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살인범의 동기

강남역 살인사건에 5명의 범죄심리전문가들이 2차례 심리한 결과나 사건을 지켜보던 범죄심리학자, 프로파일러들이 정신분열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오히려 여성혐오에 기인한 살인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이 쏟아져나오게 된 것에 경찰에 책임이 있다고 한다. (정신분열이 아니라 신경증이나 도착증, 또는 분노조절장애였다면, 정신질환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과 여성혐오는 다른 것인데도 여성을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혐오범죄라고 단정짓고 시작하던 사람들은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할텐가. 정신분열증자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는 사회를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사회에 여성차별이나 혐오가 만연하다고 해서 뭐든지 이런 식으로 가져다 붙이면,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바로 잡히기는 커녕 오히려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시선들만 가져오게된다. 경희대 서정범교수 명예살인사건이 생각나는건 나뿐인가. 그 때도 운동에 누가 될 수 있다면서 끝까지 사과를 안 했었다. 앞뒤를 따져보지도 않고, 결과를 정해놓고 감정적으로 다가서는 이런 주장들이 대체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별개로 지금 정신보건의 구조적 폐해로 법을 개정하려는데, 정신질환자를 구속하는 대책만을 내세우는 경찰서장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순간만 모면하려는 작자들이 법을 집행하고 있다는게 이런 사건을 더욱 방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성혐오와 차별을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으로 가야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나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서 혐오론자들과 같은 논리로 상대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행동들이 분노를 일으키지만, 나는 혐오론자가 아니고, 그들의 베푸는 배려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져야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때문에 내가 평소와 너무도 다른 주장을 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는 친구들 때문에 나 또한 마음이 아팠다. 며칠 고민을 하며 친구들에게 마음이 아플 때는 무엇이 좋을까 조언을 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페미니즘이 당연히 사회의 기본 가치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위해 없는 사실을 그렇다고 말 할 수는 없다. 목적에 동의하고, 함께 연대한다는 이유만으로 논리적으로 결함있는 방법론을 지지할 수는 없다. 한국과 멀리 있다고 당신이 뭘 아냐며, 또 남자인 당신이 무엇을 아냐며 논점과 무관한 말들로 질타하는 것을 듣고만 있어야했다. (내가 여성보호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고, LGBT운동에 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도 빌어먹을 매번 똑같다) 베를린의 친구들은 오히려 내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격려해주었지만, 이렇게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실망이 큰 것도 사실이다.

여성혐오를 끝장내기 위해 얼마든지 언제든지 싸워야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여성을 ‘소수자’라고 말하는 엉터리 여성주의 신문에 신물이 난다. (소수자가 무슨 뜻인지, 한국어도 모른단 말인가) 여성을 약자화 시키지 않고, 남성과 동등한 주체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페미니즘 운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 얼마나 웃지 못할 촌극인가.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학습하려기보다 감정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비위나 맞춰가며, 그저 관심이나 끄는 것에 만족하고, 욕설이나 지껄이는 것이 운동으로 생각한다니 이런 언어도단이 또 있으랴. 페미니즘은 여성의 편익을 추구하거나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주체로 동등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포스터는 베를린의 로컬들만을 위한 유명한 클럽 about blank가 난민들을 위한 베네핏 파티의 포스터.

 

 

+ 물론 정신분열증자를 구속하는 일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하지만 정신분열병이 어떤 병인지, 사람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는 정신보건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다. 신경정신과에 가는 일만해도, 그런 병력만 있어도 그들을 하대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일상다반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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