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party and cooking

x. 하우스 파티.
1년에 한번 뿐인 하우스 파티라 요 며칠 하우스가 분주하다. dj와 밴드 섭외 이외에도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할 6개의 화장실과 3개의 부엌을 점검하다 발견된 부실한 것들. 예를 들어 좌변기를 새로 설치하는 중이고, 화재에 대비해 소화기 16개를 배치하고, 이 밖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부분을 수리하고 있다. 우리 하우스 파티는 베를린의 안티파-아나키스트 플래너에 공지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그렇게 하지 않고도 하룻밤 사이에 500~ 600명이 찾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연달아 들어오는 주민신고와 만취한 손님들을 통제해야했고, 건물 밖에서 괴성을 지르거나 오줌 싸는 녀석들을 건물 안으로 인도해야했다. 그래서 하우스 친구들 서른명과 하우스와 친한 친구들까지 모두 파트 타임으로 건물 입구부터 시작해 3개의 바, 채식 푸드 코너, 공연장, 디스코파티, 계단은 물론 건물 밖까지 순찰을 돌아야 한다.

 

물론 하우스 파티는 안티파와 아나키즘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호모포비아나 인종차별, 섹시즘 등의 폭력에 반대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은 물론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경고를 하고 이후에 퇴장조치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하우스가 모든 종류의 하드드럭에 반대하지만, 이 날은 특히나 하드드럭에 취한 사람들은 받지 않는다. 뜨거운 파티에 취한 사람들을 위한 칠-아웃 룸도 준비되고, 또한 이 파티에서 사랑을 찾은 사람들을 위한 dunkel raum도 마련되는데, ‘어두운 방’ 이라 불리는 이것은 베를린의 독특한 문화랄까 어두운 구석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소.

 

이 하룻밤동안 소비되었던 술만해도 맥주 40짝에 보드카 스무병, 위스키 스무병, 와인 열병, 샴페인 10병. 나는 친구들과 두부스테이크버거를 끼워넣은 채식버거 150개를 만들었었다. 워낙 요리를 좋아하다보니 올해는 무슨 요리를 할까 생각하던 찰나에 아쉽게도 내 다른 스케쥴로 올해는 친구들의 기대를 부흥할 수가 없다.

 

x. 아쉽게도 요리할 수 없는 이유.
몇 주 전부터 나는 하우스 파티에서 할 요리들을 고민 고민하며 메모 해오고 있었는데, 불행히도 작은 미소를 머금은 내 소소한 즐거움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하우스 파티와 같은 날 저녁 두개의 케이터링 오퍼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리퀘스트가 맞지만, 내가 하기 싫음 그만이므로 나는 오퍼라고 생각한다. 끌려다니면서 일하고 싶지 않다)

 

치프 오피서, 휴고 ㅈㅇㅁ 씨의 오퍼: 1시간 동안 스물 다섯명의 독일 사람들 앞에서 초밥을 접는 퍼포먼스.
꽤 오랫동안 직접 회뜨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었더랬다. 식사 보다는 bar munchies 스타일의 것을 하고 싶었는데, 내 바람에 완벽히 부합하지는 않더라도 스타일 자체는 나쁘지 않다. 에이전시에 커미션을 주고 나면, 준비비용까지 합쳐 220유로 정도니 큰 돈도 작은 돈도 아니다. 그래도 내 칼들과 도마, 토치를 제외하고는 그 쪽에서 주방 기구는 제공하겠다고 하니 썩 나쁘진 않지만, 그동안 고대하던 하우스 파티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그보다 걱정이 되는 것은 따로 있다. 쉐프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칼과 불 앞에서면 감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를 하는 나로서는 요리 하는 앞에서 웅성거리며, 와인을 들고 카메라를 들이내밀 것을 생각하니 회를 뜨고, 초밥을 쥐는 1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질 것 같다.
물론 종종 요리하면서 맥주를 마시기도 하지만, 요리하는 날에는 되도록이면 속을 비우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도록해 혀가 무뎌지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요리를 맛보지않고,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기분 나쁘다.
사람들이 그러지 않도록 당부해줄 것을 에이젼시를 통해 요청해야겠지만, 사람들이 내 규칙에 강제될 이유도 없고, 무례함과 규칙 파괴를 통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온 것이 이 땅 위의 문명 아닌가. 내가 요리를 통해 배워야할 것이 아직도 많다.

 

ㅁㄹㅇㅋ ㅋㄹㄱ 바클레이 씨의 오퍼:
한식, 에이젼시 말로는 소개된 베를린의 여러 쉐프들 프로필을 보다가 나의 프로필을 보고 꼭 내가 요리했으면 한다고 연락을 했단다. 나에겐 어디 요리학교를 댈 정도의 장황한 경력은 없지만, “항상 커스토머의 취향과 식도락 경험에 맞춰 한국의 맛을 비틀지 않고 요리하는 것을 늘 생각하고 있다” 라 올려둔 프로필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때문에 같이 사는 친구들 이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요리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독일 밀시라이스랑 스시라이스랑 같은 쌀이니까, 김밥 말때 비싼 스시라이스 사지 말라고! 제발! 그렇게 요리에 돈을 들이고 싶으면, 중식-참기름 말고, 한국 참기름 사라고!” 늘 외친다)
사실 냉장고에 남아있는 막재료로 하는 초간단 요리도 좋아하지만, 되도록 퓨젼요리는 생각하진 않는다. 나 말고도 그거 할 사람 많으니까. 동북아시아 음식, 특히나 한식은 짧은 시간 내에 조리가 불가능한데,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또띠아에 불고기나 김치를 넣어 래핑하는 방법들이 탄생하였다. 하지만 나는 다른 길을 찾고 싶다. 다른 양식을 따라서지 않고, 한식을 패스트푸드로 만드는 것이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고민은 계속 된다.
다들 알다시피 술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맥주 마이스터 친구가 새 맥주를 만들거나 다른 도시를 방문할 때, 그 도시의 맥주를 가져와 서로 맛을 보고, 어떤 것이 아쉬운지, 어떤 것이 마음을 훔치는지 이야기를 종종 즐기기까지.
아무튼, 바클레이 씨의 오퍼. 베를린에서 할 수 있는 한식 150~ 200개의 레시피와 십여가지의 일식, 중식 레시피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날 이전에 잠시 만나 이야기 하길 요청해두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루 저녁 70~ 80만원 선의 근사한 저녁을 선물하고 싶었던 바클레이 씨는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 ‘편리한 사랑방식’ 같았다고 한다. 케이터링할 때나 가이드 일을 할 때, 나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바클레이 씨와 같은 사람들이다. 페이를 떠나 그런 마음인 사람들을 만날 때는 나의 마음도 겨울을 이겨낸 풀잎처럼 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에이전시에서 또 하나의 오퍼가 왔다. 나흘 뒤의 결혼기념일에 둘만을 위해서 저녁식사를 해달라는 것. 페이도 나쁘지 않은데 일단 거절했다. 왜냐면 나는 내일 저녁 민중의 식탁에서 요리 해야 하는데, 일요일은 마켓이 열지 않으므로 마켓에서 재료를 확인하고, 준비하는데 단 하루 밖에 없다. 물론, 월요일에 해도 되겠지만, 이 오퍼는 결혼기념일을 위해서 아닌가. 그 둘을 위해 내가 요리하고 싶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쉐프가 요리하는 것이 내가 준비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더이상 이야기 할 이유가 없다. 그들을 축복하며 깔끔하게 단념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