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를 때리며, 분열된, 혹은 붕괴된 매갤이 할 수 있는 일

몇 달 내내 매갤을 비판적 지지한다며, 꾸준히 보아왔다. 그리고 많은 분들과 대립을 했는데, 그 분들 중 일부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속적으로 여성권리를 도모하기 위해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로 했으나 대부분의 분들은 ‘여성은 약자,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깨지 못하면서 대화가 단절 되었고, 나는 어느새 맨스플레이너가 되었고, 가해자가 되었다. 메갈리안 현상 이후에 너도 나도 페미니스트를 선언하며, 페미니즘은 실제로 쿨하게 소비가 되었는데, 그 와중에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없이 ‘여성의 권력화’와 ‘여성권리신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고, 심지어 ‘나는 가해자 남성입니다’ 라는 식의 엉터리 페미니즘 신앙간증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정희진 선생님 말씀처럼 이러한 이야기들은 오히려 페미니즘의 독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메갤의 입장은 앞으로 메갤이 페미니즘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혹은 인터넷 놀이문화중 하나가 되는지에 대한 마지노선이 될 것이다. 이것이 정리되지 못하면 메갤 자체가 내부에서 붕괴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남자는 모두 적이다”, “남자는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 같은 글들이 수 백개의 메념을 받고, 반대가 없는걸 보면, 이미 붕괴가 시작된 것 같긴 하다.
* 3세대 페미니즘에 대한 주요 비판이 2세대 페미니즘이 ‘여성만의 운동’이 되어버린 것을 반복되지 않도록 남성, 여성,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등 모든 성을 아울러 연대의 운동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성약자화’라는 관점에서 메갤은 2세대 페미니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지만, 3세대 페미니즘에는 완벽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이 자기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른체 ‘쟁의 없이 구원을 구하고 있을 뿐’이니까.. (…)

 

물론 메갤의 문제는 실제로 페미니스트가 되기는 절대 원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위치가 개선되기 바라는 여성의 이율배반성에 대한 비판은 내부에서 조금도 언급할 수 없다는 점이다. 메갤은 남성우월주의를 비판하면서 정작 본인의 이율배반성은 성찰하지 않는 여성을 향한 분노을 무조건 여혐, 또는 반여성주의라며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성소수자 혐오 문제에서 약자와의 연대를 끊은건 게이 남성들이 아니라, 메갤 여성 유저들이다. 내가 메갤이 서둘러 학습, 조직운동을 해야한다고 이야기를 꺼낸지 몇 달은 되었지만, 소라넷, 여성차별 광고근절과 같은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사실 메갤에서 여성이 주체가되는 운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는 동안 내가 비판하고, 예상했던 일은 조만간 정리할 글에서 드러나겠지만, 어림잡아 생각해보더라도 거의 다 일어난거 같다.

 

이게 끝이면 좋겠지만, 아직 일어날 일이 남았다는걸 아직 모르시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지금 제일 멘붕인건은 메갤이후 너도나도 페미니스트 선언하고, 미러링을 무한 지지한 사람들이 아니라, 젠더학 연구하시는 분들일 것이다. 가슴 아파하시겠지만, 진작에 고민했어야하는 부분을 ‘피해자-여성’ 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무비판적으로 용인했기 때문이다.

 

메갤이 여기서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방법은 내 생각에 딱 두가지 밖에 없어 보인다.
1. 메갤에서 구심점이 되는 분들이 구제할 문화담론으로 학습, 조직운동, 자기비판 그리고 여성이 주체가 되는 운동으로 간다.
2. 구심점이 되는 분들이 지금의 메갤을 떠나, 이름조차 버리고, 지금까지의 문제를 모두 비판적으로 연대기를 정리해 운동과 맞닿게 하는 것이다.

 

1과 2에서 비판이 꼭 필요한 이유는 메갤이 ‘피해자-여성’ 이라는 것을 전제로 모든 것을 무비판 적으로 용인하면서 반페미니즘의 가치(여성권리신장이 아닌, 여성의 권력화)가 메갤의 주요 여론이 되는데도 자정작용을 전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비판적으로 연대기를 정리해 운동과 맞닿게 하라는 이야기는 메갤이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부터 메갤을 특정 목적을 가진 ‘정치결사체’로 보면서 메갤에 비판적 지지를 하였는데, 나의 비판에 메갤은 페미니즘 운동이 아니라며 메갤의 모든 행동을 옹호하시며, 메갤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으신 분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과 2,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현 상황을 타계할 문화담론을 짜내지 못하면, 방법이 없어보인다. 비판에 대한 수용및 자기 비판은 필수이다. (비판적 지지는 3세대 페미니즘의 기폭제였던 ‘폭동소녀 선언문’에서 강조된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메갤의 방향성을 만드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야기 해왔지만, 메갤은 페미니즘이 그렇게 오랫동안 싸워왔던 ‘여성 피해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방향성이 없어 그저 인터넷 놀이문화로 전락하기 쉽고, 문화담론도 짜기 어렵다.

 

나는 이것들이 유일한 답일거라 생각한다. 늦어질수록 대중운동으로서의 그 가능성은 낮아지고, 2015년판 ‘여성의 전화’가 될뿐이다. 여성의 전화가 성폭력 피해여성을 구제하는데는 매우 큰 역할을 했지만, 여성의 전화활동들 다수가 여성의 피해에만 한정되어있었기 때문에 여성의 권리가 특별히 신장된 것은 아니다. 여성들만 모아놓고, 여성주의를 외칠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 성소수자, 무성애와 헤도니스트, 그 모두를 아우르는 ‘젠더의 평등’ 관점이 되지 않는다면, 여성의 권리는 아직도 멀어보인다.

 

* 3세대 페미니즘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2세대 페미니즘의 막바지, 80년대 초반부터 이미 페미니즘은 전쟁반대, 인종차별반대, 시민의 권리, 녹색운동, 성소수자들과 함께 약자와의 연대를 시작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