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부터 시작해서 예술을 지나 가벼운 대중 문화까지 섭렵하고자 욕망하는 인문학 씹새들 중,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기꺼이 무릎을 꿇고 빌건데, 빌어먹을 논문 말고, 개인적인 에세이 하나 잘 써보길 바란다. 타인에게 휘둘리길 바라지 않으면서 가장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커리어 페이퍼 한장에 충실한 놈들, 이 놈들이 무너지는 자신을 합리화 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의 숭고했던 삶들을 자신에게 마구 쳐바른다. 백화점에 진열된 색 옷처럼. 숭고란 대체 무엇인가. 어쩌면 우리는 이런 새끼들 때문에 루쉰의 잡문들을 거꾸로 읽어야할 판이다. 권위주의적인 편집증자들. 성가신 일들. 내가 왜 네가 싫은지 알기 위해, 잠시라도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요가, 필라테스, 단전호흡 등등, 그러한 프로그램이 만연한 이 시간에 기대어 네 삶을 합리화 시키지 않길 바란다.
ㅡ 2014년 2월 16일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