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를 지켜보면서

동영상 참조: https://www.facebook.com/212667045793913/videos/212815595779058/

 

1. 브렉시트를 두고, 영국이 진탕에 빠진듯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재투표로 갈지, 아니면 재투표 없이 민방위법(Civil Defence Act, 1948)이 폐지되면서 재정된 *시민 우발적취약사태 대처법(Civil Contingencies Act, 2004)과 같은 법을 통해 국가비상사태의 일환으로 긴급조치(Emergency Regulations)를 발효할 수 있다. 시민 우발적취약사태 대처법은 일종의 계엄령으로 전쟁이나 테러를 대비해 재정된 법이기도 하지만, 사회, 복지, 환경에 대한 치명적인 위험에 대한 대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 근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준-계엄령 수준의 효력을 갖고 있는 법이기 때문에 실제로 발효되려면 그만한 문제인식이 있냐는 것이 중요하다.

0. 나는 지난 6년 간, 베를린서 가능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려 해왔고,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과의 접점을 찾기위해 애써왔다. 그렇게해서 얻은 것은 외부로의 그리고 스스로의 억압에 저항하기 위해 물리적은 물론, 사회적 폭력을 수반하지 않고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가능성,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였다.

2.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2001년 비폭력투쟁 노선을 선언한 블록쿠피, 그 블록쿠피 시위대가 작년 유럽중앙은행 긴축정책에 항의하며 신청사 개관식에 맞춰 1만 7천여명이 모여 화염병을 던져 경찰차를 불태우고, 시가투석전을 벌이며 “폭력없이는 해답도 없다”라고 외치던 때를 기억한다. 그리고 “시위대의 폭력은 만장일치로 비난한다. 그러나 우리는 체제의 폭력을 무시하고 있다. 거리에서 벌어지는 시위대의 폭력은 경멸하면서, 왜 우리는 체제의 폭력은 허용하는 것일까”라고 논평한 슈피겔의 야곱 아우그슈타인의 말을 되새겨본다.

2- 1.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폭력 없이는 변화도 없다” ..다소 급진적이고 과격한 구호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폭력 없이 보다 나은 내일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 스스로를 과신한 것이고, 사람들을 기만하는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너지는 건물에서 겁에 질려 책상 밑에 숨어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엉덩이를 걷어차서라도 밖으로 뛰쳐나가게 해야만 하는 것이지,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밖으로 나가면 어떻겠냐고 단상 위에서 열변을 쏟아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고, 오히려 그런 기믹의 기술이 기만적이기 때문이다.

3. 다시 브렉시트로 돌아가서, 남는 방법은 재투표거나 긴급조치를 통해 유럽국가들에 용서를 구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냥 용서를 구하는 것만으로는 유럽 국가들이 용서를 받아줄리 없다. 오히려 좋은 본보기를 만들기 위해서 파운드화를 포기하고 유로화를 수용하도록 강제할지 모른다.

4. 왜 꼭 남아야만 하냐고? 사람들은 브렉시트를 심각한 사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심각한 사태의 시점은 이미 지났다고 생각된다. 70년대에 영국의 제조업은 이미 망했고, 1973년 European Economic Community(유럽 경제 공동체)에 가입하면서부터 물류와 금융, 문화로 먹고 살게 되었다. 쉽게 말해서 EU에서 나가게 되면,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고, 유럽과 단절되면서 물류와 금융 강국의 의미를 잃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브리튼은 더이상 강대국이 아니게 될 것이고,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스코틀랜드 독립의 명분은 물론, 사실상 독립국으로 생각해야한다. 스코틀랜드는 웨일스, 아일랜드와 달리 잉글랜드와 많은 사안에 대해 이미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잉글랜드는 가난해질 것이고,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은 커녕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바쁠 것이다.

5. 앞으로 브리튼의 위상이 어떻게 될지는 차마 이야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것들로 유추해볼 수 있다. 약 6400만명의 브리튼 인구,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예상되기 때문에 잉글랜드만 생각하면 5300만명으로 5100만명의 남한인구와 비슷해진다. 남한과 마찬가지로 자립할 수 있는 내수시장을 갖고있지 못하다는걸 의미하며, 브리튼은 심각한 고령화를 겪고 있다. 고령화 문제로 인력난을 겪던 브리튼은 이민자 증가로 젊은 브리튼의 희망을 꿈꾸고 있었으나 브렉시트로 인해 이 희망이 좌절될 것이다. 브렉시트를 지지한 사람들 중 다수는 이민자를 혐오하기도 하지만, 근면하지도, 창의적이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브리튼이 남한처럼 될 것이라고 대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면 공용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5- 1. 몇 백년이 지나면, 브리튼은 한때 부귀를 누렸던 아마 영어를 사용하는 작은 섬나라로 인식되지 않을까 싶다. 대영제국이랑는 말은 앞으로 역사책에서나 보게될 것이고, 혹여라도 “the Great Britain”이라는 말을 입 밖에 내는 영국인은 과거에 집착하는 자존감 낮은 사람으로 인식될 것 같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게 되면, 아일랜드도 독립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UK라는 이름도 언젠가는 바꾸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5- 2. 어제 같이 마시던 영국친구에게 나는 차마 브렉시트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다. 그리고 옆에 있던 독일친구가 결국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꺼냈는데, 영국친구는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슬픈 표정의 친구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너무 혼란스러울 뿐이라고.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브렉시트가 가져올 여파는 굉장히 크다. 그리스가 EU에서 나가는 것을 고려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 우리는 역사의 전환점을 목도하고 있다. 지금의 브렉시트는 다른 국가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귀감이 될 것이고.

00. 그라운드 제로. 지난 6년간 베를린서 가능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려 해왔고,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과의 접점을 찾기위해 애써왔다. 종종 온전한 대화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아시아와 유럽의 정서적 차이의 문제, 혹은 언어의 문제일까 하고 나를 의심하고, 더욱 노력할 것을 스스로 다독여왔는데, 이제는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그 원인은 이 영상 안에 모두 담겨있다. 이 영상은 너무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ㅡ 앞으로 그레이트 브리튼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추측은 나 혼자만의 추측이다. 내 생각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해야할 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읽는 이에게 달려있다. 나의 생각은 너무도 어둡고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ㅡ 2016년 6월 26일 오후 3시 22분, 민주주의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