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과 빌어먹는 민주주의

요리를 하면서 나아지기야 했지만, 어제는 가슴 위에 커다란 돌을 얹어 놓은 기분이었다. 새벽부터 요란했던 인터넷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를 위배하는 판결을 내려놨는데도 “통진당 잘가” 하는 머저리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 새끼들인지 묻고 싶기도 하지만, 민주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반드시 민주주의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강요하지 않으니 그들의 터무니 없는 주장들은 잘잘못을 떠나 마구 지껄여도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에서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여행중인 포르투갈 친구도 있었지만, 어제 특별히 독일 친구들과 밤새 이야기했다. 헌법재판소가 예로 든 독일 KPD(카페데, Kommunistische Partei Deutschlands, 공산주의자당 독일), 지금 독일에서는 이 해산 사건을(재판만 6년)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굉장히 회의적으로 평가하면서 이후 빌리브란트(역사책을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서독의 경제발전과 동시에 독일을 통일로 이끌어 높이 평가받는 인물) 정권 아래 이름만 살짝 바꿔, DKP(데카페, Deutsche Kommunistische Partei, 독일 공산주의자당) 로 다시 재창당했다.

 

아데나워 정권의 우경화와 재무장 논리에 반대하는 전쟁반대주의자들이었던 KPD 가 문제 되었던 점은 ‘혁명으로 아데나워 정권 전복’ 같은 급진적인 구호들이었는데, 그걸 눈꼴 시려워하던 아데나워 정권이 보복 조치를 한게 해산청구였다.

 

결국 KPD 가 강제 해산되고 나자 수 천명의 사람들이 체포 되었다. 또한 아데나워 정부의 재무장 논리에 반대하며 전쟁반대를 외치던 유일한 정당 KPD 가 사라지자 아데나워 정부는 냉전시대의 광풍 속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우경화를 부추기면서 독일의 재무장 논리를 견지하게 되었다. 그것도 소비에트를 견제하려던 미국의 욕망이 서독의 군사 재무장을 지지하였다. 독일이 전범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해산된 정당인 SRP(Sozialistische Reichspartei Deutschlands, 독일사회주의제국당) 에 대해서도 짧게 다뤄보자. 이들은 본인들 스스로 히틀러의 나치당 후계자로 자신들을 규정하였다. 동시에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일으킨 포로수용소들과 가스실들이 조작되었음을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세번째 힘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에 대항하여 싸울 것을 주장했으며, 히틀러가 민족-사회주의를 주장함으로서 얻은 인기에 착안해 사회주의를 일부채용한 민족주의로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SRP의 지지는 어느 정도 였는가? SRP는 패전 이후 여러 극우정당들을 흡수한 DKP(Deutsche Kommunistische Partei, 독일 사회주의자당: 그러나 실제로 사회주의가 아니라 극우보수정당이었다)과 DRP(Deutsche Rechtspartei, 독일제국당)을 전신으로한 당이었기에 DKP와 DRP의 대리인 자격으로 선출되었따. 1949년 선거 때, SRP는 의외에서 두번째 의석을 확보했고, 1950년과 1951년 5월에 걸친 두 차례의 선거에서 니더작센주의 의회 16석 의석을 확보한다. 또한 1951년 10월 브레멘에서는 시의회의 8석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SRP 는 약 만 여명의 당원을 거느린 정당이었다. 또한 ‘Reichsfront, 제국전선’ 이라 불리는 준군사무장조직과 ‘Reichsjugend, 우파청년’ 이란 조직을 통해 전방위적 행동을 펼쳐왔으며, 일부 군인들과 나치를 옹호하는 학자들이 개입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서독 내각의 연방 장관은 1951년 4월 연방 헌법 재판소에 SRP를 헌정유린 등의 이유로 금지가처분 신청을 한다.

 

독일 헌법 재판소는 기본법(BVerfGE 2, 1) 제 21 조, 2 항에 따라 1952년 10월 23일 SRP의 위헌 판결을 내리고, 정당을 해산시킴과 동시에 관련된 기관 설립을 모두 금지하고, SRP의 의원 24명의 의석을 철회하며, 정당과 당사자의 재산을 몰수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군인들과 SRP의 준군사무장조직이 쿠데타를 모의하고 있음이 밝혀졌으며, 준군사무장조직과 우파청년조직을 통해 일부 테러를 모의함이 밝혀졌다. SRP 정당의 지도자들은 같은 해 9월 12일에 파티 해산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다시 진보당 문제로 돌아오자. 지금 진보당 해산 판결을 내린 헌재 재판장 선정을 보면 민주적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이 3명,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3명,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1명, 여당과 야당이 합의하여 1명, 야당이 1명 선출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의미는 대통령 의지대로 판결 뱡향을 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지금 헌재 재판장 대부분의 친박 인사라는게 함정이랄까, 이런 구성의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위배되는 판결함에도 비판하지 않고 민주주의 운운하는 고귀하신 분들이야 말로 불법세력 아닐까.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는 무죄였다. 내란 선동은 유죄였다. 이 말은 즉 내란 음모가 무죄임에 따라 정당 해산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내란 선동 유죄를 들어 이석기 의원을 사법처리 하면 된다. 그런데 대체 어떤 근거로 헌법에 명시된 사상의 자유를 무시하고, 절차에 따라 선출된 한 정당을 강제로 해산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헌법재판소가 되리어 헌법에서 보장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및 결사의 자유를 위배한 것 아닌가. 이석기 의원을 근거로 정당을 해산시킨다면, 그것은 이중처벌과 연좌제 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 정부가 헌법을 무시하면, 누가 헌법을 따라야한단 말인가.

 

어떻게 해산판결이 떨어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란 하지 않을 것이지만, 국가에 위해가 될지 모르니 해당 정당을 해산 시켜야 한다? 이쯤되면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의 실사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민족주의와 군사무장을 외치는 김정은, 박근혜, 아베, 시진핑, 푸틴에서부터 아프간 철군을 공약으로 내세워 노벨평화상을 받자마자 3만명을 추가파병한 오바마까지. ‘빌어먹는 민주주의’, 이런 곳에서 어떤 미래를 꿈 꿀 수 있단 말인가.

또 어떤 약을 쳐먹어야 저들처럼 이런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면서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약이 있으면 내게도 알려달라. 그만 고통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