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를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독일인이라지만 개혁으로는 삶의 조건들을 개선할 수 없기에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무려 20%가 됩니다.
1)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빈곤을 양산하고 무력충돌로 이어진다. 37%
2) 깊이 뿌리박힌 외국인혐오증을 일상생활 중에 독일 어디서든 볼 수 있다. 48%
3) 독일의 민주주의는 유권자의 뜻이 반영되지 않아 진정한 민주주의라 볼 수 없다. 61%
4) 개혁만으로는 삶의 조건들이 개선될 수 없기에 우리는 혁명이 필요하다. 20%
5)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이전에 잘못 시행되어서 그렇지 정말 좋은 생각이다. 42% (구 서독지역: 37%, 구 동독지역: 59%)
6) 모든 사람의 사회적 평등이 개인의 자유보다 더 중요하다. 42%
별개로 패전 직후, 우파 정당, 기독민주당의 슬로건이 반자본주의였다는 점은 한국인들을 놀라게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지난 대선 ‘경제민주화’가 이슈였을 당시, 제 1여당, 야당 모두 한심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경제민주화를 이루자 소리 높였던 진보진영 지식인들, 특히나 독일에서 유학하기까지 한 진중권 같은 사람에게 실망하고, 정체성을 의심했던 이유가 그것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현대 사회의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경제민주주의라는 이상한 말을 통해 사회의 기본 가치인 민주주의를 희석시켰다. 많은 국민들이 히틀러의 경제민주주의 정책에 눈이 멀어 경제를 부르 짖을 때, 히틀러는 국민들에게 조금 더 속력을 내어 경제 성장을 이룬 뒤, 민주주의를 이룩하자고 외쳤다. 그것이 실제 의미하는 것은 독재와 인종차별, 전쟁을 반대하는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을 싸그리 숙청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하여금 패전 직후의 기독민주당이 히틀러가 ‘경제민주주의’라는 정책으로 독일 사회를 황폐하게 만들었다는 지점에 대해 반성하고 반자본주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게 되었다.
이쯤에서라도 ‘경제민주화’를 지지한 진보 지식인들은 반성까진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당시에 독일에서 유학하는 한국 석박사생들이 아무 목소리를 내지 않기에 나는 매우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연구자가 아닌 나도 아는 이런 끔찍한 일들을 방조하는건지 정말 모르는건지 이 사람들이 대체 대학 책상 앞에 앉아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손에 먹물 잔뜩 묻혀 학술용어나 남발하는 이들이 과연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게는 엘리트주의자, 교조주의자들로 밖에 안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