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시 경 göli bahnhof 방향 oranienstr.에서 목격.
(경찰 폭력에 반대해 꺼내들고 찍었던 영상이 있었는데, 지금 업로드가 불가능하다)
베를린 저항 네트워크 Stressfaktor 에도 데모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채, 8시경부터 kotti에서 산발적으로 모인 안티파, 아나키스트들이 얼마전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망명 보트 침몰 사고에 대해 기습 시위를 벌렸다. 보통의 망명자 지원 데모들은 Stressfaktor라는 베를린의 비영리 저항 네트워크에 정보를 공유하여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류의 시위나 문화행사, 페스티발 등은 경찰들이 시위 장소 주변을 조금은 한가로이(?!) 질서 유지를 하는 반면, 어제의 시위는 온라인 네트워크에 전혀 공유되지 않은채 언더그라운드 네트워크로 조직된 시위 였기 때문에 경찰들이 당황해 여기 저기 뛰어다녔고, 평소보다 강경히 연행을 시도 했다.
이 시위는 유럽의 망명 운동은 계속 되어왔지만 진전이 없었고, 더욱이 10월 3일 아침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람페두사 섬 앞에서 아프리카인 망명자 500여 명을 태운 보트가 전복되는 사고로 수백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망명자 보트 침몰의 근본 원인은 많은 사람이 배에 타서가 아니라, 유럽의 나토군들의 전쟁과 유럽 국가들의 아랍-아프리카 전쟁 지원이 망명자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 이에 인도적인 대우는 커녕, 그 원인에 대해 유럽의 국가들이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했기에 발생한 인재라는 것이다. 이번 사고 이후에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탈리아는 무슨 수를 내던 망명자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게 되었다. 이 것은 유럽 전역의 망명자 운동, 특히 최근 독일의 망명자 지원 운동을 더욱 거세게 하였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이주자이며, 이탈리아 첫 흑인 장관인 세실 키엥게 이탈리아 통합부 장관은 시신 수습 과정을 침통하게 지켜보며 “죽은 자들 앞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또한 키엥게는 “이민법 및 불법체류자에 대한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고 역설하였는가 하면, 죠르죠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망명은 이민과는 다른 문제다. 우리는 이들이 합법 이민이냐 불법 이민이냐를 따질 이민자들이 아니라 망명자들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라며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10월 4일을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이 문제를 두고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음을 자인한 셈이 되었고,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유럽연합에서 지금까지 이탈리아 홀로 망명자 문제를 처리하게 내버려뒀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 갑작스러운 시위에 옆에서는 스크럼을 짜고 블랙블록이 이어졌고, 한켠에서는 한가로이 와인을 마시는 관광객들이 한 장소에 있는 광경이 만들어졌는데,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300명 정도의 많지 않은 시위대 였고, 이 시위대를 보고 환호를 하고, 경찰들에게 “이 파시스트 자식들아, 부끄러운줄 알아라! 너희들은 조직적인 살인을 도모하고 있다!”라고 외치며, 시위 대열에 합류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보통의 경우면 비디오건 사진이건 찍지 않지만, 갑작스러운 시위였기에 경찰들이 강경히 대응하려고 했고, 때문에 경찰의 불법적인 폭력 진압을 포착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호기심에 가득찬 관광객들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비디오를 촬영했다. 본인의 경우에도 그러했는데, 사정상 대열에는 합류할 수 없었고, 촬영하는 동안에 제지 당하지는 않았지만 경찰들이 굉장히 경계하였다. (늘 검은 상하의, 검은 신발, 검은 외투를 입기 때문에 시위대로 오인했을 수도 있다)
kotti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oranienstr.와 adalbertstr.의 교차로의 건물들 외벽에는 프로젝터를 통해 “Schande Europa, 비열한 유럽” 라는 텍스트가 벽에 펼쳐졌고, 사람들은 그에 지지 의미의 환호를 보냈다. 나는 이 때 중요한 약속이 있어 끝까지 할 수 없었는데, 하우스에서 같이 사는 친구들과 다른 하우스 프로젝트, 스쾃의 친구들이 연대하기 위해 왔고, 친구들은 마구잡이로 연행할 것이 예상되니 내게 피해 있기를 당부했다. 이후에 경찰은 지나가던 사람들도 야유를 속에 연행을 하겠다며, 해산 방송을 다시 했다. 시위대는 자진 해산 하는 척하며 둘로 나뉘어 행진을 계속해 luft der brücke 주변으로 이동했고, 최소 수 십명이 연행 되었고, 여러 명의 망명자들이 연행되었다며, 경찰서 항의 방문 등의 긴급 연대 소식을 언더그라운드 네트워크를 통해 알렸다.
독일 경찰? 한국 경찰과 절차상 달랐던 것이 있긴 했다. 한국은 해산 방송 3번 대충 하고서 해산 하는 시위대들 마저 죄다 연행 하고, 종종 전의경들이 사복경찰, 기자,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을 몰라보고 죄다 연행하거나 두들겨 팬다면, 여기 독일은 해산 방송을 더 많이 하긴 한다. 그리고 시위대가 아닌 사람들 앞에서 두들겨 패는 장면을 보일 수 없기 때문에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는 폭력을 자제하는 편이다. 어쨌거나, “Wir sind berliner Polizei.. 우리는 베를린 경찰입니다..” 따위의 말로 말문을 열고, ‘시위 중인 시민들께 해산을 부탁드리며, 해산하지 않을 시 연행할 것’ 이라는 내용의 해산 방송을 하니 시위대는 물론이거니와 근처의 와인바나 레스토랑에 있던 일반 사람들까지 나와 경찰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구차하게 경찰의 직무를 들먹거리며, 이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외면한 채,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핑계로 체제에 부역하는 것은 한국이나 독일이나 사실 다를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