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제 기후 행동 – 베를린과 그 여파, 그리고 오늘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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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기후 행동이 국제 행동이고, 많은 시민들이 참가하긴 하였지만, 베를린에서는 시위에서 사진 찍는 것이 자발적으로 제한 되어있다. 경찰에 의한 무분별한 수사를 막기 위해서고, 집회 참가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많은 사진이나 영상을 넣을 수 없었고, 과거 그리고 앞으로의 기사도 그렇다. 이 글에 담긴 사진들은 공개된 사진들. 당신이 만약 베를린에서 시위에 참가하고 연대 활동을 한다면, 절대 카메라를 꺼내지 마라. 그 순간 제지를 당할거고, 계속 한다면 누군가 당신의 카메라 혹은 스마트폰을 바닥에 집어던질 수 있다. 별개로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고 사진을 찍는 것은 연대를 깨는 일이고, 기록을 위해서라 할지라도 무례한 일이다. 당신이 아무리 우리의 친구라 할지라도.

 

기후 행동 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 – International, 이하 CAN-I)는 기후 변화 쟁점에 대한 환경-비정부기구(NGOs)의 포괄적 그룹 행동이다. 유엔기후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ge, 이하 UNFCCC)의 활동적 회의로서 녹색 NGO 공동체들의 관점으로 “ECO, 생태” 라는 뉴스를 매일 발행한다.

CAN-I 의 회원들은 국제, 지역및 국가 기후 쟁점들에 대한 정보 교환 및 전략적 조정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CAN-I는 다음과 같은 아프리카, 중부-동부 유럽, 유럽, 라틴 아메리카, 북미, 남아시아, 동남 아시아 지역에 일곱개의 사무국을 두고 활동한다.
CAN-I의 회원들은 우선 순위로 “자신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미래 세대의 능력을 훼손하지 않고, 현재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 (Brundtland Commission)”에 가치를 두고, 전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하며 공정한 개발을 위한 분위기를 보호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2014 기후행동, 뉴욕

2014년, 올해에도 많은 국가의 주요도시들이 이 기후 행동 네트워크의 집단 행동에 참가 하였는데, 특히나 뉴욕에서는 40만명이나 참여하여 큰 이슈가 되었다. 이 곳 인구 300만에 불과한 베를린 역시 1만명 이상이 참가했으며, 이 국제 기후 행동을 추진한 Avaaz에 따르면, G20 가입국을 위시로 최소 17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한다. 베를린은 기후 행동의 하부 시위로서 ‘침묵 기후 행동 퍼레이드(Silent Climate Parade Berlin 2014)’와 ‘오늘: 빨리 세계를 구하자 – 베를린 행동(Heute: Mal schnell die Welt retten – Berlin)’, 그리고 ‘기후 변화에 반대하는 자전거-디스코 행동(Tour de 2°C – Fahrrad-Disko gegen den Klimawandel)’ 등등을 조직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위 영상은 2013 침묵 기후 행동 퍼레이드, 베를린 ㅡ Open air DJ protest
(다음 링크에서 올해 사진들 일부를 볼 수 있다: http://www.ekvidi.net/global-denken-lokal-tanzen/)

‘침묵 기후 행동 퍼레이드(Silent Climate Parade Berlin 2014)’ 는 우리 세대에 가장 큰 문제인 기후 변화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기 때문에 이 시위를 조직한다고 밝히며,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춤을 출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 디스코는 사람들에게 다그치기보다 영감을 나눠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밝혔다. 13시, 베를린의 광화문 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알렉산더 광장’ 에서 사람들에게 신분증을 매개로 무료로 와이어리스 헤드폰을 나누어 주었고, 15시에는 네 명의 DJ들이 음악을 틀며 침묵의 디스코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와이어리스 헤드폰을 통해 DJ들의 음악을 듣고, 춤추며 베를린의 서울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 으로 행진하였다.

 

1795317_10152788187797704_3488095951271790993_o2014 기후 행동, 베를린 ㅡ 자전거-디스코 행동 (클릭하면 확대)

인도의 델리, 호주의 시드니, 브라질의 리오, 영국의 런던, 미국의 뉴욕 등등과 달리 베를린은 ‘기후 변화에 반대하는 자전거-디스코 행동(Tour de 2°C – Fahrrad-Disko gegen den Klimawandel)’ 이라는 색다른 시위를 조직하였다. 14시 30분, 서울의 홍대에 해당하는 크로이쯔베르그의 마리아넨 광장의 베타니엔 아트 하우스 앞에 모여 사운드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을 필두로 수 많은 자전거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브란덴부르그 문’ 을 향해 디스코 행진을 펼쳤다. 또한 마리아넨 광장의 한 켠에서는 ‘VOKÜ(Volks Küche, 민중의 식탁)’ 이 있었다.

 

10679829_1544823445753409_1771644882615536246_o2014 기후 행동, 베를린 ㅡ 자전거-디스코 행동의 민중의 식탁

또한 16시 30분에는 서울의 종로라고 할 수 있는 ‘포츠다머 광장’에 많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모여 시위를 한 후에 ‘브란덴부르그 문’ 으로 행진하였다.

 

10275496_872573339420509_5572372402424559219_o2014 기후 행동, 베를린 ㅡ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세개의 스테이지가 만들어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브란덴부르크 문 양쪽으로 보이는 가장 큰 건물이 미국 대사관과 프랑스 대사관이 있고, 그 옆으로 독일 국회가 있다.
주말은 물론, 일주일에 서너차례씩 시위가 있다. 당연히 시위대는 집회, 결사 자유에 따라 경찰의 안전한 보호를 받는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의 방독 당시 이 곳에서 한국 교민들의  항의 집회가 있었는데, 주독한국대사관이 개입한 반대 집회가 있었고,
독일 경찰은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교민들의 시위를 보호해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호원들도 시위를 저지시킬 수 없다. 집회, 결사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이 시위들을 물리적으로 방해할 수 없다. 그랬다간 독일 경찰이 방해하는 사람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이다.

‘침묵 기후 행동 퍼레이드(Silent Climate Parade Berlin 2014)’ 와 ‘기후 변화에 반대하는 자전거-디스코 행동(Tour de 2°C – Fahrrad-Disko gegen den Klimawandel)’, 포츠다머 광장에서 행진한 아이들과 가족들이 17시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합류하여 ‘오늘: 빨리 세계를 구하자 – 베를린 행동(Heute: Mal schnell die Welt retten – Berlin)’ 라는 시위-페스티발이 열렸다. 특히나 ‘브란덴부르크 문’ 앞의 시위에서는 ‘2raumwohnung’ 과 같이 독일의 젊은 세대에 인기 많은 일렉트로-팝 그룹들이 대거 참여하여 세개의 스테이지에서 디스코 파티를 하였고, 열린 예술 전시와 WWF(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 그린피스 독일지부, 기후 동맹(Climate Alliance), Atmosfair(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공동 연구프로젝트), VCD – Organic Traffic Club(친환경 교통 클럽) 등과 함께 토론이 펼쳐졌다.

 

위 영상은 Leonardo DiCaprio 의 2014 UN 기후 정상회의 연설

이번 국제 기후행동은 지난 기후행동보다 참여인원부터 그 규모, 행동 방식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나 뉴욕 시위에서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 따른 중대한 결정을 해야할 시점이라는 인상 깊은 연설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베를린의 또 다른 소규모 활동가들은 이 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 이유로는 이 국제 기후 행동이 정치가들과 기업가들에게 우리의 의지와 요구를 보여주고, 급변하는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갖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이번 행동이 즐기고 끝나버리는 페스티발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월스트리트 오큐파이 시위 때보다 더 많은 계층의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요구를 실제로 관철시키는 데에 있어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714215_872574049420438_8261964264055870435_o2014 기후 행동, 베를린 ㅡ 브란덴부르그 문 앞에서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풍선을 날리고 있다.
누군가 환경 보호 집회에 플라스틱 오염물질을 버리고 있다고 조롱하며 방해하려고 했지만,
이 풍선들은 친환경적으로 분해가 되는 플라스틱이다.

한편, 시애틀 타임스에 의하면,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는 ALEC(American Legislative Exchange Council, 미국법안대체협의회의)과 관계되어 있으며 실리콘 밸리에서 두번째로 큰 영향력을 펼치는 ‘Menlo Park’ 의 회원 자격을 그만 둘 것이라고 밝혔으며, 월요일 페이스북은 23일, 화요일 기후 변화에 보수적인 단체, ALEC과의 유대관계를 끊을 것을 발표했다. 비교적 새로운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은 자유- 보수주의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가운데, 미국 인터넷 업계의 양대산맥인 구글과 페이스북이 ALEC과의 단절을 천명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Exxon, Koch Industries 과 같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과 300개가 넘는 주요 화석 연료회사 그리고 2000개의 법률적 연관 관계에 있는 회원사들이 에너지 쟁점에 대해 ALEC의 로비를 통하여 친기업 법안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으며, 기후 변화 캠페인은 Coca-Cola, Kraft, General Electric and Motors 등을 이 그룹에서 나가게 설득하는데 성공하고, Microsoft가 지난 8월 회원자격을 명시적으로 종료하게 만들었지만, 실제로 기후변화-환경문제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함께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끝내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 때문에 구글과 페이스북이 보여준 ALEC과의 단절이 큰 의미로 작용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10660383_701508529923184_7057881433245684218_n2014 기후 행동, 베를린 ㅡ 자전거-디스코 행진
왼쪽으로 구 독일 분단의 상징 ‘베를린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가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볼 때, 과연 언론에 보도 되는 것만큼 이번 집단 행동이 내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15 UN 기후 변화 회의’ 에서 기업들과 정치인들의 정책 변화에 효과가 있었을까에 대한 의구심과 비판적 관점은 줄어들기 어려워 보인다.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과 직접행동은 계속 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소리를 높이는 것 이외에 직접적으로 정치인과 기업들을 압박하지 않고, 단지 페스티발과 사람들이 모인 것에만 주목한다면, 외관상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의 정책은 변화된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내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10517438_10152376657217896_1786033887065110482_o2014 기후 행동, 베를린 ㅡ 브란덴부르크 문 앞
해가진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은 시위를 이어간다.
해가 졌다고 해서 집회,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려 시도했던 한국 경찰과는 대조적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안타까운 사실은 국제도시로 급부상하는 인구 천 만의 메트로 도시, 서울에서는 아무런 행동이 없었다. 지난 세계 경제의 심장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오큐파이 월스트리트(Occupy Wallstreet, 이하 OWS) 운동만 돌이켜보자면, 유럽을 거쳐 국제적 운동으로 뻗쳐나가 82개국, 1500개 도시에서 수 백만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물론 “OWS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성공했지만, 뚜렷한 전략적 목표나 지도자, 정치력이 없어 월가의 대형은행을 바꾸는데 실패했으며, 고작해야 현금카드 수수료를 올리지 못하게 한 것이 가장 큰 성취였다” 는 비판을 받지만, 미국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이름 없는 150만 달러를 모아 빚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개인 채무들을 대신 갚아주기도 하였다.
당시 한국에서는 등록금, 무상급식, FTA비준안상정 등의 쟁점으로 산발적인 있었기야 하지만, 여의도에서 있었던 OWS 시위는 단지 300여명의 참가자들 밖에 없었다.

 

2011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뉴욕 ㅡ OWS 시위가 일어난지 몇달이 지났음에도 계속되었던 시위
그 해 10월, 시위대가 브루클린 다리를 점거하였다

왜 한국에서는 이러한 국제 행동에 함께하지 못할까? 단지 한국 사회가 우경화 되었기 때문일까? 국내-외 정서가 달라서?
하지만, 한국은 이미 경제적으로도 OECD(34개국으로 조직된 경제협력개발기구)와 G20의 의장국으로서 국제 경제에서 영향을 받는다. 또한 미국과 유럽 등 46개국의 FTA 발효를 앞두고 있으며, 3개국 타결, 16개국 협상 준비 진행중인 국가인데, 어째서 이런 국제 쟁점들에 대해 행동이나 조직은 커녕 아무런 의견조차 없는 것일까.

앞서 다루었던 베를린의 기후행동을 생각해보면, 다소 비판적 관점으로 바라볼 여지가 있다하더라도 그 조직력과 시민들의 참여만큼은 한국에서 바라볼 때 부러운 것이 사실이다.

 

단언하기엔 이르다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시점에선 한국의 정치적 행동들이 상투적이고, 정형화 되어 있으며, 그렇게 경직된 것이 아닐것일까 생각한다. 한국의 대중들이 바라보는 정치적 행동 또는 시위, 집회라는 것은 굉장히 교조적, 폐쇄적으로 보이는게 사실이고, 이러한 비판은 젊은 활동가들도 부단히 문제 제기해오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젊은 세대의 사회 참여율은 생각해볼 여지도 없이 정치적 무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본에 의해 지금 젊은 세대들의 문화가 상당히 휘발성 짙고, 소비적인 것으로 흘러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정치적 조직및 저항이라는 것에 아무래도 문화라는 것이 결여된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는 인천에서 저항예술제가 열리기도 했다. 다행스럽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정치가 우리의 삶을 관통하듯이 문화 또한 우리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단지 정치적 요구만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 속에서 누려야할 문화, 이것이 자본과 결별하면서도 앞으로의 삶을 열 수 있는 열쇠일거라 생각한다.

 

이번 주말, 세계 각국 주요 도시는 물론 베를린에서도 ‘Critical Mass’ 라는 이름의 자전거 집단 행동이 있다.
다음에는 그에 관한 글을 약속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