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김민주의 쓸데없이 긴 잡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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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은 내가 너무 재미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잠들기 전까지 웃을 수 있었다. 이전에는 내가 비판적인 캐릭터의 사람이라 독일식 코메디를 이내 이해한다던가, 북구라파- 스칸디나비아식의 코메디 정서도 곧잘 이해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래서 결정적인 문제는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란 것이다. …나도 네가 웃는 걸 보고 싶은데 말이지. 지금 여기까지가 나의 유머였다. 너의 ‘..맙소사’가 여기까지 들려. 이게 재미있으라고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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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K/U 페이지에 지난 Speisekino의 시리아 상영회와 요리들 사진이 올라왔다. ZK/U에서 여러 번 요리하긴 했지만, 병서형과 중옥이랑 카레라이스와 오이무침, 된장국을 했을 때, 그리고 민이누나, 지혜, 중옥, 희영이랑 불고기 샐러드에 두부 까나페를 했을 때를 가만히 다시 생각해본다.
본인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cocky’하다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요리에서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정리를 해보겠다.
요리는 매우 좋았다. 다른 때에도 그랬지만, 채식하는 사람들을 신경쓴 것에 대해서 라던가 다른 이벤트들과 연결되도록 너무 무겁지 않은 메뉴를 선정한 것, 당초 예상 예산보다 작은 예산으로 해낼 수 있었던 것과 주방을 깨끗히 관리한 것, 많은 양임에도 빠른 시간 내에 그리고 주방에서 처음 일하는 팀원들 간에 조화가 안전사고는 커녕 접시하나 깨지지 않고, 무탈하게 보낼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처음으로 많은 양을 요리하며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을지언정 사람들이 요리에 즐거워하는 것으로 보람을 얻는 다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시너지. 그것이 앞으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ZK/U의 공동대표들과 스탭들로부터 좋은 평과 관심들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장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것은 다른 팀원들의 불찰이 아니라 순전히 나의 불찰이었다. 10~ 30명 정도의 요리는 종종 해왔지만, 70명~ 100명 수준의 요리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당초 예상 예산보다 적은 액수를 사용했음에도 많은 식재료들이 남았다. 다행히 ZK/U의 레지던시 작가들이 좋아해 남은 음식들과 식재료를 잘 활용해주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오차를 줄여 보다 정확히 양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단점. 전날, 그리고 당일 아침, 식재료 컨디션을 위해 발로 뛴 것까지는 좋았지만, 컨디션 조절을 못함으로서 요리와 서빙이 끝나고나서 푹 꺼져 한시간 이상 퍼져 있었다. 혼자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아닌데, 조금 힘에 부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다른 친구들에게 시키게 되더라. 본인의 컨디션도 신경을 써야한다. 내가 좋아야 다른 친구들도 힘들지 않으니까. 내가 더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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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잘할게!’ ..는 사실 세로토닌 과다분비자들의 어두운 구석이다. 스스로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자신을 몰아붙이기 쉽다. 이런 상태를 자각했을 때는 이미 망가져있기 십상인데, 나는 조금만 더 밀고 가고 싶다.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하고, 움직여 에너지를 분산하는 것이 좋은데, 그게 안되서 무엇인가 폭식을 하고 싶었다. 오늘 낮은 꼭 베를린의 요정들과 타이완 국수집, Lon-Men’s Noodle House 에서 라멘의 차슈나 제주고기국수의 수육처럼 올려진 고기고명에 얼큰한 국수 한그릇 하고 싶었는데, 요정들이 다들 아프고,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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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들과 타이완 국수도 먹지 못하게 된 마당에 “기침을 하니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으라” 라며 중동이 뭐라 뭐라 말하는 무리들이 생각나서 터키계 독일인들이 하는 ‘RIS A’에 갔다. 맨날 먹는대로 칠리윙 9조각, 난, 오이피클, 칠리소스, 환타를 시켰다. 한국 돈으로 7,500원이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요정들에게 “저는 한국에서 사랑은 치킨이라고 배웠습니다. 사랑으 치이- 킨!” 이라고 메세지를 보냈다. 점원이 “Nummer Fünf, bitte!” 를 외치자마자 입맛을 다셨다. 점원이 고개를 돌리며 기침을 세차게 했다.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메르스가 생각났다. 장내에 비치된 디스플레이에서는 n24채널에서 일본의 핵발전소가 어떻게 붕괴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과 핵발전소가 왜 위험한지에 대한 심층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사고 이후 5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리고 독일 내 모든 핵발전소 가동중단을 22년까지 시행하기로 한 4년 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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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요즘 메르스가 한국을 뒤흔들고 있다고 들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는 “무능한 정부 새끼를 어떻게 해야하나요?” 같은 분노와 “하하하핳, 이 정부가 하는 일마다 너무 재미있어!” 하고 현기증 느껴지는 자괴와 “미개한 국민 새끼들, 국가 탓하지 마라. 국민들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하고 이를 갈고들 있다.
어마마마께서 보내온 카톡을 보면 정부에서 하는 이야기를 몽땅 믿고 계셨다. 이를테면 “모든 사람들이 폰을 가지고 있어서 정보가 빠르다보니 근거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인정욕구 때문에 부풀려 정보를 뿌리는 통해 서울이 발칵 뒤집혀 소란스럽다” 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마마마께 “어머니, 독일은 인구의 10퍼센트 이상, 그러니까 서울인구만큼이 아랍사람이거나 아랍계 독일인이라 아랍과의 교류가 많은데도, 2월에 65세 노인 한명이 위독해 격리된 것 밖에 없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은 이미 환자가 수백명이고, 사망자가 나왔다잖아요. 일단 조심하는게 좋겠어요.” 라고 이야기 드렸다. 어머니는 “알았다, 조심하마.” 라고 말을 짧게 줄이셨다.
그리고 나서 독일 기사를 찾아보니, 사실 2월의 그 노인은 중증이지만, 안정된 상태에 있다 돌연 사망했다. 하지만 그 이후 더이상 메르스가 확산되지 않았다. 아무튼 한국의 보건당국은 ‘마스크를 쓰라, 손을 씻으라’ 라고 되풀이 할 뿐이다. 이 한마디를 하는데 얼마나 많은 세금이 들어가는지를 묻지는 않겠지만, 나는 우리 어마마마께서 몹시 불안해 하시니 마음이 불편했다. 박근혜, 네 이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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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아랍 이민자가 10퍼센트, 그러니까 서울인구만큼 많아서 한국보다 메르스 유입이 더 빨리 되었는데도 피해 규모가 한명 사망, 그 이후로는 피해가 미미한 상태이다. 독일만이 아닐 것이다. 이웃의 프랑스나 영국에도 아랍 이민자가 많고, 교류도 한국보다 수십, 수백곱절이상 많다. 이 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할거지? 갑자기 “마스크를 쓰라, 손을 씻으라” 말하는 놈들이 먹는 국가의 녹이 다시 생각났다. 이럴거면 한국인은 왜 세금 내야 하나 싶었다. 일을 못 하겠으면 차라리 다른 사람이라도 대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아무튼 나는 ‘RIS A’ 점원의 기침이 내 음식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다지 불쾌하지는 않았다. 메르스가 아직도 독일에 문제가 되고 있다면, 그는 이미 격리되어 독일 정부의 의료기관에 의해 적절한 조치를 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기침은 메르스와 아무 것도 상관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나의 안전 불감증일까? 막연한 독일 치켜세우기 인 것일까? 내가 2주 후에도 멀쩡히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내 짐작이 옳았던 것이겠지. 물론 독일정부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들이 이정도의 일을 정직히 하지 않으면, 독일 국민들은 으레 화염병을 던져 경찰차를 불사르고, 경찰을 향해 투석전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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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이 너무 과장된 것 아니냐고? 재난, 재해및 사고에 대처하는 독일 정부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독일은 얼마전 비행기 추락사고가 나자, 메르켈 총리는 일정 모조리 취소하고 사고현장으로 날아가서 직접 수습을 지휘하며 원인규명에 노력을 했다. 그리고 작년 이맘 때, 전 알프스에서 한 동굴 탐험가가 1000m 깊이의 동굴에서 조난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수직갱도와 좁은 통로, 지하수 등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유럽 대륙에서도 탐험하기 어려운 동굴 중 하나로 손꼽히기 때문에 독일정부는 곧바로 동굴탐사전문가, 산악전문가, 의료팀 등 6개 국가의 전문가 200여명을 동원해 바로 구조 실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7년에는 정부가 대학등록금 80만원 수준으로 올리려하자 대학생 25만명이 수업을 거부하고, 바리케이트를 쌓아 대학과 철도를 점거하고, 경찰차를 불태우며 ‘교육은 서비스가 아니다’를 외쳤다. 교수들도 학생들을 위해 거리에서 수업을 했다. 결국 독일은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인들과 교육부 장관이 ‘교육은 서비스가 아니라 그 사회의 미래다’ 라며 사과를 하고 대학 등록금 없앴다.
한국에서 평창 올림픽을 위해 500년 넘게 지켜진 수목을 한순간에 밀어내는 동안, 독일에서는 함부르크에서의 올림픽이 약자들을 배려치않고, 오로지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계획이라며 함부르크 올림픽 유치 반대 운동이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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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떨까?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처럼 폐허에서 기적적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국가라는데는 아무도 의심할 수 없다. 하지만 독일과 달리 자원이 없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보다 더욱 제조업에 매진해야했고, 제 3세계 국가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을 많이 해왔다. 한국인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슬기로움은 세계최고!
이를테면 한국은 주세가 높다. 주세 이외에도 맥주 한병에 부가가치세, 교육세 등등 다양한 세금이 붙는데, 뛰어난 맥주양조회사들이 서민들을 위해 단가를 낮추려고 노력을 해왔다. 바로 로비를 통해 정치인들이 맥주에 맥아를 10퍼센트만 넣어도 맥주로 분류해주는 법을 제정하는 것. 역시 이런 법은 초일류 국가답게 세계에 한국 밖에 없다. 독일은 맥주에 100% 맥아를 사용하게 되어있고, 일본은 66.7%, 한국은 10%.
맥아만큼 풍부한 당질을 가진 곡류가 없음에도 서민을 위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옥수수, 타피오카, 쌀 등의 당질이 부족한 저질 재료들을 쓴다. 쌀을 쓰면 가격을 4분의 1로 낮추는데는 ,,,로맨틱, 성공적! 하지만, 맛이 없기 때문에 식품 첨가물을 넣는다. 이번에도 주류 회사들은 정치인들에게 얼마를 쳐먹였는지 가공식품으로서는 유일하게 소주와 맥주에 어떤 식품첨가물을 넣는지 표시할 의무가 없는 법안을 만들어 알 길이 없다. 아무튼 맛이 없다. 그래서 이 맛없는 맥주에 강한 탄산을 인위적으로 넣어 입안을 자극 시키는 강한 목넘김으로 맛과 향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한국 맥주 특유의 ‘톡 쏘는 맛’은 여기서 나온다.
또한 하이그래비티 공법으로 9~ 10도짜리 맥주를 만든 후에 물을 섞어 제품으로 출고한다. 맥주에서 물 맛이 나는 이유는 당연하다. 호프집에서 물을 섞는게 아니라 애초에 한국 맥주를 만들 때부터 물을 섞는다. 이러한 하이그래비티 공법은 미국에선 의무적으로 병에 표기해야하지만, 우리의 한국 주류회사들의 로비 실력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광고에서 아주 차가운 맥주를 광고한다. 심지어 맥주잔을 보관하는 전용냉장고까지 도입하고, 잔을 얼리라고 한다. 맥주 7, 거품 3으로 따르는 독일 맥주와 달리 한국 맥주는 거품을 걷어내거나 거품 없이 따르라고 한다. 거품이 맥주 고유의 향이 오래 남도록 붙잡고, 맛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의 맥주 시장을 96% 양분하는 두 맥주양조업체가 反차별을 사랑하는 나머지 서로 맥주 브랜드가 다른데도 가격을 다 똑같이 팔고 있다. 역시 한국은 평등과 反차별의 국가다! 맥주는 다르지만, 맛도 거기서 거기, 비슷비슷하고 가격은 하나로 통일 시켜주었다. 마치 독일이 통일하기 전, 동독의 마트에서 같은 종의 제품은 한 브랜드만 파는 것과 같은 평등, 평등함 아닌가! 우리의 두 맥주양조업체가 대한민국을 80년대에 사라진 사회주의의 물결로 이끌어 국민 모두에게 평등의 열매를 먹이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소주 또한 화학, 희석식으로 만들어 단가를 낮춘 후에 저가에 팔리고 있다. 이에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 난국을 타계하고자 칵테일도 아닌 폭탄주를 개발해냈다. 급기야 한국을 자랑하는 문화중 하나로 폭탄주를 세계에 선전하고 있다. 폭탄주를 마시다보면 다음날 강렬한 숙취에 시름시름 앓게 되는데, 그런 것을 대비해 한국인들은 숙취 제거제를 개발해냈다. 심지어 KGB가 스파이 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쓰던 약을 도입해 한국인들은 술 마시기 전에도 마시고, 술 마신 후에도 마신다. 우리의 한국인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파이들이나 사용하던 숙취제거제를 마시는 한국인들에 대응해 룸살롱들은 한국맥주를 공짜로 준다. 양주에 섞어 폭탄주를 만들기 위해서 한국 맥주는 공짜다! 폭탄주는 누가 뭐래도 한국이 세계 1등! 평등도 1등! 무조건, 무조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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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벽 3시까지 안 자고 왜 이 따위 글을 쓴 것일까? 이렇게 자꾸만 간절해지면 정말로 우주가 날 도와줄까해서 였을까. 잭 케루악이 그랬던 것처럼, 이기 팝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 아무도 아파하지도 힘겨워하지도 않게. 요정들이 시름시름 앓는 것 그만 했으면 좋겠다. 내가 아마 오늘 요정들이랑 타이완 고기국수를 먹었다면, 이런 재미없는 글을 쓰지도 않았을테니까. 사랑해줄거지? ㅡ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