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 52

지난 3일 동안 위염, 혹은 장염 때문에 핫팩을 안고 뒹굴뒹굴 거렸다. 아마도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귀찮은 마음에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맥주와 슈납스를 마구 털어넣은 까닭이겠지. 이후 내내 심심한 죽으로 속을 달래야만 했다.
찰나에 p도령과 n낭자의 생일을 맞이해 파티가 열렸다. 약간의 맥주로 목을 축이는 동안 유럽 요리를 도와주는데, 칼질부터 불질까지 친구들에게 조금 보여주었더니 친구들이 쉐프 자리를 소개해주겠다며 내게 자기 집에서 한국 요리 파티를 해달라고 하기에 ‘본인의 불성실한 노동정신으로 과연 헤드쉐프가 될 수 있을까?’하여, 거절. 부탁받은 저녁 요리는 당연히 노페이로 하자고 이야기 했다. 그러니 내가 술을 좋아하니 자기가 술을 사겠다고. 그걸로 내게는 감사할 따름이지. l도령 가슴 깊이 감사하네!
갑작스레 한국 생각이 들어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왜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가 꿈꾸는 세상을 이루려고 하지 않을까. 대체 왜 불합리에 분노하면서도 순응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이 것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어머니, 어머니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정말 주어진 대로만 살아야하는 걸까요?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고 나의 인생을 내가 만들어갈 수는 없을까요? 상당히 호전적인 사람이기 때문인지 빌어먹을 운명따위 따르고 싶지 않아 나는 거스르기로 했습니다, 어려우면 손을 내밀어 주세요. 내 힘껏 손을 내밀게.

 

ㅡ 2015년 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