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이 정신분열증이란 것을 왜 간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서구에서는 정신질환자, 그 중에서도 특히나 편집증적 정신분열증자가 벌인 살인사건에 대한 판례가 많은 편인데, 대개는 살인범이 쾌락을 위해 살인하지 않았다는게 증명되고, 동기가 정신분열 때문이라고 판결나면, 사형은 커녕, 징역도 보내지 않고, 병원에 치료감호 시킨다. 때문에 살인죄에 대해서 아예 무죄판결이 나는 경우도 있다. 대신 수 십년 단위의 치료감호거나, 무기감호를 받는다.
너무 결론 지어놓고 몰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정말 나뿐인가?
약 20년 동안의 중증 정신분열증자. 게다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고, 행려병자와 다를바 없이 지내던 살인범. 그 살인범이 경찰에게 진술한 몇 마디. 그 진술을 경찰로부터 전해들은 기자가 쓴 살인범에 대한 정보 몇 줄. 그것만 가지고 바로 여성혐오가 범죄동기라고 진단 내린 서천석씨. 다들 서천석씨 주장만 보고, “전문가가 맞다고 하니까 맞는거다” 식의 주장을 하는데, 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그래, 모두가 저 살인범이 정신분열증자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정신분열증자가 “여자가 날 무시해서”라는 진술 한마디까지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정신분열증자의 말을 전적으로 수용해 여성혐오가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정신분열증자의 말을 그대로 납득하기 어렵다. 어떤 정신분열증자가 “이게 다 주님 때문이야!” 라고 한다고해서 우리가 기독교 교회들을 둘러싼 불신과 혐오에 대해 각성을 촉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프로파일러, 오윤성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혐오를 너무 강조하는 것이 사건의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별개로 나는 서천석씨가 어떻게 저런 방식으로 정신분열증자에 대한 심리를 하는지 그 새로운 심리기술에 대해 학계에 보고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술이 한국인 특유의 관심법은 아닌지 의심스럽지만, 그 부분은 서천석씨가 학계에 보고해야겠지.
아무튼 사람들은 정신분열증자가 진술한 몇마디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혐오하더라도 상대를 향해 무자비한 칼날을 휘두르지 않음에도 사람들은 정신분열증자의 정신분열이 아닌, 여성혐오가 범행동기였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아무리 누군가가 혐오스러워도 칼을 휘두르지 않는다. 또한, 모든 정신분열증자가 피해망상 장애에 빠져있다고 해서 살인을 하진 않는다.
+ 공교롭게도 나는 지금 정신병원 불법감금, 강제입원을 다루는 <추적 60분: 7년간의 감금, 나는 미치지 않았다>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