냥 단지 좋아서, 혹은 케이터링이나 부페 등을 통해 고급 한식을 요리를 하기도 하고, 키친 클래스를 가끔 하고 있으며, 완전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저렴하게 정기적으로 한식을 요리하기 때문에 흥미로운 기사이며, 또 납득하기 어려운 기사. 적어도 한식이 건강식이라고 밀어 붙이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식이 ‘상대적으로’ 건강에 나쁘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데에도 공감하기 어렵다.

일단 유럽에서도 쌀밥을 먹긴하지만, 유럽에서의 쌀밥은 사이드디쉬 개념. 다들 잘 알다시피 독일의 경우는 감자가 주식이고, 감자 두개 칼로리면 쌀밥 한공기 칼로리랑 같기 때문에 쌀밥 한공기 칼로리가 어떠느니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냥 사이드디쉬로 건조하게 먹던 것을 보다 질게, 많은 양을 먹어야 하니 독일인들이 낯설어할 뿐이다. 이게 아니라면 일식집 가서 야끼니꾸 정식이나 규동 먹는 서구인들은 대체 뭐라고 설명할텐가?
아무튼 독일은 감자 음식이 많은데, 짭쪼름한 슬라이스 프라잉이거나 그냥 찐감자, 찐감자를 으깨 소스를 올려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무리 없어도 소금이라도 뿌린다. 게다가 주메뉴는 주로 고기인데, 한국 사람이 밥한공기 먹을 때, 여기서는 고기를 한공기 먹는다. (독일에서 소고기 값이 한국 에서 돼지고기 값보다 훨씬 싸다)
그리고 수시로 식사에 빵을 곁들이고, 종종은 아침에, 그리고 점심식사에도 맥주 한잔 곁들이기도 할 정도. 맥주가 아니더라도 못해도 탄산음료 한잔 정도는 마셔야한다. 독일인들의 탄산음료 사랑은 실로 엄청나다.

게다가 대식, 굉장한 대식을 한다. 얼마나 많이 먹냐고?
개인마다의 차이가 있을테니 패스트푸드를 통해 설명하자면, 베를린의 유명한 터키식 치킨 체인점의 기본 메뉴가 5유로(6200원)에 프라이드치킨 10조각 + 라바쉬 빵(터키식 난) + 감자튀김이 나온다. 나도 많이 먹는 편인데, 처음 베를린 왔을 때는 이 메뉴를 절반 밖에 못 먹었다. 현재는 라바쉬 빵은 돌려주고, 치킨만 어떻게든 먹고, 감자튀김은 남기는 정도인데,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여기에 탄산 음료수를 추가한다. 이걸 보통 여자나 열살 정도의 어린아이들도 혼자 다 먹어치운다. 성인인 경우에는 여기에 햄버거와 치킨너겟을 추가로 주문하는데, 칼로리를 계산하는게 무의미 할 정도의 이런 음식에 샐러드 시켜 먹는 사람 하나 찾기 어렵다.

그래 칼로리, 바쁠 때 먹는 길거리 음식을 생각해보자.
베를린에서 흔히 널린 케밥만 해도 홍대에서 파는 케밥 크기의 두배쯤 되는 것이 3000~ 3500원정도 하는데, 칼로리는 600~ 700칼로리 가량한다. 여기에 콜라나 환타 같은 탄산음료수나 감자튀김을 끼워 먹는다. 보통 1~ 1.5유로(1250원~ 1850원)정도 하는 355ml 콜라의 칼로리가 772 칼로리다. 그럼 케밥을 650칼로리로 잡고, 감자튀김을 제외, 콜라 한캔까지 1372 칼로리가 된다. 거기에 감자튀김이 250칼로리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좀더 간소한 길거리 음식으로는 커리부어스트가 있겠다. 한국에 떡볶이가 있다면 베를린엔 커리부어스트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기름에 튀긴 소세지 위에 케찹과 커리 가루를 얹어 먹는 것인데, 보통은 감자튀김과 함께 먹는다. 케밥보다 배가 안 차기 때문에 음료는 당연히 마시게 된다. 보통 4유로(5000원)쯤 하는 커리부어스트 + 감자튀김의 칼로리만 825칼로리, 음료까지하면, 무려 1547 칼로리. 듣고 있나? 간단히 길에서 때우는 길거리 음식 칼로리가 1547칼로리. 심지어 독일애들은 케찹을 엄청 뿌리는데, 무슨 떡볶이 국물 먹듯이 싹싹 긁어다 먹는다.

삼겹살 먹으러가면 당신은 보통 얼마나 먹을까? 밥 한공기 + 삼겹살 2인분 + 쌈 + 김치(+ 쌈장, 반찬) + 작은 된장찌개 하나만 해도 2300~ 2500칼로리 정도 된다. 소주 한병 640칼로리까지 마시면 얼마나 될지 상상은 해보았나? 3000 칼로리 넘는건 우스운 일이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삼겹살 먹으러 가면서 일일히 칼로리 계산을 하나?

한국의 돼지족발과 유사한 독일의 슈바이네학세 메뉴(+ 감자요리, 자우어크라우트) 만해도 널리 알려진 음식인데, 보통 2000칼로리를 웃도는 정도이며, 독일식 돈까스라고 할 수 있는 슈니쩰 메뉴(+ 감자요리, 자우어크라우트)는 1500칼로리 정도 된다. 보통 슈니쩰 메뉴를 먹으면 맥주 한잔은 기본.

칼로리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자. 아무튼 먹는데 칼로리 이야기하지 말자. 요리 자체를 잘 모르는 이들이 칼로리 운운하는걸 보면, 솔직히 요리하는 입장에서 무지해보일 뿐이다.

독일 요리를 보면 짜게 먹는 것은 한국 사람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 일단 요리가 나가면 맛도 안 보고 소금을 막 치는게 독일이다. 한국 유학생들이나 여행객들 모두 처음 독일식 식사를 접하면 뭐가 이렇게 짜냐고 할 정도. 또 달게 먹기는 엄청 달게 먹는다. 짜고 달게 먹는 식문화의 배경은 낮은 기압 때문인데, 때문에 여름에 하늘 보면 하늘이 굉장히 낮고, 겨울 해는 고작 7~ 8시간에 불과한데, 기압도 더 낮아져서 초겨울에는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쉽게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이건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베를린 토박이들도 똑같이 겪는 문제. 하지만, 난생 처음 겪는 아시아 사람의 경우에는 강도가 매우 다르다. 커피를 생활화하고, 짜고 달게 먹지 않으면 이 낮은 기압을 이겨내기 어렵다.

다양한 영양섭취는 어떨까?
독일의 보통 식사는 그릇 한접시에 모두 담겨야 한다. 한국에 비하면, 한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음식들이 다양하지 못하고, 굉장히 단조롭다. 베를린 같은 경우는 반경 200km가 모두 평야에 강에서 잡을만한 어획량도 많지 않아서 수산물 값이 굉장히 비싸다. 때문에 독일에서의 유명한 해산물 음식이 청어절임 같이 장기간 보관 되는 것들이다. 청어를 기름 속에서 짜게 절여두는 그 청어절임 말이다.
청어절임이 어떠냐고? 그로테스크한 비쥬얼도 굉장하지만, 비린내도 상상을 초월한다. 청어절임을 처음 본다면, 당신이 서구인의 음식에서 갖는 환상이 박살날 것이다. 돼지 피로 만드는 블룻부어스트, 돼지 간으로 만드는 레버부어스트, 혹은 돼지간 프라이 같은거 먹어봐라. 음식 같은거 가리지 않는 내가 제일 처음에 힘들어했던 음식이 레버부어스트, 처음 먹을 때의 그 피비린 맛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잘 먹는다. 오히려 좋아한다. 아무튼 한국 음식 비쥬얼이 어떠느니, 냄새가 어떠느니 상대적으로 평가하는거 존나 의미 없다. 말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그런 이유로 베를린에서 한국음식은 영양섭취의 다양성면에서나 여러가지로 건강하다는 인상을 쉽게 받는다.

반찬을 곁들이는 문화는 여전히 서구인에겐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미 완전히 대중화된 일식문화만 보더라도 밥을 중심으로 하는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한식의 문제점은 영양학적이 아니라 어떻게 현지에 낯설지 않게 존재감을 알리고, 정착 시키냐는것이다. 이런 선례는 중국과 일본이 잘 만들어왔다.

외국인들이 쌀밥을 안 찾는건 그들의 주식이 아니라 낯설어서 일뿐이지 알려주면 다들 잘 먹는다. 저가의 중식당에는 차이나 누들 말고도, 대부분 볶음밥이나 밥 위에 얹은 고기 요리들이 주를 이루는데 독일인들 모두 좋아하고 잘 먹는다. 뭐 좀 구석진 도시에 살면 중국 음식조차 접해보지 않아서 모를 수 있겠지만, 쌀밥을 이해 못한다는 외국인은 만나기 어렵다.
독일의 경우는 감자가 주식인데, 빵과 소세지, 커피로 대신하는 아침식사를 제외하고 매끼니마다 거의 항상 먹는 감자프라이와 찐감자, 찐 감자를 으깨서 만든 감자요리 등등 보면 한국 사람은 거부감 안 갖을까?

쌀밥이 문제라는 주장은 독일 친구들이 초밥과 김밥을 만들 때, 독일 쌀에 비해 5~ 6배 이상 비싼 ‘스시라이스’를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과 같은 문제다. 일본 상인들이 ‘스시라이스’를 내놓으며 초밥을 하려면 이걸 사야 한다는 것처럼 만들었는데, 사실 우유와 함께 만드는 독일의 ‘밀시라이스’가 우리가 먹는 쌀 자포니카와 다를게 없기 때문에 굳이 스시라이스를 살 필요가 없다. 500g에 45센트 밖에 안 하는 밀시라이스로 초밥을 만들되, 밥을 할 때 물 조절을 잘 하면 아무 문제 없다. 내가 늘 유럽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바로 이 것이기도 하다. 비싼 ‘스시라이스’를 꼭 살 필요가 없다고.

최근 3~ 4년간 베를린에서는 한식이 굉장히 힙한 이미지에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음식 못 먹는걸 촌스러운걸로 생각하는 베를린의 분위기가 기반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한식을 요리하는 내 관점에서는 레스토랑들의 태도가 굉장히 문제라고 본다.

문제가 뭐냐고? 독일 사람들 입 맛에 맞춘다면서 배추 김치를 하나도 안 맵고, 달게 만든다던가, 마늘 냄새 난다며, 마늘을 잘 안 쓴다던가, 김치 찌개에 김치는 거의 없고 양파만 둥둥 떠다닌다던가.. 오징어 덮밥이라고 해놓고, 쌀밥 위에 오징어포를 올려놓고, 7~ 8000원씩 받아 쳐먹는다던가, 비빔밥을 젓가락으로 먹고 있는데,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지 않는다던가… 이런 문제가 셀 수도 없이 많다. 이런 문제들은 식당 오너들의 태도와 무지, 그리고 멘탈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마늘냄새에 대한 오해를 하나 풀어보자면, 마늘은 생마늘로 먹으면 입에서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문제는 다음날 체취에서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익혀 먹으면 전혀 상관 없다. 스페인 음식 같은 경우는 볶음밥을 오븐에서 한번 더 푹 익히는 빠에야 같은 요리에선 마늘을 까지도 않고 그냥 통채로 박아 넣고 먹는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그런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가 한국 음식보다 마늘을 두세배 이상 많이 넣는데도 마늘 냄새가 나니 마니 하는 것은 생마늘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김치는 생마늘을 갈아 넣으니 체취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 수 없기야 한데, 사실 스페인의 샐러드 드레싱 보면 마늘을 다량 갈아서 만드는 드레싱이 있을정도고, 김치 먹는 외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보관시에 나는 냄새만 조심하면 된다. 혹 걱정된다면, 버터우유 같은걸 신경써서 섭취하면 소화를 돕고, 장운동을 촉진 시키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중요한 약속에서 정 걱정되면 샤워를 하고, 향수를 뿌리던가.

아무튼 한식은 이제 조금 분위기를 타고 유명해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내게 김치 담그는 레시피를 물어보는 친구들이나 요리를 부탁하는 친구들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내가 체감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레스토랑의 앞서 말한 문제점들은 매우 중요한 기점이 된다. 한식을 먹으러온 독일인들은 독일과 다른 식문화, 한식 그 자체를 먹으러 온거지 자기들 입맛에 맞추어 변형된걸 먹으러 온게 아니기 때문. 역으로 생각해보라, 이 사람들이 베를린에서 먹어본 한식에 반해 한국을 방문해 한국음식을 먹을 때, 자신이 베를린에서 먹은 음식이 변형된 한국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에서 얼마나 실망하고, 배신감 느낄지, 그리고 얼마나 한국음식을 이질적이고 낯설어할지 말이다. 제발 생각을 해보라.

한식은 다양하다. 매운 맛만 강조하지 않아도 가능한 음식들이 많은데 유독 한국의 맛이라고 하면 매운맛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는거다. 나 또한 매운 것을 좋아하지만, 매운 맛이 한국 맛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매운 것을 못 먹는 서구인에게 김치를 강요하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 문화에서 김치를 빼놓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자. 김치도 한가지 종류가 아닌걸 모두가 안다. 때문에 나는 오이무침이나 상추겉절이, 무채나물 같은 것을 배추 김치를 대신해서 내놓는데, 이렇게만 내놔도 매운걸 못 먹는 친구들도 잘 먹는다. 오히려 더 달라하고, 요리를 먹으러 왔다가 레시피를 배워가기도 한다.
디저트, 저도 처음에는 난감했다만, 케잌 대신에 약간의 꿀을 올린 화전을 내놔도 되고, 과편을 내놔도 된다. 여기서 비싼 소주 대신, 보드카를 살짝 섞어 화채를 내놔도 좋은거다.

내가 요새 고민하는 것은 한국 음식의 패스트푸드화. 일단 보통의 한식은 조리시간이 오래 걸려서 먹는 사람이 기다리기 힘들어 한다. 보통 유럽 요리들은 주문 5~ 8분 이내에 나오는데, 한식은 precooking을 해놨더라도 보통 15~ 20분이나 걸린다. 또 들고 다니면서 먹기가 어렵다. 때문에 김밥도 생각하고 있지만, 여기서 재료를 구하는 단가를 생각하면 그것도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참고로 한식레스토랑에서 김밥 한줄 7~ 8유로(8800원~ 10000원)에 판다. 그래서 나는 절대 안 사먹는다. 가격이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일식당에서 초밥을 파는 것과 비교해보면 김밥 한줄이 7~ 8유로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 생각한 것이 밀전병으로 케밥처럼 불고기를 감싸 내놓는 따위의 방법인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한식의 패스트푸드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컵밥도 생각해봤는데, 그건 독일 정서에 별로 맞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한식을 변형시키지 않고도 외국인들이 좋아할 한식은 많다. 단지 지금까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낯설음을 덜어줄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나는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에서 영어로 한식을 설명해야 했는데, 말로만 한식의 세계화를 부르짖고 뻘짓하는 정부가 정말 한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레시피는 둘째치고, 한식의 제대로된 영어이름을 찾기도 굉장히 어려웠고, 설명하긴 더더욱 어려웠다. 빌어먹을 관료주의의 때문이겠지. 이걸 극복하고 싶다면 현장에서 뛰는 요리사들과 서구-한국 문화를 동시에 잘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기만 해도 되는데, 왜 안하는 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 이야기 하다보니 상당히 길어졌다. 내 고민과 노하우를 일부 소개하기도 했지만, 못한 이야기가 훨씬 많다. 일부는 내가 지금 진행중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 뭐가 되었건 적어도 한식에 대해 한국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외교부 새끼들은 나한테 상을 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