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rt Review: Crowskin, Wolfbrigade

<Wolfbrigade와 Crowskin의 Flyer>

전 날까지 Staatlichen Akademie der Bildende Kunst Stuttgart의 Rainer Ganahl 교수님과 Kontak을 위해 시간을 보냈는 데, 몇 일 고생 끝에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Wolfbrigade의 공연을 보기 위해 Potsdam을 찾았다. Black Fleck이라는 클럽은 Potsdam의 펑크들에게 사랑받는 공연장으로 알려져 있다. Potsdam은 생각보다 굉장히 작은 도시였고, 주변에 무너진 건물들이 거의 복구 되지 않은 채 방치 되어있었다. Mitfahren 웹사이트에서 단 35유로에 Stuttgart에서 Berlin까지 가는 친구를 찾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일반 왕복 버스가 찾기 어렵고 그마저도 최소 330유로에서 400유로 이상 하는 데에다가 기차도 이와 마찬가지 혹은 더 비싼 가격이니 나에게 Mitfahren 웹사이트는 독일 생활에 필수 수단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Stuttgart에서의 Rainer Ganahl 교수님과의 Kontak에 대해서도 이야기 더 하고 싶지만, 많은 사람들의 요청 속에서도 나의 귀찮음과 이 포스팅의 본연의 의도로 돌아가 후 일을 기약하겠다.
아무튼 Crowskin과 Wolfbrigade의 이 공연이 단 돈 5€라는 사실이 믿겨지는가!

<Die Straße vor Black Fleck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이 날 공연은 Potsdam을 Local Scene으로 활동하는 Cyness라는 Grind Band의 주도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당연히 공연이 열려야만 했을 것 같은 Berlin이 아닌 Potsdam에서 열렸다. 물론 이 포스팅도 Cyness와 Crowskin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만 하겠지만, 나는 사실 Crowskin에 대해서 그다지 잘 알지 못하므로 그에 대한 포스팅은 나중에 Potsdam의 Crustie, Punks 모임인 Cancer Clan 친구들과 만난 이후에 하겠다.

 

 아무튼 이 엄청난 공연을 앞두고 Black Fleck을 찾아가는 길에서 나와 새봄이는 많은 무리의 Berlin 펑크들이 무리지어 Black Fleck을 향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길 찾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고, ㅡ 사진에 보일지 모르겠지만 ㅡ 도착한 그 곳에서는 공연 시간이 멀었는데도 어림잡아 100명 이상의 펑크들이 운집해 있었다. 그냥 딱봐도 아시안은 나와 새봄 밖에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고, 우리가 가진 커다란 등산 가방들을 대뜸 바에다 맡겨달라고 부탁했다. 보통은 이럴 때 팁을 요구 하는데 우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바로 Wolfbrigade의 Merchandise를 뒤적뒤적, 과거의 앨범 CD와 LP들 티셔츠들을 보고 곧장 새 앨범 <Damned>와 Wolfpack 시절의 티셔츠를 구매! 그러나 바로 입는건 좀 오타쿠 같은 짓이라 느껴져서 여행자 차림의 모습으로 놀기로 결정하고 맥주를 퍼마셨다.
 이윽고 여성 보컬을 필두로한 Crowskin의 공연이 시작 되었는데 Crowskin은 상당히 질척거리며 절규하는 음악을 기반으로 Potsdam에서는 꽤나 알려진 밴드였다. 나도 좁은 공연장에 가득찬 무리들 속에서 맥주병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놀기야 했지만, 사전에 미리 좀 알아보지 않고 간 것이 밴드에게 미안. 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땀에 흠뻑 젖어 보컬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ejlK5ki428s&fs=1&source=uds]
<Crowskin의 영상은 찍지 못했기 때문에 2년 전 라이브>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칼과 티셔츠.. 맥주 한병 들고 잠시 열기를 식히기 위해 공연장 앞으로 나갔다. 맥주를 한 모금 삼키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이는 왠지 친근한 모습의 아시안이 보였다. 무작정 다가가서 독일어로 말을 걸었는데 잘 하지 못했다. 독일에 가족과 함께 Potsdam에 온지 몇 달 안 되어 아직 독일어를 배우는 중이라 하였고, 우리 또한 독일어 실력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Dodi. 그의 이름은 Dodi였다. 인도네시아 Crust Scene에서 날라온.. 우리는 베를린에 산다며 자주 보자고 이야기를 나누고 좋아하는 밴드들 이야기를 했다. 당연히 R.A.M.B.O 의 투어 이야기를 조금 했고, Clust Bomb Unit 의 투어 이야기도 나누었다. 금새 친해진 이 친구와 맥주를 몇 병 마시고 담배를 몇 개비 연거푸어 피웠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갑자기 작은 공연장이 좀 전의 Crowskin 공연 때보다 더 미어터진다. 한번 나가면 다시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상황. 어떻게 보게 된 공연인데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생각으로 밀고 들어갔다. 안에서 Köpi와 Tommyhaus에서 만난 크러스트들과 우연히 마주쳐 인사를 나누고선 당연히 Berlin을 제치고 Wolfbrigade를 위해 Potsdam에 와야하지 않겠냐며 서로 씨익 웃었다. 이윽고 Wolfbrigade가 시작하고.. 비좁은 공연장에서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어졌다. 흔들리는 관중의 물결 속에서 가만히 힘을 빼고 있어보니 발이 공연장 바닥에 안 닿았다. 한미FTA 반대 시위에서 겪었던 일을 Potsdam에서 다시 겪었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괜스레 울컥했다. 비장한 Wolfbrigade의 음악이 나를 더욱 때리기 때문이었을까?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z9wNMqFvgFw&version=3&f=user_uploads&c=google-webdrive-0&app=youtube_gdata]
<Wolfbrigade in Potsdam>
ㅡ 아쉬운 19초.
<Wolfbrigade in Potsdam>
ㅡ 공연장의 앞부분 밖에 찍지 못했다.
뒤쪽으로는 사람들이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오지도 못할정도.

 

<Wolfbrigade in Potsdam>
ㅡ Micke.

 

<Wolfbrigade in Potsdam>
ㅡ Erik이 늑대 무리들을 선동하고 있다.

 

<Wolfbrigade in Potsdam>
ㅡ 이 때쯤 나는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고 있었음.
 공연은 굉장했다. 아쉽게도 나는 놀아야만 했고, 내 Handy에는 Mape 작업 때문에 용량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단 19초의 영상과 사진 몇 장 밖에 찍지 못했다.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누가 Wolfbrigade의 공연을 보면서 멍하니 영상이나 찍고 있을 수 있을까! 게다가 이 어두운 공간에서 저들은 사냥을 앞둔 늑대떼들처럼 으르렁 대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 대부분이 흔들렸고, 어쩌다 나도 모르게 터진 플래시가 전부.. 나도 아쉽지만, 그 순간의 살아있는 사진은 새봄이 찍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Erik, Johan.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Potsdam Scene에 반가이 화답하는 Erik, Johan, Micke.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대장 늑대 Micke의 포효에 왼쪽 하단에서 Tom Götz가 함께 으르렁 거리고 있다.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Micke 앞의 가운데 친구는 나와 새봄이 Obscene Extreme Festival에 가는데 많은 도움을 준
친구인데 온라인에서 본명을 쓰지 않으므로.. Hammerheadphil이라고만 밝혀둔다.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직업이 Tattooist인 드러머 Dadde.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이 좁은 곳에서 사람들 머리 위로 올라가는 것은 자유이지만, 내려올 때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다.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왼쪽이 Cyness 드러머, 마치 늑대 대장의 growling에 함성을 외치는 늑대무리 같은.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잠시 멈추고 세팅중에 Johan.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뜨거운 피가 끓는 Micke와 드럼치는 Dadde.
 위 사진들은 새봄이가 필름으로 찍어낸 순간들이다. 나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사진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 모양. 어떻게 찍은 사진 모두가 이렇게 굉장한지.. 아무튼 마지막 곡인 것처럼 잠시 Wolfbrigade가 연주하지 않을 때 다른 녀석들이 벌써 끝나면 안된다고 동요할 때쯤 나는 당연히 <Awakening>을 기다리며 “Awaken me! Awakening us! Please!” 를 외치며 growling.. 역시나 Wolfbrigade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Awakening을 포효!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OtK5y4iSedc&fs=1&source=uds]
<Wolfbrigade의 Awakening과 가사>
 공연이 끝나고 나와 새봄 Dodi는 모두 지쳤다. 특히나 나는 땀에 온 몸이 젖었다. 맥주를 한모금 마시고 있는데, Berlin 사는 펑크들이 차가 끊길새라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간다. 나와 새봄은 그냥 노숙하기로 작정한터라 남아서 술을 더 마시기로 했는데, 새봄은 별로 마시지 않았고 나는 맥주를 두세병 더 비워버리며 취하기 시작했다. 내가 새봄이에게 오늘은 취하지 말자는 약속을 다 마셔버렸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였다는 핑계를 대보지만 결국 나에 대한 반성과 새봄이에게 미안한 마음만이 든다.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Jocke와 Erik.. “뭐 오늘 공연은 괜찮았어..” 라는 듯.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Dadde가 Johan과 Micke에게 “나 오늘 드럼 치는거 봤어?”라고 자랑하는 듯.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단란한 늑대가족.. Dadde는 어디가고, Johan, Jocke, Erik, Micke.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다음 일정을 이야기 중인듯 한.. Johan, Micke, Erik
 그 사이에 Wolfbrigade 사진을 새봄이가 찍었는데, 실수로 기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하니 기타가 조금 당황 했었다고 한다. Wolfbrigade는 역시 크러스트들의 살아있는 전설답게 주르륵 넷이 벽에 기대 앉아 팔짱 끼고 입을 다문채 맥주만 마셨다. 나는 Dodi와 Wolfbrigade와 함께 사진을.. 그러나 드럼은 공연장을 찾은 다른 여자 펑크와 이야기하느라 바빳기 때문에 네 멤버만이 사진에 나왔다. 이 사진을 찍고 나서 진탕 취한 나는 Wolfbrigade를 앞에 두고 필름이 끊겼다. 집에 어떻게 온지 잘 기억도 안 나는데 Potsdam 친구들이 도와주고, 새봄이는 진땀을 뺐다고..
<Wolfbrigade in Potsdam ㅡ Fotografie von Saebom Lee>
ㅡ 문제의 사진..
사진만 보면 내가 공연을 하고, Wolfbrigade가 나의 공연을 보러온 것 같지 않은가?
Johan, Jocke, Erick, 나, Micke, Dodi.
다시는 이렇게 취하면 안 될 듯하다.
 이 사진 찍은 후에 새봄이가 Neonazi에 대한 플라이어를 몇 장 줏었고, 나는 당연히 아닐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새봄이가 궁금해 함에 따라 그곳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는데 Potsdam은 매우 작은 도시라 펑크들이 공연할 만한 곳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Black Fleck 공연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크러스트 공연 때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놀라운 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했다.
공연은 정말로 굉장했으나..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의 기억들을 나누고 싶은 욕심을 이렇게나마 아쉬움으로 드러내본다. 그러나 나는 추억하지 않겠다. 우리의 시간은 과거에 묻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앞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 포스팅을 쓰는데만도 거의 한시간 반이 걸렸으므로.. Obscene Extreme Festival과 Schöneweide에서의 Anti-Neonazi 시위에 관한 포스팅은 뒤로 미뤄둔다.

Handy로 찍은 사진을 제외한 모든 사진은  Saebom Lee 의 사진이므로 사진의 상업적 사용및 편집, 재가공 등의 2차 저작은 Saebom Lee에게 문의할 것.

ㅡ 2012년 5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