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 44

 

열흘 동안 쓰려던 글을 매듭지을 수가 없어 아무 글도 쓰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가슴치던 와중에 지루가 베를린을 방문했다. 덕분에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기운을 되찾았다. 아직도 글을 매듭짓지 못했지만, 마음이 가뿐하다. 나에게 이런 근사한 선물을 안겨준 지루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

어느 사회과학 연구에 따르면, 비관론자가 낙천론자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인생, 그 모든 것이 전부 헛소리다. 나는 이 세계를 비관하고, 이 세계를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당신들의 밝음 앞에서 나의 어둠은 비록 비루하고, 남루한 넝마주이일지 모른다한들 나는 나를 바닥에 매친 돌부리를 걷어차고, 또 다시 나를 넘어트릴 다음 돌부리를 찾아해맬 것이다.

한 여름 밤의 꿈, 백일몽 같던 밤이 지나고 눈부신 아침과 함께 들이닥친 이 숙취가 무엇이 두려우랴, 또다시 다가올 숙취들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우리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우리는 더욱 더 우리의 절망과 좌절을 울부짖으면 되는 것이다.

 

“pessimists are always nice.”

 

 

ㅡ 2014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