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라는거 정말 쓸데없는 일이란거 잘 알지만, 어제를 다시 기억하고 싶어서 몇자 적어본다. 월요일 밤, 쾨피에서의 카타르시스 공연. 사실 나는 카타르시스를 전혀 알지 못했고, 두 친구가 꼭 가자고 했다. 잠시 망설이다 이유가 있을듯 싶어 가기로 했다. (머저리 같은 위키피디아는 이 밴드가 해체했다고 이야기 한다.)
사실, 첫 밴드가 끝날 쯤 도착한 나는 별 흥미를 못 느끼고 있었다. 조용한 월요일 밤을 보내고 싶었으니까. 멍청하게도 나는 이들의 공연이 시작하면서 이들의 사운드에 주목을 했었다. 연주도 굉장히 좋기야 했지만, 공연에서 한번도 눈을 떼지 않으면서 알게된 것은 공연만이 다가 아니였다. 물론, 드러머 Alexei Rodriguez 한국에도 잘 알려진, Walls of Jericho 는 물론 Prong 과 KMFDM 같은 쟁쟁한 밴드들을 했던건 사실이지만, 보컬의 멘트를 들으면서 나는 눈시울이 젖어버렸다. 모두 다 이야기 할 수 없겠지만, 보컬은 모든 시위에서 싸우는 사람들 특히 지금 이 순간 베를린 올라우어슈트라쎄의 학교를 점거하고 싸우는 망명자들을 잊지 말고, 도와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이 싸움은 몇 달전에 시작되어 아직도 계속 되고 있는데 이 빌어먹을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는 국경을 없애야만 한다고. 그리고 미국 오하이오의 한 월마트에서 한 소년이 부당하게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마이클 브라운과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목이 졸려 숨진 에릭 가너를 잊지 말자고도 이야기 했다. 보컬 브라이언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멘트를 잊지 않았는데, 종교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지도 이야기 했으며, 우리는 신이 없지만, 우리에게는 삶이 있다. 우리는 언제든지 면도칼로 손목을 자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삶이 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 이 곳에 모여 있는 우리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이야기 했다. 모두 혼자가 아니라고.
공연장에 빗다운이나 쳐 들을 것 같은 미친 하드코어 씨발놈들이 마초 모쉬핏을 만들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불쾌해했다. 왜 빗다운이냐고? 빗다운 하는 애새끼들 치고 풍선 근육이나 멍청한 그 브랜드 옷 따위를 과시하는 놈들이 한둘인가? 그래, 이건 모두 각자의 취향이라고 하자. 아무튼 보컬은 공연장의 친구들에게 잠시 마이크를 넘겼고, ‘마초 모쉬핏’ 을 만들지 말라고 이야기 했다. 애석하게도 그 멍청한 놈들은 자기를 이야기 하는지도 모르고 계속 해서 그 따위 짓을 했고, 결국 보컬이 ‘우리가 서로에게 폭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고 다시 한번 이야기 했다. 그럼에도 그 놈들이 계속해서 그 따위 짓을 했는데, 결국 몇몇 친구들이 그들을 핏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밀어넣으며 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탁컨데 뉴욕 하드코어, 빗다운 흉내 내고 싶은 애들은 제발 뉴욕 가서 해라. 그런 취향의 애기들은 다 뉴욕에서 놀면 되잖아? 얘네가 진짜 멍청한건 카타르시스 공연을 보면서 카메라를 들었고, 게다가 그 장소가 쾨피였다. 물론 당장 애들이 카메라 든 손을 내리게 만들면서 더 촬영하는 일은 없었지만, 관객이 공연장에서 촬영하는 일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공연이 끝날 때 쯤 보컬이 내 친구에게 마이크를 쥐여줬고, 친구는 공연이 끝나면 우리 다 망명자들이 점거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연대를 하자고 외쳤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했고, 보컬 브라이언도 좋은 생각이라며 받아쳤다. 안타깝게도 나는 거기에 함께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이유가 있어 바에 남아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베이스 치는 친구와 한참을 이야기 했다. 오늘 알게된 사실은 카타르시스가 CrimethInc. 의 멤버라는 것과 아침에 깨보니 하우스로 돌아오는 빗길에 넘어져 턱이 찢어져 친구들이 응급조치를 해놨다는 것.
ㅡ 2014년 9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