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rt Review: Bambix, The Stattmatratzen

 

독일 애들이 원래 그런건지 아님 얘네가 별 관심이 없는건지 플라이어 좀 달라는 말에 “나도 플라이어 없어”라는 답변들이 좀 무성의하게 돌아오는데, 그래도 자주 오는 유일한 아시안이라고 꽤 친절하긴 하다.

 

어쨌던 베를린의 스쾃에서 본 공연들 중 대부분이 그 날 공연하는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리스트에조차 오르지 않은 밴드들이 허다하다. 밴드 이름 좀 알려달라고! 알려달라고.. 알려달라고!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 스티커를 쥐어주는 애들도 있긴 한데… 아무튼 이 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Bambix라는 밴드의 베를린 투어. 밴드는 89년에 결성했고, 풀랭쓰 앨범만 무려 9개 이상이 된다. 보컬/기타 아줌마는 40대 초중반인데 불구하고 미친 듯이 점프했다. 게다가 팬이 가져다 준 예거마이스터를 단숨에 들이키고 벽에 빈잔을 집어던지며 “밤새도록 파티!(Party! Ganzen Nacht!)”를 연신 외쳐댔다. 이 밴드가 공연할 때는 애들이 과격하게 하도 과격하게 놀고 미칠듯이 커서 사운드가 너무 커서 이틀동안 이명현상을 겪었다. (..앞으로 그 대역대의 주파수는 못 듣겠지ㅠ 상관없샤!)

 

아무튼 같은 날 두번째 밴드였던 The Stattmatratzen이라는 밴드를 봤는데.. 진짜 좀 짱. 이 밴드 이름 알고 싶어서 사방에 묻는데, 애(새1끼)들이 술에 취하고, 약에 취해서 비틀대고 답변은 커녕 몸도 잘 못 가누는 애들도 많고, 북적대고 사람들이 죄다 흥분해서인지 “Wie heißt diese Band?(이 밴드 이름 뭐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물었는데, 이 (미7)놈들이 내게 “Prost!(건배!)”라고 대답한다. 이 망할 자식들! 그게 아니고 밴드 이름 물어본거라고 하며 나는 잔이 비었다고 하니까, 지 잔을 내게 넘겨준다. 하아아아ㅏㅏㅏ 펑크들 술 사랑은 세계 공통이구나..

 

펑크들 술 사랑은 이쯤 각설하고, 당연히 멤버 전원이 Antifa인 Riot grrrl 밴드다. 중간에 ‘Eiszeit’라는 곡을 할 때에 “Katastrophe! Kellerkind! Oh Oh Oh!(대재앙! 히키코모리! 오오오!)”가 적힌 피켓 같은 걸 들면서 공연 하는데, 그러면서도 연주는 틀리지 않고 대단했다. 그 노래는 독일판 히키코모리에 대한 비판적인 노래였다. 이 밴드가 모두에게 사랑 받는 가운데 특히 왼쪽의 모호크 머리의 기타가 귀엽게 생겨서인지 인기가 굉장했다. 멘트들은 뭐 안티파 밴드들이 늘 줄줄 외듯 스쾃(Besetzer Haus)을 철거로부터 막아내자고 이야기하고, 관용주의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 날 내가 본 공연만한 영상이 없어 아쉽지만 첨부한 링크의 영상을 보면 조금이나마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전원이 여자 멤버인데 오프닝 걸펑크 밴드에 비해 딱히 귀척도 하지 않는데, 새봄이도 멋지기도 귀엽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Tommyhaus에서 본 공연 중 가장 큰 공연. 사람이 너무 꽉차서 한번 나갔다 오면 다시 들어오기도 힘들정도. 물론 더 큰 공연은 Koepi의 20주년 공연이었다. 그 때는 거의 천여명이 공터에 불 피우고, 가득찬 공연장 3개와 댄스홀, 아나키스트들이 운영하는 인포샵.. 아무튼 그랬습니다. 하아ㅏㅏㅏ

 

ㅡ 2012년 3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