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곽정은, 섹드립 혹은 성희롱
상당히 의미 없는 논쟁. ‘여성의 섹드립은 위협이 되지 않을만큼 여성의 지위는 “위협적이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상태다.’ 라는 주장도 보았지만, 빈약한 변명일 뿐이다. ‘내가 8000km 정도 떨어진 한국 여성에게 어떠한 섹드립을 치더라도 실질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없기에 하등 문제 없다’ 라는 것도 통약될 수 있단 말인가? 판단은 읽는 이에게 맡기겠다.
곽정은의 발언이 섹드립이냐 성적 희롱이냐, 혹은 ‘장기하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르다’ 와 관계없이 곽정은의 발언은 촌스러운 농담이었다는 이야기 아닐까. 섹드립이란 단어로 통용되는 무언가는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지만, 묘한 섹스미가 있어야 하는데, 곽정은의 발언은 아저씨가 하는 짖굳은 농담 같이 들린다. 이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성희롱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별개로 이 사람들이 그 아저씨들의 곽정은과 이번 발언과 같은 것을 이와 같이 잘못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그러한 지점에서 곽정은의 이번 발언은 ‘연애 칼럼니스트’ 로서의 곽정은이 생각보다 쿨하지 않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누군가는 곽정은의 이번 발언을 두고 도발적인 섹드립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또한 ‘대본에 쓰인 대로 읽었다’ 라고 가정하더라도 곽정은은 섹시즘이나 페미니즘에 크게 무게를 두고 있는 ‘연애 칼럼니스트’ 는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녀사냥에서 미디어에 노출된 곽정은은 그저 자유주의 커리어 여성의 연애 관점을 갖고 있을뿐, 독립적인 여성의 연애 관점이 없었다. 더욱이 금기도 아닌 일상적인 것들이 판도라 상자 안의 것들처럼 포장되었기 때문에 나는 흥미를 잃었다.
내가 이 발언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이 촌스러운 섹드립에 벙찐 표정으로 화답했을 것이다.
결론: 이번 논쟁보면 사람들이 성관념에 대해서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 되었있다는 것이다. 섹드립 치고 싶어도 성희롱을 신경쓰느라 유머감각이 없는 나무토막이 되거나, 섹드립과 성희롱 사이를 착각하고 반시간 만에 개새끼로 낙인 찍히거나.
섹시즘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여성을 보호받을 존재로만 규정하는 ‘고전적 페미니즘’ 만이 강요된 사회가 사람들을 구석으로 몰아세우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