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살인의 동기가 밝혀지기 전 우리가 고민해야할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한정 되어있는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벌써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렸거나 너무 많은 의견을 낸 상태라 생각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살인범의 정신병력이 드러났고, 여성을 특정했다고 이야기 했다지만, 이것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신병력의 문제인지,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현상으로 이루어진 범죄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하고, 예리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살인범의 동기가 여성혐오 때문이라면, 여성혐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해결방안일 수 있겠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이 사건을 둘러싼 우리의 해석은 더욱 끔찍한 길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사회의 벌어지는 일상적인 여성차별과 혐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는 사회전반에서 노력하여야할 지점이다. 그러나 내가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것은 경찰이 발표한 내용중 ‘2008년 여름부터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이래 2008년 수원 모 병원에서 1개월, 2011년 경기 부천 모 병원에서 6개월, 2013년 충남 조치원 모 병원에서 6개월,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서울 모 병원 6개월 등 4번 입원치료’라는 것이다.

내가 놀란 점은 입원치료 횟수와 기간(너무 잦은 거주지 이전, 불안정한 거주지가 이상한 것은 나뿐인가?). 아는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신병원 입원은 보통 2개월로 하고 있으며, 치료를 목적으로한 입원은 대개 3개월을 초과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3차례나 6개월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라면 심각한 중증 정신분열환자라는 것이다.
(물론, 입원 최대기간은 법적으로 6개월이지만, 최근 법 개정을 통해 3개월로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병원은 감금죄로 처벌하기로 하였다. 그 이유는 인신구속이나 마찬가지인 폐쇄병동 입원 중, 행려자를 제외한 강제입원이 가족이나 친인척 등의 사적인 과정에서 결정되고, 이의제기 장치가 사실상 없는데, 지자체 심판 위원회가 치료내용에 그다지 관여하지 않으면서 6개월마다 기계적으로 퇴원이냐 연장이냐를 심사만한다. 이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퇴원 신청자의 5%만이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기 때문.)

일단 정신분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한데.. 정신분열은 갑자기 등장한 검색어인 싸이코패스와 완전히 다르다. 정신분열은 기본적으로 망상장애를 갖는데, 이중 피해망상이 일반적인 경향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살인범이 자백한대로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은 확실하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 살인범은 3월말 가출하면서 임의로 치료를 중단한 상태라고 하는 지점에서 나는 정신분열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조금 더 기울게 되었다. (정신분열증자는 감정을 느낀다. 그 말은 즉 죄의식 또한 느끼는데. 내 생각에는 살인범이 벌써 죄의식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면 살인범은 경찰에게 여성을 혐오했음을 말했음에도 기자의 질문에는 일체의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물론 이 살인범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시킬 논리 또한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정신병과 달리, 정신분열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환자가 스스로의 문제를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아무 문제 없어보이지만, 재발률을 기록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 재발은 거의 확실한 병이다. 투약을 중단할 경우, 1년 후의 재발률은 약 70%에 육박하며, 지속적으로 항정신성약물을 투여 할 때도 30~ 40%의 재발율을 보인다. 하지만, 25~30년의 치료 추적기간 동안의 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1/3만이 회복 또는 증상이 소실된 병이고, 그 밖의 환자는 주증상이 지속되고 있거나 여전히 입원치료를 하고 있는 병. 때문에 정신분열증은 보통 333룰로 대변되는데, 전체 환자의 3분의 1은 약물과 상담 치료만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지고, 다른 3분의 1은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병원을 주기적으로 들러야만하며, 나머지 3분의 1은 약조차 듣지 않아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고, 심하면 병원입원조치를 반복해야만 한다.

원인 또한, 선천적, 후천적으로 규명하려 신경정신학계에서 노력하고 있음에도 원인을 유추만 할 수 있을 뿐, 정확한 실체를 알 수 없는 병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금의 정신분열 약들은 실제로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신체적, 정신적 동기를 떨어트리는 효과를 갖는, 일종의 사회적 감옥에 넣는 수준이라 말하여도 과한 비유라 비난할 수는 없다. 현재 정신분열증은 정부에서 희귀성, 난치질환으로 등록하여, 특별관리대상으로 두고 있는 그런 질병.

이택광 선생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미국 버지니텍 총기난사 사건의 조승희도 “여자가 나를 무시했다”라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희생자들은 남녀가 따로 없었다. (정신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는 조승희에 대해서 신경정신학자들은 편집증적 정신분열일 것이라 의견을 모았다) 살인범에게 칼이 아니라 총이 범인에게 들려 있었다면, 조승희와 마찬가지로 힘 없는 여성 한 명을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 살인을 벌였을지 모른다.

때문에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여성혐오만으로’ 범행동기를 단정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신분열증환자가 망상장애, 피해망상을 보이며, “링컨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보고, 환자의 정신분열이 링컨을 말미암아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존파가 부자들을 원망하며, 살인을 하고 인육을 먹었을 때, 우리는 부자들이 밤길을 조심해야할 것이라 말하지 않았다. 또한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분노표출을 하려는 사람들을 사회적 불만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격리하려하지 않았고, 이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할 방법을 전사회적으로 고민했다. 이외에도.. 정신분열은 재발 1~ 2주 전에는 재발징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경찰수사과정 이외에도 신경정신학자가 이 부분에 대한 심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어제 한국과 일본의 문화, 정치에 대해서, 베를린서 조직되는 세월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참여하는 독일 친구와 이야기를 했는데,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로만 보기 어려운 불편한 공백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 즉, 피해의식과 피해망상, 분노를 절제하지 못한 것이 동기가 된 사건들이 급격히 압축성장 한 나라에서 두드러진다는 것인데, 일본은 80년대, 90년대부터 겪고 있으며, 아직 해결 방법을 못 찾았고, 지금 홍콩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이제 그런 일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존파를 포함할 수 있지만, 빈도 측면에서 2000년 이후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의 개인주의적인 사회와 달리 집단주의적인 사회다. 이 사회가 행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 폭력. 한국의 집단주의 사회가 개인의 자존감을 무너트리고 있다. 자존감을 잃은 사람들이 다른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극단적으로 이번 살인사건처럼 타인을 향한 잘못된 분노를 터트리는 비극이 되고, 또다른 극단으로는 일개 연예인에게 역사적 사실을 몰랐다며, 대마초를 피웠다며, 연애를 숨겼다며, 타인을 배려하지 않았다며, 어떤 도덕적 잣대를 들이내밀고, 질타하고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1년 365일, 집단주의의 광끼, 분노의 카니발. 타인의 잘못을 찾아 광장에 매달고 전시하고, 비난하고 있다. 무엇이 원인이었는지가 아니라 누구의 책임이냐를 강박적으로, 한편으로는 도착증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살인범의 동기여부가 무엇이던, 이번 일은 한국사회의 일상적인 여성차별과 혐오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를 분노의 카니발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인지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고통스러운 사건들이 단순히 전시되는 것만으로는 바뀌지 않기에 사람들에게 변화의 동기가 주어지고, 함께 사는 공동체라는 인식이 생기길 바라본다. 범죄와 차별, 혐오에 대한 이 분노가 대립항을 만들거나 방향을 잃지 않길. (그녀가 겪었을 극한의 공포를 생각하니 손발이 떨리고, 잠을 이룰 수가 없다)

ㅡ Am Tag, als Conny Kramer starb 중.. 일부…..

Am Tag, als Conny Kramer starb
코니 크라머가 죽던, 그 날
Und alle Glocken klangen
모든 종이 울려요
Am Tag, als Conny Kramer starb
코니 크라머가 죽던, 그 날
Und alle Freunde weinten um ihn
그리고 모든 친구들이 그를 위해 울었죠
Das war ein schwerer Tag
정말 힘든 날이었어요
Weil in mir eine Welt zerbrach
왜냐면 내 안의 세계가 부서졌거든요

Beim letzten Mal sagte er
마지막에 그는 말했어요
“Nun kann ich den Himmel sehen”
“마침내 지금 하늘을 볼 수 있어”
Ich schrie ihn an: “Oh komm zurück!”
내가 그에게: “오 돌아와!”라고 외쳤죠
Er konnte es nicht mehr verstehen
그는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었어요
Ich hatte nicht einmal mehr Tränen
나는 더이상 눈물을 흘릴 수 없었죠
Ich hatte alles verloren, was ich hab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었어요
Das Leben geht einfach weiter
삶은 계속 될거에요
Mir bleiben nur noch die Blumen auf seinem Grab
나는 그의 무덤 위에 있는 꽃들과 머무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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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본 글은 살인범의 동기가 밝혀지기 이전에 작성된 글 입니다.

ㅡ 본 글은 직썰에도 편집되어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