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야

빌어먹을 자유주의 페이지인지, 베충이들인지가 사방천지에서 펄쩍 펄적 뛰며 “복지 때문에 그리스가 망하는거야!” 하고 거품 무는 것을 며칠 내내 지켜봤습니다. “부탁컨데 신문이라도 읽어봐!” 라고 했더니 “유럽 신문은 안 읽지만, 내가 바로 유럽전문가, 복지전문가, 경제전문가!”를 외치는 벌레들이 보여 경제 관련 포스팅을 꺼려하는 내가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왜냐면 단지 그리스인들이 게으르기 때문에 작금의 일이 터진 것이 아니거든요.

이 포스팅을 쓰는 이유는 어제, 그제 일해서 받아야할 515유로, 약 64만원을 사업차 베를린을 방문한 한국 손님에게 받기는 커녕 오히려 제 돈 80유로, 약 10만원을 떼먹혔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계약서 꼭 쓰세요. 좋게 좋게 간편하게 가자고 할 때, ‘좋게 좋게’, 혹은 ‘좋은게, 좋은거’ 같은 말을 혐오하는 저로서는 그만둘까 했지만, 그래도 믿어드려야지 하고 일을 진행했다 모든걸 잃고 말았습니다…….. 앞으로는 계약서를 잘 쓰는 김민주 어린이가 되겠다는 반성의 의지로서 그리스가 처한 오늘을 짧게 요약해보겠습니다.

읽으시는 내내 Defiance의 ‘No future, No Hope’을 같이 들어주셔도 좋습니다. 번역 가사는 글 하단에 옮겨놓겠습니다.

* 친절하지 않은 음슴체임을 미리 알림.

0. 산업 구조의 취약점
독일의 제조업 강세, 그리스의 전무한 제조업 때문에 유로 화폐 통합 당시 유럽 아나키스트들이 격렬히 반대했음. 산업구조의 극명한 차이로 화폐 통합 이후 유로존이 어떻게 굴러갈지 알았기 때문에 북유럽은 오일머니로 잘 사는데도 불구하고, 유로존에 가입하지만, 화폐통합에는 반대하고 참여하지 않았음.

1. 화폐 통합 이후 그리스가 멍청했던 나날들.
그리스가 화폐통합부터 약 8년간 호황을 누릴 때, 멍청하게도 제조업에 투자하지 않은건 자기 발등을 스스로 찍은 것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독일과 트로이카, 그리스의 부패한 정치인들은 이를 알면서도 화폐 통폐합을 진행하면서 독일의 경제인들, 트로이카들이 그리스의 부패한 정치인들을 로비해 이 상황을 고착시키는 정책들을 계속 만들어냄.

2. 산업구조의 취약과 화폐통합 이후의 부패가 만들어낸 일.
그렇지 않아도 격차가 큰 국가들인데, 독일은 우파들이 기술-전문직에 한해 적극적으로 취업이민, 사업이민제도를 지원하면서 PIIGS 국가들의 고급인력을 모조리 빨아먹음. PIIGS 국가들은 역으로 고급인력을 수입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안 그래도 자원이 풍부한 독일에 원자재를 더 싸게 팔아야만 했음. 유일한 수입원이 관광자원이라고 해도 무방할 나라들이.. 한국 또한 자원이 없지만, 기술과 제조업에 일찍이 투자해서 성장함. 때문에 한국과 유럽의 PIIGS 국가들을 등치시키는건 대가리 깡통 차는 소리임. 심지어 그리스는 올리브를 많이 키웠지만, 가공할 산업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올리브를 외국으로 수출해 가공되어 먹기 좋은 올리브를 더 비사게 역수입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음.
* PIIGS 국가(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독일에서조차 그리스에게 돈 갚지 말라면서 “그리스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는게 이런 이유임. 요새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등지에서도 계속 그리스에 연대하는 시위가 있음. 심지어 유럽중앙은행, ECB 새청사 개관식에서는 독일 시민단체 90여개가 연대한 블록큐피가 유럽의 긴축안에 강렬히 저항하며, 경찰차를 불태우고, 유럽 경제인들의 새청사 진입을 막고, 한쪽에서는 테크노 음악에 평화 퍼레이드를 하며 2001년 선언한 비폭력 시위 선언 이후, 아무 해답도 찾을 수 없었다며, “폭력 없이는 답도 없다” 라는 구호로 시위를 함.
* 비폭력 선언을 했지만, 그래도 계속 화염병 시위, 투석전 있어왔음. 예를 들어 2007년 독일 대학들이 등록금을 80만원 수준으로 올리려고 하니, 대학생들 25만명이 일제히 대학과 철도를 점거하고, 경찰차들을 불태우고, 투석전을 했음. 이에 교수들은 학생들을 지지하며 강의실 밖에서 수업을 했는데, 이 때 학생들의 구호는 “교육은 서비스가 아니다” 였음. 그러자 좌우 정치인을 막론하고, 교육부 장관까지 공개 사과를 하며 “교육은 서비스가 아니라, 그 사회의 미래다” 라고 밝히며, 외국인에게까지도 모두 학비를 없앰. (한국의 죽창시위가 폭력적이라고 하시는 분들은 유럽처럼 힙하게 우리도 경찰서와 경찰들에게 투석전을 하고, 경찰차를 불태우고, 방송국과 대학, 철도를 점거하자는 이야기인가? ㅇㅋㅇㅋ 역시 죽창은 뭔가 좀 부족함)

3. 독일과 트로이카가 했던 합법적인 깡패, 고리대금업.
PIIGS 국가들에게 일부러 계속 돈을 빌려주다 못해 프랑스까지 꼬시고, 심지어 독일이 중국까지 가서 돈을 빌려와 PIIGS 국가들에게 빌려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 메르켈(독일)이 유럽의 고리대금업자라 불리는 일은 어제, 오늘 이야기만은 아님. 메르켈이 PIIGS 국가들을 Krawatte(레슬링의 목조르기 기술)을 걸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고, 때문에 독일 내의 카니발에서도 메르켈과 사르코지를 탐욕스런 돼지와 아첨꾼 등에 비유하고, 치프라스를 용기있는 모습으로 풍자하고도 있음. (아래 사진 링크)
물론 이는 유로 화폐 통합 덕을 톡톡히 본 독일 국민으로서는 메르켈을 콘크리트 지지할만한 이유가 되기도 했음.
(독일의 카니발에서 메르켈을 풍자하는 사진들, 보수적이고 잘사는 동네에서마저 같은 내용의 카니발이 펼쳐짐: goo.gl/Hhl4MM / goo.gl/557wsM / goo.gl/TkfN6L / goo.gl/mkQTpQ / goo.gl/qZAycL)

3-1. 그리스는 지원 받은 돈으로 대체 무얼했나.
80년대부터 그리스가 얼마나 방만한 국가경영, 좌우를 막론하고 20~ 25퍼센트에 이르는 공무원 규모, 그들에 대한 복지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음. 왜냐면 2007년까지만해도 그리스는 잘 나갔기 때문임. 2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이때까지 그리스는 제조업에 투자를 하고, 교육에 투자를 해서 자국에 부족한 고급인력과 산업 인프라를 확충해야 했으나, 그리스의 부패한 정치인들과 독일, 트로이카들이 멍청한 그리스를 만들어 놓음.
이후에 그리스 경제가 붕괴되면서 지원 받은 돈들은 실제로 복지 정책에 들어간게 없음. 지금 독일과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요구하는 긴축안을 보면, 대표적인 문제점이 나이가 들어서 몸이 망가지던 말던, 67세까지 연금을 주지 말라는거임. 현실에선 한국도 정년퇴직은 60세 이전에 끝남. 결국 독일 이야기는 나이 들어 일자리에서 짤리면 10년가량 폐지 줍고, 깡통이나 주으라는 이야기인데, 67세 이후에 지원해주는 연금도 풍족히 먹고살 그런게 안됨. 부자가 아닌 그리스인은 그냥 늙으면 자살하라는 이야기와 다를바가 없음.

4. 그리스 디폴트 이후 중요한 지점.
중요한 지점은 사실 그리스가 디폴트 되고, 제일 돈을 많이 빌려준 독일이 타격을 입고 유로화가 가치가 떨어지는게 아님. 독일 내에서 돌고있는 전망들을 보면 그리스가 디폴트하고 빚 못 갚아도 독일이나 유럽의 주식과 유로화가 큰 폭으로 폭락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생각보다 그렇게 타격이 크지도 않을거라고들 예측함.
그리스 디폴트 이후 중요한 점은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유로 공동체 만든다며, 유럽을 돌아다니며 설득했던 메르켈이 결국 ECB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이며, 난민 문제에서 책임을 벗을 수 없는 유럽이 되려 방위산업체, 프론텍스에 돈을 두배로 투자해 요새처럼 만들고, 아프리카 난민들을 바다에 빠져죽게 만든다는 것임.
이 혐의를 벗을 수 없는 유럽이 지금 그리스를 돕기는 커녕, 독일과 트로이카를 앞세워 그리스를 쳐낸다는 자체가 결국 유로 공동체라는 것이 허상, 다 가진자들이 없는자들을 약탈할려고 사기쳤던 것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을 의미함.
그리스 국민투표 이후, 프랑스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임에도 메르켈이 외려 프랑스를 다독여서 그리스에게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겠다, 협상안을 가져오라” 고 투표 결과에 반응을 보인 것. 그것이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라는 것임.

5. 그리스는 한국이 아니고, 한국은 그리스가 아님.
PIIGS 국가들은 애초에 유로통화에 들어오면서 단일재정정책 제도를 만들 수 없게 되었음. 한국은 IMF 때, 우리들 만의 단일 재정정책을 만들 수 있는 화폐가 있었지만, 그리스는 애초에 그게 안 된다는 사실. 그리스 문제가 터지고 지금와서 보니까, 한국이 IMF 조기상환을 했음에도 당시 모라토리엄 선언했으면 IMF와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했을거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음. 실제로 한국은 IMF 에게 강력한 수준의 구조조정 빳다를 두들겨 맞고, 털털 털려 불안정 고용율이 치솓아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던 것은 다들 잘 알 것임. 지금의 고용불안 문제, 그러니까 비정규직 문제도 김영삼-강만수가 싸놓은 똥을 IMF의 조건에 맞춰 치우다보니 심각해진거임. IMF의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강만수가 기획재정부 ‘차관’으로서 일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gdp를 올리려고 환율장난 하다가 후드러 맞은거임. 근데 MB때 강만수는 심지어 기획재정부 ‘장관’ㅋㅋㅋ으로 취임. 대다나다 대한민국~ 강만수는 2005년에 IMF가 축복이라는 골짜의 책을 쓰기도 함ㅋㅋ MB때 대한민국 공기업들 수두룩하게 민간기업에 팔림ㅋㅋ

6. 앞으로의 그리스.
그리스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기 때문에 독일과 트로이카가 긴축안을 그리스측에 어느 정도 양해해주지 않는 이상 그리스가 유로존을 나가는게 맞다는게 트로이카를 제외한 유럽의 철학자, 경제인들, 정치인들 전망임. 독일과 트로이카가 내놓은 긴축안은 도저히 답이 없음. 얼마나 답이 없냐고? 한 200년~ 300년쯤 그리스가 피땀을 흘리면서 관광으로 번 수입을 죄다 독일, 트로이카에 바쳐야하는 경제적 노예 국가가 되라는 이야기기 때문. 오히려 그리스가 나가는게 유럽 경제 위기의 희망?!은 좀 과한 것 같지만, 아무튼 월스트리트가 자본주의 4.0을 외칠정도로 신자유주의의 종언이 선언된 마당에 새로운 경제체제 판을 짜는데 유일한 기회라고 보고 있음. 물론 그리스의 중산층, 서민들에게는 남유럽판 고난의 행군이 되겠음.

7. 한국의 IMF, 그리스의 디폴트.
한국이랑 그리스랑 같이 비교하는 대가리 텅텅 깡통 차는 소리하지마라. 한국이 IMF 당시 진 빚이랑 그리스가 지금 진 빚이랑 비교가 되나? 지금 그리스의 천문학적인 빚은 탕감과 동시에 협력을 통해 기반을 만들어줘 천천히라도 갚으며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수 밖에 없음. 지금 치프라스가 하는 소리가 돈 안 갚고 배 째겠다가 아니었고, 계속해서 갚을테니 독일과 트로이카가 그리스의 부정부패한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을 숙청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하는거임. 지난 몇 달간 한 이야기들을 보면 사실상 무릎 꿇고 도와달라고 비는 수준의 연설과 요청들이었음.
* IMF 때 국민들이 금모으기 한거 200억정도 밖에 안됐다 멍청이들아. 당시 재벌들은 그렇게 국민들이 결혼 패물까지 내놓는 마당에 금을 역수입해 변칙거래로 수입을 올리면서 뒤통수를 침. 근데도 지금까지도 금모으기 해서 한국이 IMF 극복했다고 선전하고 있음. 200억으로 IMF 조기 상환에 얼마나 도움 됐을거 같음?

8. 그리스는 희망이 없는걸까?
하지만 그리스가 희망이 없는게 아님. 지금 그리스에게 돈을 빌려주기에 위해 중국에게 돈을 빌린 중국이 그리스를 통해 유럽과 무역하고자 하려고 항만시설과 거대 운송시스템을 구축 준비중임. 따라서 중국이 지금 이미 나서서 독일과 프랑스, 트로이카에 그리스 문제에 대해서 긍정적인 해법을 풀자고 함. 중국에게 돈 빌린 독일과 프랑스가 무슨 힘으로 중국 말을 껌처럼 씹어먹겠음?

00. 요약.
그리스가 복지 때문에 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깡통들은 왜 여러 경제인, 철학자들을 비롯 심지어 독일前경제부장관까지 그리스에 지금과 같은 긴축안을 사용하지 말라고 메르켈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는지 생각을 해봐야함. 왜 한국에 무자비한 경제제제와 구조조정을 요구했던 IMF가 그리스에는 30퍼센트나 빛탕감을 해주려고 하겠음? 실제로 독일도 1차대전의 보상금과 빚을 200퍼센트나 탕감 받은 역사가 있음. 이제는 독일이, 메르켈 총리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서라도 유럽공동체를 위해 움직여야할 때임. 만약 그리스가 유럽연합에서 나간다면, 유로 화폐통합은 결국 불균형한 경제구조를 통해 합법적인 고리대금업, 사기극이었다고 메르켈 스스로 자언하는 것과 다름 없음. 이 이유가 금융강국 영국이나 오일머니 북유럽 국가들이 유로 화폐 통합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기도 함.
고로 아는 척, 그리스가 복지 때문에 이 꼬락서니 됐다는 자유주의자들은 제발 지금 유럽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번역기라도 돌려서 읽어봐라.

+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그리스인들에 연대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스를 찾아주십시오. 그리고 함께 즐겨주십시오. 유럽의 많은 이들이, 그리고 저 또한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DEFIANCE – No Future No Hope

every day that goes by it all seems the same
매일 그것들은 같아져 가는것처럼 보여.
people work and people slave and piss their lives away
사람들은 일하고, 노예되는 그들의 삶따위 집어치워.
people taking and never getting it’s all the same old shit
사람들이 무언갈 얻거나 절대 얻지 못하거나, 그건 오래된 엿같은 이야기일뿐이야.
while everything around us is crumbling bit by bit
모든 것들이 우리들 주변에서 조금씩 부서져 가는 동안..

you fuck right off if you think that i’ll play a part
만약 네가 나도 그 시스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꺼져버려.
in this system that was doomed right from the start
저것들은 이 체제와 함께 태초부터 오로지 파멸뿐이었어.
a system built on slavery, domination, and degradation
이 체제는 노예들을 만들고, 지배하고, 강등하고..
production and consumption and over all corruption
생산하고, 소비하고, 그 모든게 모두 다 썩어넘칠거야.

fuck right off if you think you have a say
이래도 네게 뭔가 할 말이 있다면, 당장 꺼져버려.
in this system that takes your life away
저것들은 이 체제 속에서 너의 삶을 뺏아가려 할거야.
you can rock the boat or rock the vote the choice is up to you
너는 이 체제를 뒤흔들어 엎어버리던가, 널 위한 투표를 할 수 있지.
but i won’t put faith in those who are fucking me and you
그러나 나는 너와 나를 엿먹였던 저들 안에게 믿음을 주지 않을거야.

i don’t give a shit if the system falls to peices
만약 시스템이 조각조각 부서져버린다면, 난 더이상 좆같은 짓 안하겠어.
if it all stops if it all ceases
만약 그모든 것들이 멈춘다면, 그것들이 모두 중단 된다면..
it’s not getting any better and it couldn’t get much worse
그건 전혀 좋아지지 않을거고, 그것보다 나쁠 수도 없어.
the only hope and dream i have is to watch it all destroyed
나는 유일한 희망과 꿈이 내 앞에서 모두 산산히 부숴지는걸 보았어.

[Chorus:]
there ain’t no future and there ain’t no hope
거기엔 미래가 없고, 거기엔 희망조차 없어.
for humankind or change within the system
인류를 위하거나 시스템과 함께 변하거나
there ain’t no future and there ain’t no hope
그곳엔 미래가 없어 그곳엔 희망이 없어.
in a fucked up system that takes your life away
저것들은 이 좆같은 체제 속에서 너의 삶을 뺏아가려 할거야.

there ain’t no future and there ain’t no hope
거기엔 미래가 없고, 거기엔 희망조차 없어.
rules and regulations getting in our way
법과 규칙은 우리의 삶을 방해할 뿐이야.
there ain’t no future and there ain’t no hope
거기엔 미래가 없고, 거기엔 희망조차 없어.
the only hope and dream i have is to watch it all destroyed
나는 유일한 희망과 꿈이 내 앞에서 모두 산산히 부숴지는걸 보았어.

정어리 – 75

나의 절망을 확인하고 싶었다.
밤새도록 마신 술과 밤새도록 내린 비로는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나의 절망을 확인하고 싶어 쓰디쓴 술을 벌컥벌컥.
그러나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싱크대로 걸었다.
물을 틀고, 발 뒤꿈치를 올리고.

 

나는 절망을 보았다.

 

 

ㅡ 2008년 9월 9일, 맑고, 흐리다가 비옴.

정어리 – 74

혼자 밥 먹는거 그만하고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만들고, 자전거 타고 호수로, 따사로운 햇살과 흠뻑 젖은 머리칼로 와인을 들고서 노을을 옆에 끼고 집 근처 철도 위 다리로. 손을 꼭 잡은 채 돌아와, 푹 꺼진 카우치로 돌아와, 몸을 포개고선 수 없이 보았던 영화 <조찬클럽>. 창 밖으로 쌀쌀한 바람이 보이고, 별이 들려온다. 두 눈을 감고, 일렁이는 초를 흠향하고, 마른 물 비릿내를 맛본다. 바르르 떨리는 입술을 맛본다. 너는 벌써 풀벌레 소리를 내고 있다. 소나기 한번 쏟아지면 바랄게 없으련만.

..퀘퀘한 방 구석 쳐박힌 자전거 먼저.

 

ㅡ 2015년 6월 30일, 9시 40분의 저녁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