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를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탈-브리튼을 이야기할 때, 나는 사실 런던에 가고 싶은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나를 이상성욕-, 페티쉬라며 나무라도 좋다. 70년대 말 펑크 붐 세대가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고, 그들이 지금의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브렉시트 결정 후에는 인종혐오가 무차별적, 공개적으로 드러난다는데, 나는 이 스스로의 억압이 너무나도 궁금하다. 억압이 우리를 자유로 이끈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 아닌가. 앞으로 20년 안에 영국 어디 촌구석에서 분노를 집어삼킨 굉장한 작가가 나올 것이라 감히 추측해본다. 내가 그를 만날 수 있다면, 영광이겠지. 나를 이상성욕-, 페티쉬라며 나무라도 좋다. 그가 분노를 집어삼키며 어떻게 토악질을 할지 몹시도 궁금하다.
내가 베를린을 향했던 이유는 베를린이 망하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충분히 납득하고 있다. 신체절명의 소리 없는, 그 간절한 절규가 무엇을 가져올지는 우리 너무도 익숙히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허니문을 그리스로 생각했었다. 기만적이지 않기 위해서, 목도하고 함께 절규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다가오라. 아, 낯선이여, 이방인이여ㅡ
+ 요즘 축구 시즌 때문에 독일 국기 갖고 다니는 놈들이 부쩍 늘었는데, 진짜 촌스러워서 못 봐주겠다. 왜냐고? 나는 2002 한일 월드컵 때도 국기 달고 다니는 놈들을 정신줄 놓은 멍청이들이라고 생각했거든. 공 차기 좋아하는 애들은 뭔가 좀 다르다. 너무나도 심심한 인생이라 그거 아니면 풀 데가 없는거지 내 주변에 공 놀이 좋아하는 독일 친구는 단 한명인데, 다행히 혼자 보기 좋아한다고..
저도 심심한 인생 맞아요. 저는 그 심심함을 숙취와 함께 즐기고 있는거고.
ㅡ 2016년 7월 2일 오후 4시 57분, 함께 절망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