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두번째 입원 당시, 나는 수면뇌파검사를 했었다.
결과는 참으로 혹독했다. 일상적으로 정상수치 2~ 3배 이상의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과다분비되고 있었고, 이따금씩 급격한 분비부족으로 극도의 우울증을 겪는다는 것이었다. 급격히 분비 부족이 일어나면, 손이 떨리기 시작하는 것부터 다양한 증상들이 느껴지는데, 적절한 치료 없이 혼자 견디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주치의는 나의 습관적 음주와 흡연이 도파민, 세로토닌의 급격한 부족으로부터의 보호본능이라는 것. 덕분에 당시 나는 스물넷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혈압 194, 고혈압 2기를 기록했다.
또한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일상적인 과다분비는 깊은 수면을 방해하면서 얕은 수면만 가능하게 만들었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이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깊은 수면에 빠지지만, 나는 15분 정도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10분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한다는 것. 얕은 수면만이 문제가 아니기도 했다. 내 수면 장애는 굉장히 심각한 편이었는데, 병원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일주일 총 수면량이 평균 10~ 15시간 밖에 안돼, 상당히 예민해있었고, 집중력도 떨어져 여러 사람들을 곤란케 했다. 이런 나를 끝까지 놓치 않아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때문에 호흡기, 소화기 과열증상이 있고, 예민한 상태였다. 겨울에도 몸이 뜨거운 편인 것도 다 이 때문이었는데, 어머니께서는 남자는 몸이 뜨겁고, 여자는 몸이 차야 겨울에 여자들이 안긴다며 좋은 것이라고 하셨지만, 사실은 그렇게 좋아할 일만은 아니었다. 음주, 흡연, 수면장애, 호흡기와 소화기의 과열증상에 결국 만성적 역류성 식도염과 끝내 천식과 편도선염을 고루고루 얻게 되었다. 주님, 뭐 이런걸 다… 하지만 4년 전, 베를린으로 건너오면서 천식과 편도선염은 결국 작별했다. 어떻게 없어진건지는 몰라도 베를린 고마워.
여러 약들을 전전하다 나는 결국 일본 오츠카 제약이 도파민, 세로토닌 조절제로 새로 개발한 아빌리파이를 처방 받았다. 보통 니코틴을 비롯해 코카인, 암페타민 류의 마약이 도파민 재흡수를 억제해 도파민 과다 분비를 일으켜 흥분상태로 만들고, 동기유발, 즐거움, 재강화, 각성, 운동 등의 뇌의 보상시스템과 관련있다. 음식, 섹스, 약물과 자극으로 보상의 경험에서 비롯되는데 이 부분은 나의 공부와 작업, 성향, 위치와 방향 의식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도파민은 전두엽에서 뇌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오는 정보의 흐름을 조절한다. 따라서 과다분비는 정보의 양을 넓힐 수 있고, 부족은 주의집중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뇌에 있어 도파민 장애는 신경인지기능, 특히, 기억, 주의, 문제해결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도파민, 세로토닌, 엔돌핀, 아드레날린.. 이 것들이 다 무엇일까? 쉽게 말해, 음식을 먹을 때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은 엔돌핀이라는 물질이다. 그런데 우리 행동을 자극해 손으로 음식을 집어 입에 넣게 만드는 물질은 도파민이다. 또한 도파민은 ‘감동의 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꽃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낄 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지적 희열에 잠길 때, 반짝이는 별을 보며 미래를 꿈꿀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가끔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쏟아내곤 한다. 하지만 너무 과잉 분비되면 환각이나 망상 때문에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신분열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반대로 세로토닌은 집중력을 만들어내며, 고통에 둔감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자신을 몰아붙이기 쉽다. 자신이 이런 상태임을 자각했을 때는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경우가 많은데, 내가 처음 자각 했을 때는 모든게 엉망진창이었따. 또한 세로토닌 과다분비는 스스로를 억누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음악을 듣고, 움직여 에너지를 분산하는 것이 좋다.
2006년 경, 어머니가 선물이라며 스케일링을 하자고 하셨고, 나는 저녁 영화 티켓을 준비했었다. 의사선생은 스케일링을 해주면서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근접단면촬영을 해보면, 치아가 미세하게 갈려있는 것이 확인된다며 어머니께 나를 신경정신과에 데려갈 것을 권유했다. 어머니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의사를 나무라셨는데, 의사선생은 이 상태는 스트레스로 수면중 이를 가는 것이라며, 잠을 잘 자지 못해 힘들었을거라고 했다. 사실 그 때는 이미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단계였고, 약이 잘 들지 않는 상태라 주치의가 약 용량을 올리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사진은 2008년 초, 입원 전)
ㅡ 2015년 4월 6일, 그 날이 생각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