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갤, 미러링, 충격효과, 맹신자

 

최근 좋아하는 라이엇걸 밴드, ‘완벽한 보지’의 곡을 들으며, 몇 마디 적어 본다. 요즘 페미니즘 기사를 준비하면서 메갤의 충격효과, 미러링은 이제 약발이 다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충격효과를 받아야할 사람들에게 그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여성혐오에 맞서 유대감을 공유할 공동체가 생겼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힘이 될지 모르지만, 그 이야기는 동시에 고립이 되고 있다는 것이기도하다. 우려하던대로 놀이로 전락해버린 메갤의 피해사례들이 거의 모든 커뮤니티에서 투정따위가 되었다. 이들의 트라우마는 미성숙한 방어기제, 어디서든 피해를 받고있다는 생각에 잠기어 구원을 기다리는 퇴행.

 

이제는 오히려 자신조차 잘 모르는 것을 가지고, 아무 것에나 닥치는대로 차별이란 프레임을 씌우는 어설픈 계몽주의를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굳게 믿는 오류가 보인다. 이들의 대화는 전형적으로 감정에 호소하는 아마츄어리즘. 그 자체만으로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고가, 사회와 선을 긋고, 자학하고, 외롭게 고립시킨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험하다.

 

이들은 ‘정의를 구현한다’는 믿음이 자발적인 맹신자, True Believer가 되도록 이끈다. 또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 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 지속적으로 신념화를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세계는 외로운 늑대들과 매우 유사한데,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몰아붙인다는 것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것을 올바른 것, 명예로운 것으로 여겨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

 

지젝의 책 <전체주의가 어쨌다구?>에서 역자 한보희는 “‘민주주의’라는 관념으로 ‘비민주적이거나 반민주적인 우중들’을 ‘민주적 시민’으로 훈육하려는 전체주의적 기획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라 했다. 그의 말을 빌려 이들의 계몽주의를 설명하자면, 이런 이들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전체주의’, 기괴한 관념, ‘민주파쇼’라는 지점과 맞닿는다.

요약: 기사 때문에 여러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을 얻으려면 당연히 메갤 소개를 해줘야하는데, 메갤 이야기만 꺼내면 존나 피로해한다. 한국에는 페미니스트 그룹들이 없냐고 묻는데, 그 사람들이 자기 할 일이 뭔지 알았으면(특히나 문화담론 측면에서) 메갤 같은 현상이 생기지도 않았지, 씨발.

 

 

 

 

+ 포스팅 이하, 추가 댓글 일부

 

메갤이 잘 조직되지 않은건 이해한다고 해도 메갤 안에서 도는 이야기 모두 항상 피해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 하니까요.

 

 

“너는 남자라서 여자의 피해를 모른다”, 이것만 봐도 미성숙한 방어기제, 퇴행이죠. 여자는 피해자, 남성은 가해자라고 결론지어놓고 ‘구원자를 기다리며’ 감정에 호소만 하니 종교의 구조는 다 갖췄습니다. 그러니까, 피해를 고귀한 희생으로보고 여성혐오의 순교자를 찾는거죠. 그런 면에서 굉장히 자학적입니다.

 

 

저는 메갤이 일베와 같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베와 달리 메갤은 뚜렷한 정치적 목표를 가진 공동체거든요. 그런 점에서 비판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하는데, 실제로는 일베에 비해 비판기능이 잘 살아있다고 보기 어려워요.

‘일베보다 나아야한다’라는 전제 자체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거죠. 그런 점에서 일베미러링이 아니라 대중운동을 해야합니다. 일베를 미러링 하니까, 일베와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우리는 일베랑 달라”라고 말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이라고 봅니다. 애초에 일베랑 비교조차 되지 말아야하는데 말이죠.

남성메갤러가 ‘남성으로서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었다’라는 일종의 신앙간증과 함께 ‘페미니스트 남성을 만나는 방법’ 같은 글에 대한 여성 메갤러의 태도가 ‘착한 페미니스트 남성’의 구원을 바라는 것이죠.

 

 

저 너무 화가나서 그러는데, 말 낮춰서 몇 마디만 더 해볼게요.

혼자 pc한척, 쿨내터지는 소리를 하고 싶어서 안달난 ㅈ같은 허약한 중생은 지가 하고 있는 짓이 인종차별인지도 모르면서 어설픈 계몽주의, 훈장질. 차라리 마빡에 ‘꼬레아’라고 문신을 하고 다니지 그러냐? 무슨 어버이연합 대화하는 줄 알았다. 농담과 진담, 해야할 말과 못할 말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정의를 구현하고 있다고 믿는 맹신자들. 맥콜에 알코올 섞는다고 그게 맥주 되냐?

윤성호가 그랬다: “이런 사람들이랑 어떻게 혁명을 해!”

송곳의 구고신이 그랬듯이 나는 사람들의 ‘무임승차’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가는 차에 혼자 들이박고, 차에 치였다며 자해공갈 하진 말아야지. 사상이 백화점 쇼윈도에 반짝이는 구두처럼, 시계처럼 소비되다 못해 요즘에는 모두가 인권운동가가 되라고 강요하는 시대다. 그러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불안감에 사람들 모두를 도착증자로 몰고간다. 그게 빌어먹는 이 시대의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