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의 기사 ‘애런 스워츠와 그가 보지 못한 미래’ 를 먼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한국에서 대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차별을 통해서 좌절감과 패배감을 느꼈던 것들 중 하나가 나는 대학생이 아니라 논문 검색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검색은 가능한데, 본문을 읽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것. 대개 적게는 몇 백원에서 2000원 가량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혹은 대학 도서관이나 대학 논문보관실에 잠들어있고, 나는 대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출입조차할 수 없다.
여기서 또 하나의 애석한 것은 국립대는 물론이고, 사립대 도서관 또한 지역 공공시설물로서 국고, 기부금 등 사회적 비용으로 운영비의 절반을 넘게 충당하면서도 일반시민의 도서관 이용에는 출입 자체를 불허하거나 일부 제약을 두어 논문은 물론이고 도서 검색까지 막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도서관 운영비가 절반도 안 되는데, 대학도서관 측에서는 시민개방의 반대 근거로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시민의 대학 도서관 이용에는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 앞서 말했다시피 공공시설물로서 국고와 기부금 등 사회적 비용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지역 지방정부로부터 도서구입비로 공공도서관보다 대학도서관들이 더 많은 예산을 배정받기도 한다.
물론 모든 대학들이 도서관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관련 조사에 따르면 열람실 개방율이 30퍼센트에 불과하고, 스터디실의 경우는 25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다. 그나마도 기간별로 제약을 두고 있다. 또한 서울대같은 국립대에서 마저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시민개방을 막자와 기존대로 개방하여야 한다는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또한 대학 웹사이트에서 공식적으로 개방을 한다고 하여, 실제로 방문 해보면 대학 경비 아저씨들이 출입을 자의적으로 제한하고 있고, “나의 출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신분증도 지참했다. 무엇이 문제냐?”라고 물으면, 해당 대학본부측에서 임의로 출입을 제한할 것을 지시한다고 한다.
두어 차례 대학 교수님들을 통해 대학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부탁을 드렸던 일이 있다. 아무래도 교수라는 대학 내의 위치와 학자로서의 책임으로서 모든 시민은 아니더라도 목적이 분명한 일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학본부측에 의사 타진을 부탁 드렸었는데, 교수님들조차 일반시민들의 출입이 불허된지 모르고 계셨었다.
때문에 교수님들은 흔쾌히 도서관 이용에 대해 대학본부에 건의하겠다고 가셨으나, 어처구니 없게도 해당 대학본부들로부터 돌아온 대답들은 “대학본부의 이해관계 때문에 일반시민의 출입이 불허 되어있다” 것으로 함께 좌절하시고, 내게 미안해 하셨다.
대신 원하는 논문이나 서적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 하셨고, 이 후로 몇 차례 도서, 논문 조회를 해주시며, 감사하게도 내가 읽고자 하는 부분들을 직접 스캔해서 보내주시는 수고도 해주셨다. (분명히 말하건데 이 교수 님들은 조교나 학생들을 괴롭힌 것이 아니셨다.)
왜 국회도서관을 이용해보지는 않았느냐고? 국회도서관의 경우는 대학 도서관에 비해 도서및 논문 검색이 보다 좀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대학 도서관에 비치된 도서, 논문들을 함께 검색하기 때문에 종종 당해 도서관으로 링크를 하고, 결국 결제를 해야하는 상황에 이른다. 혹은 직접 방문해야지만, 열람이 가능한 경우가 있기도 하다.
도서의 경우는 시립도서관 등 지역 도서관들에 비치되지 않은 경우 따로 비치 요청을 하면 대개 몇 주내로 읽을 수 있기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학도서관들이 보관하고 있는 논문들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RISS 같은 것도 이용해보았지만, RISS는 결국 검색 엔진에 불과할 뿐이지, 열람 자체를 도와주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 독일에는 1만4천여 개가 넘는 도서관이 있고, 공공도서관은 당연히 제약이 없어 왠만한 관광지를 방불케할 정도로 이용객이 많다. 베를린 주립 도서관의 경우 연간 이용객이 150만명에 이를 정도.
또한 대학 도서관이용에는 학생들 편의 위주로 되어 있지만, 1년에 10~ 20유로 가량을 운영비로 지출하면, 해당 지역의 모든 대학 도서관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별개로 인터넷을 통한 논문 검색은 유료학술지를 제외하면, 독일 국립 도서관의 웹사이트를 통해 검색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흐지부지한 결론을 당신에게 선물하겠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박사들을 배출하면서도 동시에 논문 인용율은 세계 최하위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석박사라고 해서 자랑하지마. 나는 당신이 석박사라고 거드름 피울 때, 인정욕구에 갈증을 느끼는 네 자의식 과잉, 열등감과 권위의식을 느낀다. 당신이 한낱 권위들에서 한발짝 물러서면서 좋은 가치들을 나누려고할 때, 나 또한 당신의 한걸음을 지지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고 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