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o the Scene, 2 – 펑크에는 좌우가 없다

어느 새인가 한국의 펑크/하드코어 씬에서 좌파, 우파 편이 갈린다는 논쟁이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채우기 시작했다. 딱 잘라서 이야기 하면, 펑크/하드코어에 본질적으로 우파란 것은 존재 하지 않는다. 때문에 ‘우파 펑크/하드코어’ 라는 이런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는 대체 누가 왜 만들어 분란을 일으키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펑크/하드코어가 애국주의자라는 것도 황당한 이야기일 뿐이다. 극악무도한 무정부주의자나 빨갱이들이 펑크/하드코어를 통해 선전, 선동을 하고 있으며, 자신은 애국하는 건전한 우파 펑크라 누가 자신을 소개 한다면, 그건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펑크 밴드들이 빨갱이이며, 그 빨갱이들을 사랑하는 우파라며 고백하는 모순 속에 빠지게 된다. 이번 글은 펑크의 정치적 스펙트럼에 대해서 간단하게 다뤄봤다.

‘Well, the oppressors are trying to keep me down
압제자는 나를 짓누르려 하고
Trying to drive me underground
나를 지하로 몰아가고
And they think that they have got the battle won
그들은 전투에서 이겼다고 생각하고
I say forgive them Lord, they know not what they’ve done
난 주님께 그들을 용서해 달라고 얘기했고, 그들은 그들이 하는 짓을 모른다고’
– Jimmy Cliff 의 ‘The harder they come’ 중에서

스킨헤드 운동에 불을 지폈던 Jimmy Pursey는 본인의 밴드 Sham69의 스킨헤드 팬들이 인종문제로 싸움을 일으키자 무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Dead Kennedys 는 마초이즘과 민족주의, 인종주의를 부추기며, 어린 친구들을 유혹하는 밴드들에게 개소리를 집어 치우라며, 그들의 마지막 앨범 ‘Bed time for democracy’ 에서 ‘Chickenshit Conformist’ 를 통해 신랄하게 씬을 비판하며 해체 이후, 보컬 Jello Biafra 남미로 떠나 남미의 씬을 일구었다. 그라인드 코어를 이끄는 Napalm Death 는 반자본주의를 외치며, 아예 ‘우리는 음악 산업의 적이다’라 노래부르기도 했으며, 지금도 유럽에서 아나키스트들, 공산주의자들이 대거 모이는 공연들을 만들고 있다. 랜시드는 지미 클리프의 압제 억눌리는 빈민의 심정을 노래한 ‘the harder they come’을 커버했으며, 랜시드의 멤버 라스 프리데릭슨은 그의 서브 밴드 Lars Frederiksen and The Bastards 에서 영국의 민중 가수이자 국민 포크 가수인 Billy Bragg의 ‘To have and to have not’ 을 자신의 심정을 더해 커버했다.

‘well if you look the part well then you’ll get the job
가만히 분석해보면 직장을 구할수도 있을꺼야
in last year’s trousers and your old school shoes
작년에 입던 바지랑 작년에 있었던 일들.. 학교다닐때 신던 신발같은걸 분석해보면..
the truth is son it’s a buyer’s market
솔직히 현재 경제는 소비자를 위주로 돌아가고 있어
they can afford to pick and choose
그들은 상품을 선택하기 위해서 돈을 쓰지
just because you’re better than me doesn’t mean i’m lazy
네가 나보다 낫다고 해서 내가 게으름뱅이가 아니듯이
just because i dress like this doesn’t mean i’m a communist.
내가 이렇게 입었다고해서 내가 공산주의자라는 걸 의미하진 않아
well the factory’s are closing and the army’s full
그래 공장들은 문을 닫고 있고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다들 군에 입대하고 있지
i don’t know what I’m going to do
근데 난 뭘할지 아직도 모르겠어
but I’ve come to see in the land of the free
하지만 난 자유의 땅에 서기위해 여기에 왔고
there’s only room or a dozen few
우리가 설 곳은 이젠 거의 없어
just because you’re better than me doesn’t mean i’m lazy.
네가 나보다 낫다고 해서 내가 게으름뱅이는 아니지
just because you’re going forwards doesn’t mean i’m going backwards.
네가 한 걸음 나갔다고 해서 내가 뒤쳐진건 아니라구’
– Billy Bragg 의 ‘To have and to have not’

당신은 Sham69, Dead Kennedys, Napalm Death, Rancid 같은 밴드들을 빨갱이라고 할텐가? 이 밴드들 이외에도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펑크/하드코어 밴드들의 가사를 읽어보려고 조금이라도 노력해왔다면, 우파인 펑크/하드코어 밴드는 없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 고 있을 것이다. 네오 나치가 아니고서야 어느 밴드가 자신이 ‘우파 펑크/하드코어’ 밴드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펑크가 어떻게 애국주의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정치적 입장을 피력하는데는 다들 완곡하던 직접적인 표현법에 차이가 있지만, 세계 어디에도 우파 펑크/하드코어 밴드라고 주장하는 밴드는 없다. 그것이 네오나치나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비정상적인 극우 세력이 아니라면 말이다.

 

‘When the thugs form bands, look who gets record deals
From New York metal labels looking to scam
Who sign the most racist queerbashing bands they can
To make a buck revving kids up for war
폭력배들이 밴드를 만들 때, 뉴욕 메틀 레이블이 사기를 치며 누군가 음반 계약을 따낸다. 누군가 더 극렬한 인종차별주의적 퀴어밴드 괴롭히기 밴드에 사인을 하고, 그들은 (자신들만의) 전쟁을 위해 아이들에게서 돈을 만들어 낸다’
– Dead Kennedys 의 ‘Chickenshit conformist’ 중에서

 

지난 북유럽에서 네오나치들이 일부 블랙메탈 씬을 더럽혔던 것에 대해서조차 이미 청산되었고, 청산 하고 있는지 오래다. 유럽에서 우파 성향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펑크/하드코어/크러스트/그라인드/블랙/데스 메탈 밴드들이 공연장의 무대에 설 수도 없으며, 관객으로 입장 조차 안되고 쫒겨난다. 그것이 유럽 씬의 기본적인 모습이다. 때문에 그런 밴드나 관객들은 도시 먼 외곽에 네오 나치들이 모여 살며, 자신들만이 가는 공연장이나 바를 만들고 있고, 이것조차 유럽의 차별 금지법에 의해 엄격히 규제 받고 있다. 관용정신을 강조하는 유럽에서조차 불관용에 대한 관용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Napalm Death의 ‘빨갱이여 영원하라’ 라이브

펑크에서 좌우를 논박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면, 펑크는 기본적으로 아나키즘이나 좌에서 시작된 음악이고, 그렇게 역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참 간단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글이 더 길어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느낌 마저 든다. 앞으로도 연재될 이야기들에서도 재차 다루게 될 것이니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 짓겠다.

 

누구라도 우파 펑크/하드코어 밴드를 찾는다면 반박해도 좋다. 하지만, 그 밴드가 네오나치나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극우 세력과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근거도 필수이겠지. 한가지 덧붙이자면, 일본의 SS(Samurai Spirit) 스킨헤드들은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극우 세력이다.

 

글의 마지막은 캐나다 출신의 크러스트/블랙 메탈의 여제라 불리는
dödsängel 의 wolven hatred 로 마무리 짓겠다.
 dödsängel 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 익스트림 밴드로서, 보컬/기타/베이스/드럼을 모두 맡고 있는 트리쉬가 10대 시절 크러스트로 시작해 크러스트/블랙메탈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밴드이다. 트리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물학을 전공, 멀리 북유럽의 노르웨이로 넘어가 이주한 후 이 프로젝트 밴드 를 만들었다. 이후 생물학 연구를 위해 북유럽의 최대의 고원지대인 하당에르빗다의 깊숙한 숲을 홀로 들어갔었으며, 2010년까지는 활동을 계속 해나갔으나 지금도 활동하는지 아니면 밴드를 그만둔 것인지는 알려져있지 않다. 트리쉬, 그녀는 유명해지기 시작하자 이를 회의하게 된 것인지 은둔하게 된 것으로 짐작되며, 이후에 그녀에 관한 온라인 상의 정보들도 하나둘씩 지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