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3: 짧은 소회

안녕하세요, dx3를 만들어가면서 들었던 짧은 소회를 나눠볼까 합니다.

 

dx3와 유사한 다른 페이스북 페이지나 온라인 매거진이 있는데, dx3는 문화, 예술, 정치, 철학 전반을 다루기도하지만 아무래도 펑크와 아나키즘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보니 다른 매체들과는 차별성이 있나 봅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아니라 dx3 모델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구독하는 非한국어권 친구들이 있기 종종 늘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dx3는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단 275개의 아주 작은 매체입니다. 가끔은 10만이 넘는 포스팅뷰와 수 백의 좋아요, 수 십의 공유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수십~ 수백에 만족하는 페이지이기도 합니다.

 

처음 dx3를 만들 때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지금은 저 혼자 글을 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dx3는 ‘위치의식’과 ‘방향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완전 비영리를 추구하고자 광고는 커녕 기부도 받지 않기 때문에 기고자에게 아무런 페이를 주지 못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그와 동시에 짧은 글이 파급력을 갖는 SNS 시대에 (페이 없이) 긴글 쓰기는 다소 부담이 컸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만, 언제부턴가 기록이, 일종의 아카이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습니다. 하지만 ‘나는 게으른게 아니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야’라는 핑계로 지금의 dx3 만드는 일을 수 년 동안 미뤄왔습니다. 그렇게 예전의 일들이 잊혀지고, 지워지고 있었고,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살다가는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겠구나, 똑같은 아침의 햇살을 맞이하고, 똑같은 꿈을 염원하며 그렇게 모든 것들을, 나를 방치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혼자라는 것에 개의치 않고, 일단 꾸준히 뭔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본래는 미로 같은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을 번외로 사람들이 읽기 좋은 글쓰기는 여전히 쉬운 것이 아닙니다만, 감사하게도 제가 보는 시각이 괜찮다고 여기셨는지, 대여섯 매체들과 기고 이야기가 오갔었습니다. 미안스럽게도 반년을 넘게 확답을 드리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제가 확답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단지 페이나 저작권 문제 때문이 아닙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는 매체에 글을 내려면 더 큰 책임감도 필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매체의 성향과 제 글이 맞는가 였고, 또한 읽는 사람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하는 일이었지요.

 

그나마 이제는 좀 정리가 된 듯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독일 친구와 함께 PEGIDA, 네오나치 그리고 독일 안티파, 아나키즘 운동에 대해서 기획 기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PEGIDA 같은 경우는 기사 하나 혹은 두개로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만, 네오나치와 안티파, 아나키즘에 관한 내용들은 60여년에 해당하는 방대한 이야기들이라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또한 독일의 정치지형과 운동에 대해서 모르는 이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써가야하는데, 생각해보니 하나를 소개하기 위해서 두개, 세개의 글을 써야하는 상황이 예상되면서 굉장히 난감했습니다. 아니, 이 문제는 여전히 난감합니다. 이를테면 안티파나 아나키즘을 극좌 운동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안티파나 아나키즘은 극좌 운동이 아닙니다. 독일 역사에서 극좌 운동이라면 ‘적군파’가 되겠죠. 어디까지 세세하게 설명을 해야하는지, 이미 아시는 것들을 또 다시 적어내려 눈을 피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것들이요. 아무튼 이러한 문제로 연재 기사가 혹은 아카이브 형식으로 공개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민하며 미룰 수 만은 없는 일이라 일단 기사의 뼈대는 잡았습니다. 물론 이 것에 대해서도 같이 기사 쓰는 친구와 회의를 해봐야 하고, 곧 베를린의 주류 안티파 그룹중 하나와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계속 수정해나가야겠죠.

 

아마 이 기획 연재 기사는 dx3에서 처음으로, 아니 한국 내 매체에서는 처음으로 다루는 독일의 정치, 문화, 역사, 운동에 대한 것이 될 것입니다. 몇 분들께 미리 방향을 이야기 드렸더니 몇 매체에 발행하는 것은 어떨까하고 소개해주셨는데, 아마 dx3는 물론이고, 그 매체들 중 하나에 연재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미 이야기를 나누었던 다른 매체에 계신 분들께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획 연재에 대한 것일뿐이지, 앞으로 모든 dx3의 글들이 특정 매체에만 동시기고 되지는 않을 것이고, 새로운 글에서는 사안과 방향 등이 맞는 매체와 그 때, 그 때 달리해서 기고할 생각입니다.

 

별 것도 아닌데 이야기가 길었죠? 제가 원래 쓸데없는 생각이 좀 많습니다. 저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에게는 종종 피곤한 사람이죠. 독일의 PEGIDA, 네오나치, 그리고 안티파와 아나키즘에 대한 이번 기사는 물론이고 평소 궁금했던 것들, 소개 되었으면 하는 것 등등 여러 질문들을 주시면 참고해 더 좋은 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x3는 자발적 참여를 통한 새로운 기고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용이나 형식에 구애 받지 않으셔도 되며, 더욱이 dx3는 노르웨이 소재의 아나키스트들의 서버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인신매매, 무기밀매, 강간, 살해 모의 같은 것들이 아니라면 어떤 내용의 기고던지 반기고 있습니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유해사이트로 지정하지만 않는다면, 부당한 수사나 압력을 받지 않고 기고 하실 수 있으나 원하신다면 익명 혹은 또 다른 필명으로 기고하실 수 있습니다. 기고 내용과 형식은 자유입니다. 칼럼이나 리뷰도 좋고, 시나 수필, 소설 등이 되어도 좋으며 비디오나 그림과 같은 작업, 혹은 라이프 해킹, diy 레시피 같은 것도 좋습니다. 모두 좋은 주말 되시길 바라며.. 언제 스카이프로 함께 술잔을 들며 대 연회를 합시다! 이 (존나) 쓸데 없는 소회는 여기서 끝//// ㅡ http://dx3.a-revol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