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유학시 밥솥 문제

밥솥에 대한 질문이 계속 올라와서 케이터링, 워크샵, 그리고 키친클래스를 종종하는 입장에서 간략히 정보를 공유할까해요. 독일에서만 6년을 했습니다..

1. 냄비밥
물론 냄비밥 맛있습니다. 하지만 가스불이 아니라면 숙련자들도 조절하기 어려워서 종종 태워먹거나 설익게 되요. 그리고 가스불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요리와 같이 하다보면 바닥 긁는 일이 왕왕 생깁니다.

2. 독일전기밥솥
독일 전기밥솥을 2년가량 써봤는데, 잘 알려진 Tristar 제품은 보이는 크기와 달리 500그람까지는 밥이 되는편이지만, 그 이상의 양을 하면, 위에는 설익고, 아래는 누룽지 비슷하게 됩니다. 이유는 독일전기밥솥은 아무래도 밀시라이스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죠. 사용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욱 심해지는데, 바닥 부분은 누룽지라고 말하긴 애매모호하지만, 집에서 우리가 먹기엔 그런대로 괜찮아요. 물론 유럽 사람들 중에 누룽지를 아는 사람이 간혹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레스토랑에서는 절대 서빙 불가능해요.

온도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보온으로 바꾸는 센서 때문에 여러번 연달아 밥을 하면 설익는 빈도가 더 늘어납니다. 물론 일반 집에서는 손님들 많이 오실 때 말고는 걸 일이 없겠지만요. 가장 문제점은 사용기간이 지날수록 온도조절센서가 간혹 문제가 생기고, 가열하는 퓨즈가 자주 끊어져서 고쳐줘야 한다는건데요. 하도 갈다보니 1유로에 퓨즈 가는 법을 터득했지만, 여간 귀찮은게 아닙니다.. 저는 한번만 더 고쳐서 국 보관용으로 쓸까해요. 또 고장나면.. 그 때는 파괴기념 비디오라도 찍을까 생각 중입니다.

3. 한국밥솥
결국에 깨달은건 한국의 쿠쿠나 쿠첸같은 한국밥솥이에요.

– 전기밥솥은 아마 여기에서도 자취를 해보신 여러분들이 사용해보셨을텐데 자취하는 이들에게 딱 맞지만, 밥이 오래 보관되지 않습니다. 안에서 마르거나 물이 생기고, 깜박 잊고 며칠 집을 비우면, 밥솥 안에 새로운 은하가 만들어져있죠. 완전 밀폐되지 않기 때문인데, 혼자 자취하기에는 1~ 3인용 밥솥만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 압력밥솥, 역시 한국 압력밥솥이 최고입니다. 가스렌지에서 조리하는 압력밥솥은 독일에서도 팔지만, 여기서는 전기압력밥솥에 대해서만 이야기 드릴게요. 일본에서도 괜찮은 제품이 나오지만, 가격대 성능을 생각하면, 최고는 한국제품이라고 생각해요. 일본 사람들도 한국을 여행할 때, 쇼핑하는 것들 중 하나가 압력밥솥이기도 하죠.

– 가격, 여기서 사기에는 터무니 없이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한국에 주문하자니 세금이 많이 깨지는거 아닐까하고. 결국 저는 12월 말에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10인용 최신 쿠쿠를 지릅니다. 친구 오는 편에 포장을 모두 풀어서 중고라며, 세금을 덜 내는 방법을 택했죠. 10인용 최신 쿠쿠를 12만원이 채안되는 가격에 구했습니다. 물론 저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이어서인데, 여러분이 사용하시면, 3~ 4인용만 사셔도 굉장히 편할거라고 생각해요. 가격을 비교해보면, 쿠쿠가 쿠첸보다 비싼데, 후기들보니까 쿠첸이 잔고장이 조금 있다고 하더라구요. 수리하려면 한국에 보내기 번거로워서 저는 그냥 쿠쿠를 질렀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이..

결론. 한번 샀더니 진짜 밥맛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밥하는걸로 스트레스 안 받아요. 몇 달만 사용하신다면 모르겠지만, 그냥 구매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한번은 일본 친구들과 커리 200인분의 케이터링 일을 할 때, 냄비 6개-가스불로 밥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하루 이벤트는 무사히 끝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평소 시간 여유가 있어도 쉐프들에게조차 매일 냄비밥 해먹으려고 하면, 자꾸 케밥이나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음식에 손이 갑니다. 식비도 더 들고, 건강도 나빠집니다. 결국 기승전-한국압력밥솥이네요.

저도 몇 달 중고를 노렸지만, 살벌한 경쟁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ㅠ 여러분께 도움되는 글이었길 바랍니다. 일하고, 혹은 공부 마치고 집에 와서 혼자 밥 먹는 것도 서러운데, 밥이라도 잘 챙겨먹어야 타지에서 아프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시간이 좀 늦긴 했는데, 다들 맛있는 저녁 식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