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타이틀은 ‘허수아비’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당선.
그의 당선이 정말 이 세계의 종말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결코 아니라 생각한다. 미국은 단일중앙정부의 한국과 달리 각 50개의 주정부가 고유의 입법, 행정, 사법, 그리고 방위를 자치하는 연방국가다. 게다가 5년 단임제로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갖는 한국과 달리 4년 중임제이며, 국회는 상하원으로 이루어진 양원제. 따라서 미국은 대통령 단독으로 단기간내에 모든걸 뒤집을 수 없다. 얼마전 오바마 케어로 진통이 있었던 미국정부가 셧다운까지 갔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트럼프가 백악관서 왠만큼 과적과속차량으로 졸음운전하고 다녀도 어느정도의 안정장치는 작동할거라는걸 알 수 있다.
내가 아마 미국인이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는 아마도 트럼프를 선택했을 것 같다. 트럼프가 언급한 NAFTA, 한미FTA 재고, TPP반대와 같은 보호무역주의, 주한미군철군, 혹은 주둔유지비 100퍼센트 부담과 같은 비개입주의는 미국의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아프간 철군을 내걸고 노벨평화상을 받자마자 3만명을 추가 파병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는 왜 그 곳에서 미군들이 피를 흘려야하는지를 역설하기도 했다. 또한 나는 최근 들어 한미 FTA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한미FTA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을 뿐, 한국이 국제시장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한칠레FTA와 달리 한미FTA로 인해 한국이 손해보기는 커녕, 한국은 미국에 더 많은 수출을 하고 있었고, 미국은 한국으로의 수출이 현저히 줄었고, 트럼프가 이를 지적하며 한미FTA폐기, 혹은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인으로서의 트럼프 당선은 앞서 말한 방위, 무역, 단 두가지만 하더라도 재앙 수준에 가깝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버니 샌더스와 트럼프가 별 차이가 없다. 나도 버니를 좋아했지만, 한국 좌파들이 버니를 무슨 메시아처럼 생각하는데.. 버니나 트럼프나 한국에 이로울건 그다지 없다)
이번 선거의 문제는 민주당 내부에 있다. 트럼프의 인종차별, 성소수자/여성혐오나 부패는 말할 것도 없지만, 힐러리의 스캔들은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뛰어넘는 극단을 보여주었다. 이를테면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갖고 있는 혐의처럼 힐러리도 국가1급기밀 누출 혐의가 있고(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국적 기업들과 정경유착 혐의가 있었으며, 민주당 내에에서 버니와의 경선에서의 부정한 개입 또한 있으며.. 잘 알려진 것처럼 힐러리의 부패 사실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줄리안 어샌지에게 드론을 띄울지 재고했다는 것. 이런데도 박근혜는 하야해야하지만, 힐러리는 당선되야만 한다고 악을 쓴다면, 이는 어딘가 앞뒤가 맞지않는 주장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미국 저소득층에게 트럼프는 힐러리보다 정직했기 때문이다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따르면, 힐러리는 IS를 지원한 혐의마저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미국인에게 철없고, 무례한 동네 부자형과 지역유지들과 뒷거래하는 정치마피아 힐러리와의 대결이었던 것이었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 버니의 지지자들은 힐러리의 부정경선, 국제자본과의 결탁및 부패를 두고, 맹비난을 했고,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선거인단 확보에 큰 격차로 졌으며, 그리고 양원중 한곳도 다수당을 얻지 못한 민주당은 앞선 언론들의 대선예측과 달리 결국 민주당 당원들에게서 마저 심판을 받은 셈이 된다.
재차 말하지만, 트럼프는 단번에 미국과 세계를 뒤집을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민주당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를 뽑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저학력, 저소득층의 백인으로 폄훼할 것이 아니라 버니와 힐러리가 아닌 새로운 정치모델을 제시해 다음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것은 한국이 야당들이 박근혜-최순실, 두 인물이 만들어낸 전대미문의 사태에서 얇팍한 계산을 하기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이 아닌 박근혜를 뽑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잊지말아야 한다는 것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 한국이나 미국이나 이런 일 가지고 이민을 고려한다는 사람들은 닥치고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 입 다물고 있으면, 그래도 이성적인 사람이라 믿게 되는데, 이들이 입만 열면 내 자신을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이런 일 가지고 이민 간다는 새끼들 치고 이민 가서 제대로 정착하기는 커녕, 이민을 시도하는 사람도 거의 본 일이 없다.
++ 트럼프의 당선은 분명 우리에게 여러 환경적 요소들의 변화들을 통해서 간접적 영향을 줄 것이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 되었다고 내가 뜻하던 일을 그만 둘까? 네버.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그 상(민)놈이 싫어서라도 더 열심히 하면 열심히 했지, 그만 두는 일은 없을거다.
+++ 참 이상하다, 그치? 트럼프 같은 동네 양아치형도 싫지만, 조폭 끼고 완장질하는 옆집 누나도 싫고, 그렇다고 마음씨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나이 먹은 삼촌을 멋있다고 해줄 수는 없잖아.
++++ 공유는 글 전문을 복사해서 가져가시면 됩니다. 링크 때문에 전문이 같이 공유되지 않거든요. 일부러 그렇게 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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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는 권력자가 피권력자에게 동정이나 배려를 베풀기 위해 권력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피권력자가 권력자로부터 권력을 쟁취하면서 성장해왔습니다.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하던 동네 깡패나 왕이 갑자기 하느님께 계시받거나 약 쳐먹고, 갑자기 착하게 굴던게 아니었어요. 왕에게 화염병과 폭탄을 던지고, 죽창을 찌르고, 단두대로 끌고가 처형을 하면서 민주주의가 시작됐죠. 오늘 날의 화염병과 폭탄, 죽창, 단두대는 어떤 것인지,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할 일은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 하이고 타임라인이 온통 초상집이네. 세상 안 끝났다고~~ 트럼프 4년 동안 할 수 있는거 얼마 없다고~~~~ 야이 명예 미국인들아~~~~~~~~~~~~~~~ 안 끝났다고~~~~~~~
— 사실 여러분들이 좌절하는 동안 독일의 신좌파들은 힐러리랑 트럼프를 동일시 봤습니다. 해당 매거진은 68혁명 이전, 그 주역 울리히 마인호프가 4년간 편집장으로 있었던 매거진이기도 합니다. 바더-마인호프 그룹이 쇠퇴함에 따라 70년대 말부터 신좌파 성향으로 바뀌어나갔죠. 물론 급진성은 아직도 어느정도..
(이런 매거진들이 제가 사는 집 화장실 마다 구비되어 있어서 변비 걸리기 딱 좋은..)
http://www.konkret-magazin.de/hefte/id-2016/heft-112016.html
—- AfD를 걱정하시는 분들, AfD와 트럼프는 차이가 좀 있습니다. AfD가 커지는건 경계해야하지만, 독일은 이미 차별금지법 같은 관련 법들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고, AfD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엄격한 잣대로 쟤게 될거에요. NPD를 정당으로 인정해준 이유도 법의 영역으로 끌어내 처벌 가능한건 처벌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그래도 집권당은 CDU고, CDU도 출산률 저하 때문에 더 많은 이민자를 받으려고 하고 있고, 미국 대선 영향 별로 안 클거라 생각합니다.
브렉시트 지지하던 지역 주민 복지가 오히려 삭감될거라고 했는데, 지금은 국회비준 없으면 통과 안된다고 합니다.
결국 민주주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들이 있어서 극우정당이 조금 커지는 것보다 문제는 좌파정당들이 이에 대한 인식은 커녕 뭘 해야하는지 아무 것도 모른다는겁니다. 때문에 나는 극우들의 약진이 아니라 좌파들의 현실을 못 바라보기 때문에 다가오는 실패라고 봅니다.
극우정당, 정치인 찍는 사람들을 멍청이 취급해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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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기주의, 트럼프가 불러온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미국은 언제나 그런 국가였고, 지금은 그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세계인들은 언제나 미국을 천박한 자본주의, 이 국가는 돈 앞에서 양심도, 도덕도, 철학도 없다고 조롱을 해왔었죠. 그 조롱들이 합당한지, 아닌지를 떠나서 말이죠.
2. 말씀하신 ‘나와 내 가족 = 나랑 같은 인종 외는 다 무시하고, 내려다봐도 된다는 것’은 이기주의가 아니라 그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겁니다. homophobia와 같은 phobia의 기제를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딱히 위협이 되지도 않는데, 자신이 공격받고 있다고 생각해서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으로 나오는거죠.
그런 면에서 저학력/저소득층 백인 사회는 지속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공포가 이렇게 표출된거라고 할 수 있죠. 지금 투표 통계중 확실한 것중 하나가 대도시일수록 민주당, 그 밖으로 공화당인데, 이것만 보더라도 힐러리가 업고 있는 언론들이 도시 노동자들과 함께 1차, 2차 산업노동자를 밖으로 배제 시켰는지를 알 수 있어요. 상대적으로 도시노동자들이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데, 그에 상응하는 활동을 하기 어려운 1차, 2차 산업노동자들은 저항할 수 있는 힘도 없이 악에 연대하는 세력이라고 치부받게 되죠. 대도시, 도시노동자들이 소비할 것들을 제조하면서 그 제조과정이 올바르지 않다고 비난을 받는 노동자들이 느낄 분노가 올바르지 않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지젝이 “정치적 올바름은 편견과 인종차별을 영속시키기 위한 장치다. 차별을 진정으로 극복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자기훈육(self discipline)이다”가 이해 될 수 있습니다. http://qz.com/398723/slavoj-zizek-thinks-political-correctness-is-exactly-what-perpetuates-prejudice-and-racism/
3. 학교에서 그런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은 저는 옳은 판단 같지 않습니다. 학교야말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프랑스에 있었던 테러들을 보세요. 그들은 테러를 당하고도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도망칠 것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하고, 불인정하고, 길거리로 나와 추모를 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것은 대중이 공포에 떨고, 이 공포에 프랑스 정부가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트럼프를 테러리스트라고 볼 수는 없지만, 트럼프가 당선되었다고 해서 미국 의회정치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행위나 다름 없습니다. 오히려 의회에서든, 직장에서든, 거리에서든 어디에서나 그의 당선이 우리의 모든 것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고, 우리의 의견을 관철시키도록 해야만 하는 것이죠.
+ 저는 별개로 이번 선거가 주류에서 배제된 자들의 분노의 심판이었다고 생각해요. 저학력/저소득층을 비난해서는 이 문제를 아무 것도 풀 수 없습니다. 그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어야 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때부터 진정한 재앙이 시작되는 것이죠.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트럼프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는데, 폴 그루그먼을 비롯해서 민주당 인사들, 언론들을 보니까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저학력/저소득층을 비난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유아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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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의 범죄 사실들을 이해 못하는 분들이 있어서 링크 하나 할게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타당치 않은 전쟁을 일으킨 그 범죄사실 근거들은 모두 힐러리 이메일에서 밝혀진 것들입니다.
http://www.vop.co.kr/A00001001862.html#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