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에는 처음이네요. ‘베를린의 노동절과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공유경제의 그림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오늘의 교육>에 기고한 스웨덴과 독일의 정치교육에 관한 글은 아직 게제시점 약속이 있으니 가능해질 때 공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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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로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던 그 때, 내게 기고를 제안해주셨으나 나의 관점이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니 루쉰 선생이 혁명운동을 하는 문필가이자 사회운동가, 그리고 아내인 쉬광핑에게 보낸 편지가 생각나서 노력해보겠다고만 이야기 드리고 더이상 답을 드리지 못했다.
늘 술을 들이키고, 잡념에 빠지고, 작은 메모들을 끄적거리고, 그것들을 한구석에 쌓아두기만을 하다 이번 노동절 하루 전날 친구들과 ipse에서 가장 좋아하는 디제이중 한명인 Phon.O를 즐기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 이렇게 혼자 좋아도 되는걸까..”
파티가 끝나고, 잠시 지쳐 허공을 바라보다 구석에서 혼자 짧은 잠에 들었다. 정신을 차리니 고맙게도 그가 우리에게 인사하기 위해 찾아 다니고 있었다. (크ㅠ 고마워ㅠ)
각설하고, 여전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글이지만, 앞으로 나누기 위한 마음으로 썼다. 함께 즐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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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말은 늘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릅니다.
왜 그러한지는 <외침>에 쓴 것처럼 자신의 사상을
남에게 전달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전달하고 싶지 않은가 하면,
나의 사상은 너무 어둡고, 스스로도 정확한지 어떤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ㅡ 쉬광핑에게 보낸 편지.
<양지서> 1집 편지 24.
ㅡ 이하 내용: 그러나 해당 페이지를 방문하셔서 읽으시길 권합니다.
공유경제의 그림자: 베를린은 디즈니랜드가 아니다
베를린을 향한 당신의 다음 휴가 계획을 위해 아파트 렌트를 찾고 있다면, 그 생각을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번 노동절을 기점으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임대인이 단기 방문자에게 임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베를린시가 에어비앤비(Airbnb)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를린, 에어비앤비를 금지하다
이 법을 어겼을 때 실질적인 벌금은 10만 유로(약 11만3천 달러; 약 1억3천만 원)로 임차하는 손님이 아니라 임대인에게 부과한다. 물론 아직 여기에는 휴가용 아파트 임대를 허용하는 몇몇 허점들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천문학적으로 늘어가는 에어비앤비와 다른 단기 임대 웹사이트들에 충분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베를린의 전반적인 거주지 부족 문제는 법 개정을 유발할 정도로 충분한 사유가 되었다. 장기거주를 원하는 세입자들 대신에 수익성만 따지며 단기거주 임대만 찾는 임대인들에게 독일의 임대법은 다른 유럽국가에 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이 되었다.
성장하는 도시에서 저렴한 아파트를 구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휴가용 아파트들은 도시의 주요한 지점들을 점령하기 시작했고, 거주민들의 주택시장은 냉각되기 시작했다. 휴가용 아파트 수는 몇이나 될까? 최근 기사에 따르면, 총 190만 개의 주택지에서 14,393개의 휴가용 아파트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를린의 조치는 상당히 늦었지만, 환영할만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난 6년간 새로 거래되는 임대 주택의 집세가 최소 15%에서 많게는 30%까지 올랐는데, 에어비앤비가 그 주범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에서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독일은 공유경제가 통하지 않는 나라’라며 힐난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에어비앤비가 정말 ‘공유경제’를 의도하고 있다면, 지금 에어비앤비가 일으키고 있는 베를린 주택시장 교란과 탈세라는 금융범죄를 전제로 하는 불법 숙박업에 대한 답변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에어비앤비, 주택시장 교란 그리고 탈세
다주택 소유주들과 부동산업자들은 다가구 주택을 사들여 에어비앤비를 목적으로 개조해 조직적으로 숙박업을 하면서 조금의 세금을 내지도 않는다. 이 에어비앤비들은 주택공급이 부족한 베를린 시장에서 장기임대를 원하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더 비싼 가격으로 단기임대를 하므로 베를린의 임대주택 시장의 평균 시세가 급속도로 상승하게 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원거주민이 거주권을 위협받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탈세는 자본이 사회에 환원되지 않고, 일부 사람들이 자본을 독점하는 심각한 금융범죄이기 때문에 ‘공유경제’라는 말이 허구에 불과해 보인다.
개인적 목적으로 주택을 에어비앤비에 제공하더라도 이는 여전히 논쟁적이고, 위험한 부분이 있다. 원거주민들이 기존의 경제활동이 아닌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는 경제활동에 수입을 의존하지 않고서는 소득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것은 분명 그 사회의 경제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법적인 소득이 용인될 경우 이후로는 탈루·탈세뿐 아니라 불법적인 금융사업이 뒤따를 수도 있다.
개인적 목적의 에어비앤비 폐해가 바로 서브-렛(Sub-let)이다. 서브-렛은 본래 세입자가 또 다른 세입자에게 임대인과 거래한 계약과는 별도로 이중으로 세를 주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이 단계에서 세입자가 2차 세입자에게 더 많은 월세를 요구하고, 본인은 실질적으로 거주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부당 이익을 편취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진다.
게다가 서브-렛의 과정이 합법적인 계약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1차 세입자가 2차 세입자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부당한 대우나 계약위반 심지어 강제로 물리적 퇴거를 하더라도 2차 세입자가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서브-렛을 통한 부당이익과 소득활동에 대한 탈세는 명백히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한, 서브-렛 이외에 쯔비쉔(Zwischen)을 통해 단기 임대를 하는 세입자들이 거주지 등록은 못 하게 하면서 주로 관광객들에게 시세보다 비싼 임대료를 받고, 여름용 휴가 주택을 운영하는 숙박업자들이나 서브-렛 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에어비앤비가 베를린에서 공유경제를 주도한다는 주장들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거주지 등록을 하지 못하면 실제로 거주한다고 보기 어려운데, 아무런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쯔비쉔이라는 거주민이 휴가 등의 사유로 집을 비우는 동안, 타인에게 소정의 금액을 받고, 거주민의 방, 혹은 집을 임대를 하는 문화가 있다.
베를린에 몰려드는 난민들의 거주지 문제
이렇게 베를린 주택시장이 혼란을 겪는 가운데 베를린시는 책임감을 느끼고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다. 관용과 다문화의 도시로서 밀려드는 난민들에 대한 거주지 해결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고심하던 베를린시가 꺼내 든 카드는 베를린의 자랑인 템펠호프 공원에 난민수용시설을 건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베를린 시민들은 이에 반대했다. 집단수용시설이 난민들을 베를린의 새로운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이들을 분리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고, 뒤따르는 문제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명하게도 시민들은 이 문제를 에어비앤비 문제와 함께 풀고자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에어비앤비 숙박업소를 적발하여 난민들에게 임대하자는 의견에 지지를 보냈다. 그럼으로써 난민들을 베를린의 새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서, 부당이익을 취하며 탈세를 하는 에어비앤비 불법숙박업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가 기존 이민자들에게 해오던 것처럼 난민들에게 언어 습득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응 기간을 준다면 결과적으로 난민들은 독일 사회에 경제적으로 편입되고 기여할 수 있지만, 에어비앤비 불법숙박업자들은 탈세하며 부동산 시장 교란을 가중화해 원거주민의 거주권을 위협할 뿐이다.
국제 관광도시로서의 베를린
에어비앤비 등장 이전에도 독일 통일 이후 10여 년간 많은 예술가와 거주민이 베를린을 현대미술과 도시문화가 조화로이 작동하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도시로 발돋움하는데 힘을 쏟았다. 이후 베를린은 10여 년간 주목받는 국제 관광도시로 도약하면서 더욱 많은 사람이 밀려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베를린에는 공식적으로만 연간 130여 개 이상의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으며, 특히나 여름에는 오픈 에어(Open Air), 야외 음악 페스티벌들이 연달아 있어 베를린을 상당수의 유럽 관광객들이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의 ‘장기간 휴가’를 즐기러 오는 편이다. 하지만 이 장기간 휴가가 역설적으로 월세를 폭등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독일의 임대법상 임대인이 월세를 올리려면 세입자와 합의를 해야 하며,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임대인 혼자만의 결정으로 올릴 수 없다. 그나마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더라도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데, 임대인들은 이를 이용하여 ‘6개월 단기세입자와 장기 휴가자’만을 상대로 임대해 월세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대인들이 지역 거주민들의 전통을 가진 슈퍼마켓 등 삶의 터전인 곳들과 문화 중심지들에 법률적 퇴거 소송전을 벌이며 갈등이 발생했고, 원거주민들이 주도하여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반대하는 운동이 벌어졌다.
마이페스트와 베를린 시민들의 노력
2003년 베를린에는 경찰 폭력에 반대하기 위해 조직된 노동절 문화 페스티벌인 마이페스트(MyFest)가 등장했다. 베를린 로컬 뮤지션들과 세계의 유명 뮤지션들이 거리에서 공식적으로는 10여 개, 비공식적으로는 최대 40~50여 개의 무대에서 노동절에 연대하는 문화행사를 시작했다.
마이페스트를 통해 많은 시민이 평화적으로 시위와 문화공연 등을 사유하고, 향유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노동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경찰은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마이페스트의 등장은 새로운 베를린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였던 만큼 마이페스트는 국가위원회로부터 폭력과 범죄를 예방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에 ‘예방상’을 수상했다.
마이페스트(MyFest)는 독일어의 5월(Mai)과 영어의 나의(My)가 동음이의라는 것에 착안해 지은 이름으로 베를린의 노동절을 대표하는 축제이자 시위이며 지역 중심의 문화 운동이다.
하지만 마이페스트는 하루 최대 25만 명이 찾는 페스티벌로 변모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이페스트가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오면서 노동절에 시민들이 요구하는 정치적 목소리는 줄어들고, ‘하룻밤의 페스티벌’로 전락했으며,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중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거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마이페스트를 통해 노동절을 함께 사유하고 향유하는 게 기쁜 마음이라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며 ‘CDU(집권우파정당)의 페스티벌’, ‘부자들의 페스티벌’이라 비판을 했다.
수년간의 비판과 토론 속에서 결국 마이페스트는 거주민의 의견을 더욱 수용하겠다며, 2016년 초 “더 많은 정치를, 더 적은 방문자를(Mehr Politik, weniger Besucher)”이라는 목표를 언론에 발표했다. 공식 무대를 6개로 축소하였으며, 그중 하나는 정치적 발언을 중심으로, 더 많은 지역민의 목소리가 닿도록, 그리고 로컬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법률 개정에 베를린 원거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다
물론 이번 법률 개정은 일부 임대인들이(서브-렛을 하는 세입자까지 포함해서) 이것으로 이익을 얻고 있지만, 베를린에서 거주할 보금자리를 찾으려는 많은 사람에게 환영받을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늦은 밤 클럽·파티문화를 즐기는 관광객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용은 컸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 되었다.
하지만 파티 관광에 문제가 없는 지역에서 단기 아파트를 임대하는 많은 임대인은 법의 변화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상원의 판결은 집을 찾기 어려워지는 도시의 전반적인 정서를 반영해 판결을 내린 것이고, 만족할만한 결과와 함께 이제 베를리너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되돌려 받기를 원한다.
2016년 2월, 에어비앤비에 등기된 단기 임대 아파트는 11,000여 개에 달했지만, 법이 시행된 후 3월, 그 숫자는 6,700여 개로 하락했다.
이 새로운 법률에 관한 뉴스는 베를린의 홈스테이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의 거주공간의 50%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대인은 지역 자치구를 통해 단기 임대 허가를 공식적으로 신청할 수도 있다.
다만 이들의 지원서는 아파트 단기임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세심하게 조사되어 거부될 것이다. 이런 절차로 승인된 임대인들도 지역 평균 임대료보다 비싼 임대료로 임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급증하는 관광객들의 숙박료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이 될 것이기도 하다.
이것이 다소 위압적이거나 과감한 선택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베를린에서는 절대다수가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시에 따라서는 주택을 투자 자산으로 볼 수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하고 있는 베를린의 경우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통과된 것은 2014년이었으며, 베를린의 임대인들에게는 영구 거주자를 찾거나 자신의 임대주택을 매매할 수 있도록 2년간의 유예기한을 줬기 때문이다.
법안이 가져올 효과를 기대하며
지난 몇 달간 이러한 법적인 변화를 앞두고 휴가용 주택에 대한 임대료가 빠르게 동결되는 효과가 있었다. 앞에서 본 것처럼 2016년 2월만 해도 에어비앤비 베를린에는 11,000여 개의 아파트가 등록되어 있었지만, 3월에는 6,700개 수준으로 하락했다. 상업적 사용을 목적으로 임대를 추구하던 곳들은 같은 기간 동안 2천여 곳에서 1천여 곳으로 더욱 빨리 감소했다.
하지만 휴가용 임대주택의 감소가 장기 거주자들을 위한 주택의 증가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다. 베를린시는 현재 몇 달 내로 1천여 개의 신규 장기 임대주택들이 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새로운 법안에 따라 1만여 개의 장기 임대 주택이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법이 적용되면서 진통도 예상이 된다. 소문에 의하면 휴가용 임대 주택업자들이 그렇게 쉽게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베를린시는 이 법안 외에도 다른 무기를 갖고 있다. 향후 10~15년간 5만여 개의 새로운 아파트를 지을 것이다. 이는 최근 10년간 급속도로 늘고 있는 베를린 인구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효과가 모호했음에도 제약받지 않는 부동산 정책과 임대료 상승에 대한 임대법을 끊임없이 강화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베를린에서는 앞으로 더욱 저렴하게 주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가치가 있다.
- 수많은 논란 속에 올해 마이페스트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달 전에는 나왔어야 할 프로그램 플랜이 불과 노동절 사흘 전까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