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국 생각이 나거나 외로울 때 먹는 음식.
무거운 마음을 풀어볼까 하여 아시아 마트에 다녀왔다. 평속 20킬로로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비와 함께 맞바람이 심하게 불어 20분이나 걸렸다. 게다가 Elsenbrücke부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옆으로 나있는 대로 Mühlenstraße는 길이 쭉쭉 뻗고 신호가 별로 없어 달리기 좋을 것 같지만, 어느 방향으로도 맞바람이 부는 마의 구간이다. 슈프레 강을 옆에 끼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주위로 별다른 건물들 없이 뻥뻥 뚫린 이 대로의 특성일까,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양방향의 맞바람.
이 원인 불명의 맞바람은 사방에서 휘몰아쳐 몸을 감고 비틀거리게 하지만, 가끔 운좋게 바람을 탈 수 있다. 그럼 평속이 무려 5킬로나 늘어나고, 힘도 들지 않는다. 라면 너댓개와 교자만두, 터키식 고추절임, 베트남 고추를 집어들고 비에 쫄딱젖어 물에 빠진 생쥐같은 몰골로 “라면 생각이 너무 나서요.” 라며 사장님께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인스턴트 음식을 정말 싫어했다. 우는 아이 입에 물려주면 울음도 뚝 그친다는 소세지나 전지전능한 반찬 스팸은 물론이고, 밥대신 라면이 나오면 차라리 끼니를 거르는 그런 골치덩어리였다. 2008년 상수동에 살면서 처음으로 내 스스로 라면을 찾아 먹었다. 그리고 하루 저녁은 씹다만 라면을 우물거리며 서럽게 울었더랬다.
2014년이 끝나가는 지금 나는 인스턴트 라면을 먹기 위해 비바람을 헤쳐가며 달렸다. 이 매운 인스턴트 맛을 조근조근 천천히 음미 하고나면,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히고 코를 훌쩍인다. 먼지 알러지로 종종 고생하는데, 고춧가루는 면역력을 증대하고, 알러지에 효과가 있으며 울쩍할 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여러분 고춧가루는 http://www.zazimusic.com/ 에서 구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