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하오는 인종차별이 아니야

베를린소개서 포스트:

서양 사회 그리고 차별에 민감하다고 널리 알려진 독일 사회에서도 동아시아인의 외모를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일상적인 인종차별과 성희롱, 성추행은 만연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시아권 이민자가 많았던 미국 등의 영어권 국가에서는 이 문제가 그나마 수면 위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지만, 유럽 대륙 내에서의 동양인 인종차별은 악의가 없이 발생하는 심각하지 않은 사소한 문제 정도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악의 없는 행동 자체도 분명한 인종차별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일상의 인종차별부터 심각한 인종차별 범죄에 대한 경험을 누군가 작업을 하고 공론화를 해주었으면 싶었는데, 얼마 전 구글 문서를 통해서 해외 생활 도중 인종차별 경험을 겪은 사연을 수집하고, 내년에는 이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출판하려는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작업은 독일에는 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그 현실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계기이자, 일상적으로 차별을 느꼈던 이들에겐 아픔을 공유하고, 동시에 동아시아인의 외모를 지녔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일상의 인종차별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의미있고, 좋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시아인에게 백인들에게 당신들이 하는 중국인사 “니 하오”는 인종차별이라고 문제제기 하는 이들을 보면서 무엇이 인종차별인가 하고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나 또한 수 없이 겪었고, 이런 것을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왔다. 하지만 정말 백인에 의한 중국인사 “니 하오”를 인종차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주장을 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분명 몇가지 이유와 오류가 함께 있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유럽 45개국과 아프라카 53개국, 아시아 53개국, 남미 12개국, 오세아니아 14개국, 아랍 22개국 등의 사람들을 외모만으로 인지하고, 해당 국가의 인사정도는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한다.

백인들이 아시아 사람들을 상대로 “니 하오” 혹은 “곤니찌와”를 말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국제사회에 알려지고, 영향력이 있는 국가들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베트남, 태국, 인도 등이기 때문.

과연 우리는 어떠한가? 앞서 말한 유럽 45개국과 아프라카 53개국, 아시아 53개국, 남미 12개국, 오세아니아 14개국 등의 사람들을 외모만으로 인지할 능력은 고사하고, 과연 몇 개국의 이름과 인사들을 알고 있을까?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북한 독재자 ‘Kim Jong Un’과 함께 한국인 중 약 21퍼센트가 성씨 ‘Kim’을 갖고 있는 것을 흥미롭게, 혹은 기묘하게 느끼는 것만큼 우리는 해당 국가들의 이름관계들은 잘 알고 있을까?

The Columbia Encyclopedia, 2000년 판에 의하면, ‘Muhammad’라는 이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름으로 현재 150만명 정도가 같은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검색을 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까? 그리고 ‘Muhammad’라는 아랍식 이름이 ‘Mohamed’, ‘Mohammed’, ‘Mihemed’, ‘Muhameti’, ‘Мұхаммед (Mukhammed)’, ‘Mamadou’, ‘Mahometus’, ‘Maometto’, ‘Μωάμεθ (Moameth)’, ‘Mahoma’, ‘Maomé’, ‘Mamede’, ‘Mahomet’, ‘Муха́ммед (Mukhammed)’, ‘Магоме́д (Magomed)’, ‘Магоме́т (Magomet)’, ‘Моха́ммед (Mokhammed)’, ‘Муха́ммад (Mukhammad)’, ‘מוחמד (Mukhammad)’ 등으로 불리우고, 중국어권에서는 성자는 ‘穆罕默德 (Mù hǎn mò dé)’으로, 일반 사람들은 ‘买买提 (Mǎi mǎi tí)’으로 불러야만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을까. 한국보다 더 많은 영향력은 갖고 있는 아랍권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렇게 알고 있는 것이 없다.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이 이름 마호메트 또는 모하메드는 무함마드를 영어로 쓴 것을 번역한 표현한 것이라는 정도, 그리고 이슬람의 예언자였다는 것이며, 아브라함, 노아, 모세, 다윗과 같이 구약성서에 나오는 선지자이다.

다시 “니 하오”, 차별 논란으로 돌아와서.. 칭챙총도 아니고, “니 하오” 같은 중국인사마저 아시아인에 대한 타자화나 차별이라고 규정한다면, 한국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 꺼내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 방송에 등장하는 외국인들은 민족주의에 기반한 동화주의로 하여금 김치와 같이 매운 음식부터 시작해서 한국인들 일부도 꺼려하는 청국장이나 삭힌 홍어와 같은 발효 음식을 반강제로 먹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알려지거나, 영향력 있는 국가라고 여기는 것인데, 지금의 사드, THAAD 논란과 맥을 같이하여, 한국은 미국에 의해 식민지와 전쟁에서 겨우 벗어나 한국전쟁을 통해 분단을 겪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라는 세번의 독재, 그리고 네번의 IMF(1차 : 1964 2차: 1974 3차: 1982 4차: 1998)를 겪고, 해외여행자유화가 된지는 고작 만 27년 밖에 안 된 아시아 끝의 작은 나라이다. 최근에서야 ‘유튜브’와 같은 미국 인터넷 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싸이’와 같은 스타와 삼성의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이 한국이 국제사회에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유엔사무총장 반기문이 한국인인지 아닌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많은 한국인들이 코피 아난 전-유엔사무총장이 가나인인지 모르는 것과 더불어 유엔사무총장은 특정 국가를 대표하는 직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07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위원장 레지 드 구테)는 ‘한국 사회의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한국이 실제와는 다른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짜로 ‘교육, 문화, 정보 등의 분야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내에 사는 모든 인종.민족.국가 그룹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의 증진을 위한 인권 인식 프로그램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민족.국가 그룹들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정보들을 초.중등 학교의 교과목에 포함시킬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했다.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당사국(한국)이 민족 단일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 영토내에 사는 서로 다른 민족.국가 그룹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의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뒤, `순수혈통’과 `혼혈’과 같은 용어와 그에 담겨 있을 수 있는 인종적 우월성의 관념이 “한국 사회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는 데 유의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위원회는 “조약 관련 규정에 따라 인종적인 동기에서 저질러진 형사 범죄를 금지.처벌하는 특별한 법적 조치들을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이와 관련, 위원회는 “인종 차별 행위들을 처벌하는데 활용 가능한 현 형법 조항들이 한국의 법정에서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것에 우려를 갖고 주목한다”고 말하고, 한국내에서 인종 차별 관련 진정이 없는 배경과 관련해 ▲관련 법제의 미비 ▲법적 구제 가능성에 대한 인식 부족 ▲기소 당국의 의지 부족 등이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및 이를 위해 경찰관, 변호사, 검사, 판사를 포함해 형사 사법 체제내에서 일하는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특별 교육을 제공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한겨례 기사, ‘유엔, 한국 ‘단일 민족국가’ 이미지 극복 권고’
인용: http://www.hani.co.kr/a…/society/society_general/229825.html) ([국문]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최종견해 (2007): http://upr2012.tistory.com/29)

이러한 유엔의 권고는 한번에 그치지 않았다. 2012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인종차별철폐협약 이행상황을 심의하는 회의에서 공익인권법재단의 변호사들로 이루어진 NGO ‘공감’의 보고서를 참가토록 하였고, ‘인종차별적 외국인 혐오발언이 공개적이고 조직적으로 표출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과 ‘위원회에서 수차례 권고를 하였음에도 인종차별철폐협약에서 정의하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정의가 한국법에 없고,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이나, 인종차별이나 혐오에 기반을 둔 범죄에 가중처벌이 없는 법 제도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한국 정부 심의에서 “차별 별로 없다”는 정부 발표에 위원회는 조목조목 지적했다. (“인종차별 별로 없다”는 정부에 유엔이 내린 권고는? – 인종차별철폐위원회 2012 대한민국 심의 관련 NGO 대응활동: http://withgonggam.tistory.com/922)

다시 “니 하오”의 문제로 돌아와서 흥미로운 것은 브리즈번의 한 한식 레스토랑 이름이 ‘니 하오’이며, 오너의 국적을 알 수는 없지만, 짜장면을 비롯한 메뉴들을 미루어볼 때, 한국식으로 조리된 중국음식을 파는 한국식 레스토랑이란 것이다. 만약 “니 하오~”같은 중국인사가 차별이라면, 이런 것도 차별금지법에 의거해 처벌해야 하는 것일까? https://www.yelp.com.au/biz/ni-hao-brisbane

2009년 7월부터는 인도네시아에서 인구 6만의 소수민족 찌아찌아 족에 한글 수출을 시작했고, 2010년 7월부터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찌아찌아족 한글 사용을 공식 승인, 같은 달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다바오시와 볼리비아에서 인구 200만의 아이마라 족이 시범 교육이 시작되고, 2012년 10월부터는 호주의 동북쪽 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의 콰달카날주에서 인구 5만의 토착민족인 카리족에게 시범 교육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언어에 대한 ‘한글 수출’이라는 단어로 ‘국위선양’을 말하는 한국인들을 볼 때면 이 사람들이 1000년쯤 후에도 “우리가 너흴 도와준거야”라고 말할 한국인들이 떠오른다.

내가 베를린 처음 왔을 때, 참 고맙게 느껴졌던 것은 “나 아직 독일어 잘 못해”라고 이야기 했을 때, “괜찮아, 나는 한국어 아예 못해”라고 미소를 화답했던 친구들이다. 그런 경험을 가진 입장에서 언어 능력 때문에 상대를 불쾌한 존재로 보는 것, 또한 도덕적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니 하오”가 인종차별이라면, 영어를 우선시 하는 풍조 또한 영어제국주의, 사대주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지 않을까. (https://en.wikipedia.org/wiki/Linguistic_imperialism…)

한편으론 일본기업으로 인식되고 싶어했던 이건희 회장이 또 다시 상기된다. 한국이 중진국이라고는 하지만 중진국이라는 것은 모호한 개념이고 엄밀히 말하면, 한국은 국제적 영향력이 낮은 제 3세계 국가 맞다. 그런 한국이 예전보다 돈 조금 벌었다고,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되길 거부하거나 하대하고, 타자화하며,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같은 것들을 보면, 아니 헤겔이 말한 인정투쟁, Anerkennungskampf가 바로 여기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주체의식은 아직 어려운 이야기 일까.

2015년 통계에 의하면, 독일 인구는 약 8천만인데, 그 중에 한국인은 약 3만명 정도 밖에 안 된다. 반면 터키이민자는 벌써 3세대, 4세대가 나왔고, 인구가 800만명이 넘는다. 단순한 인구통계만 보더라도 독일에서의 한국 영향력은 작을 수 밖에 없고, 한국인에 대한 인식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독일에는 스페인 디아스포라, 그리고 히스패닉계나 폴란드, 이탈리아, 로마니아, 그리스계 등이 북미, 영국처럼 영어권 거주자 보다 많으며, 참고로 특히나 독일의 남부, 그리고 이탈리아의 사우스 티롤은 오랜 독일지역이었기 때문에 독일어-이탈리아 구사자가 많다. 베를린 인구에서도 이탈리아 인구는 물론 이탈리아 식당 비율이 상당히 높은 이유가 그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반면 정치적인 이유로 하여금 북한은 남한보다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에게 “두 유 노 싸이/김연아/박지성/김치?” 등의 질문들을 던지는 이유는 일종의 열패감이기도 하다. ‘한국을 알려야한다’ 내지는 ‘한국을 알아야한다’는 오히려 국가주의, 민족주의적인 관점으로 100여년 전, 조선을 식민지화 시키던 일본이 탈아입구를 열망하던 것과 같은 기제에 불과하다. 한국이 좋은 국가라면, 묻지 않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다들 알겁니다. BBC에서 한국인들이 자조적으로 자국을 부르는 헬조선을 보도 하지도 않았지 않을까.

한국인으로써 겪는 차별에 대해 아카이브 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의미있고, 좋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프로젝트라 생각되어 응원한다. 하지만 차별에 대한 정의조차 이해가 부족한 사례들이 인종차별 사례로 소개가되어 독일어로 출판된다면, 독일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다수의 아시안을 중국인으로 인식하고, 한국인에게 “니 하오”라고 하는 것은 ‘문화적 무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문화적 무지’가 불쾌감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무지’를 ‘차별’이라고 규정지으려고 한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타인들을 향한 편견을 먼저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세상에는 지혜로운 사람도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의 바르고 정직하고 친절하고 착해요. 하지만 못된 사람도 있어요. 시끄러운 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끄러운 것을 못 참는 사람도 있어요. (…) 똑같은 일에도 어떤 사람은 웃고 어떤 사람은 울어요. (…)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모두 달라요. 어떤 곳에서는 맛있게 먹는 요리를 다른 곳에서는 먹기는 커녕 만지지도 않아요. 어떤 나라에서는 맛있게 먹는 음식이 다른 나라에서는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기도 하지요. (…) 사람들은 아주 복잡하고 이상한 계급과 지위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계급과 지위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모두 지구에 살면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햇살을 받지요. 그리고 언젠가는 모두 죽어요.” ㅡ 피터 스피어의 <온 세상 사람들> 중에서..

+ 의문점: 해당 구글독스에 실린 사람들의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인과관계를 알 수 있는 자세한 서술은 없고, 막연히 “나(우리)를 조롱했다”라는 식으로 소위 말하는 ‘(인터넷의) 카더라’식 증언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사실상 증언으로서 효력이 인정 될 수 없거니와 이렇게 인과관계를 따질 수 없는 이런 사례들마저 차별로 규합한다면, 이 프로젝트가 의도한 차별과 아주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설마 이 프로젝트 진행자가 ‘피해자 중심주의’같은 비논리적인 유사과학을 가져오진 않겠지. 개인적인 견해로는 사례들의 서술 능력이 인터넷의 ‘카더라 통신’과 같거나 그보다 못해서 실망인데, 차별에 대한 아카이브및 프로젝트를 만들기 전에 어떤 프로토콜이 있는지가 있긴한가 의심스러울 정도. 한국인 유학생, 여행객들의 국어 수준이 이정도란 말인가.

 

 

ㅡ 2016년 8월 22일 오후 7시 3분, 독일 한인유학생들의 인지능력과 서술능력에 참담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