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 27

어젯밤 친구들 모두 돌아가고,
우연히 만난 스웨덴의 어느 독지가 아내가 내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내가 도울게, 내가 할게.
무엇부터 내가 도울 수 있을까?”

 

나는 대답했다.

 

“아서라,
우린 그냥 케타민 좀 하고 놀았잖아,
너는 나를 안을 수 없어.
네 남편,
d의 의중도 이해해,
우린 그러면 안돼.
그건
내가 널 속이는거고,
내가 날 속이는거야.

그래,

지금
당장은

 

 

 

내가 근사하게 보일거야.

 

 

내가 말했잖아.
나는 내 이야기를
출판하지 않을거라고.

그리고,
내가
얼마나 히치콕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백남준.

혹은,

아이 웨이웨이처럼..

되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한시간이나
이야기했는데,

네가
나를 위해
무얼하겠다고?

 

 

c야,

 

 

c야,

 

 

나는 거기 있지 않을래.
부탁할게.

 

내가 아까 한 모든 이야기를
잊어줘.

 

나는 혼자 살 수 없어.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그리고서 몇 시간은 케타민에

그리고,

우어크벨에 취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d는 연신 나를 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넌 혼자가 아니야.
내가 옆에 있을게.”

 

그리고 나는 d에게 말했다.

 

“나는 네가 좋아서 이야기 한 것 뿐인데..”

 

 

나는 그렇게 d와 c를 보냈다.

 

그가 준 연락처는 집에 돌아오기 조금 전 찢어버렸다.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땐 내가 너희 말을 들을거야.

 

안녕.

안녕.

 

 

 

그렇게 아침해는 뜨겁게 타고 있었다.

 

 

 

ㅡ 2014년 8월 30일 아침

Charles Bukowski의 마지막 팩스 시 한글 번역

 

1994년 2월 18일, 부코우스키는 그의 집에 팩스 기계를 설치하고, 즉시 그의 출판인에게 다음과 같은 그의 첫 팩스 시를 보냈다.

 

oh, forgive me For Whom the Bell Tolls,
종을 울리는 사람이여 나를 용서하시오,
oh, forgive me Man who walked on water,
물 위를 걷는이여 나를 용서하시오,
oh, forgive me little old woman who lived in a shoe,
신발 속에 살고 있는 나이든 작은 여성이여 나를 용서하시오,
oh, forgive me the mountain that roared at midnight,
한밤중에 포효하는 산이여 나를 용서하시오,
oh, forgive me the dumb sounds of night and day and death,
낮과 밤의 바보같은 소리와 죽음이여 나를 용서하시오,
oh, forgive me the death of the last beautiful panther,
아름다운 마지막 팬더의 죽음이여 나를 용서하시오,
oh, forgive me all the sunken ships and defeated armies,
침몰한 모든 선박과 패배한 군대여 나를 용서하시오,
this is my first FAX POEM.
이것이 나의 첫 팩스 시요.
It’s too late:
정말 늦었지;
I have been
나는 정말로
smitten.
홀딱 반해버렸네.

 

아아, 이것 또한 부코우스키의 마지막 시였다. 단지 18일 뒤에 부코스키는 기술을 열렬히 받아들였고, 이 시(한번인가 “미국 하층문화의 세례를 받은 수상자”라고 Pico Iyer에게 불려졌던)를 쓰고선 캘리포니아에서 백혈병으로 죽었다. 그의 나이는 만 73세였다. Black Sparrow(검은참새 출판사)의 John Martin에 따라 팩스 시는 한번도 출판되거나 책에 쓰여진 적이 없다. Booktryst 는 더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부코우스키의 절친이었던 탐 웨이츠가 찰스 부코우스키의 시 ‘The laughing heart, 웃는 마음’을 읽기도 했었다. 그 시는 다른 글에서 새로 번역해 포스팅하겠다.

정어리 – 26

 [youtube=://www.youtube.com/watch?v=tBsRvthVhdw&w=560&h=315]

 

무엇인가를 자유롭게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자유롭기 위해 무엇인가 거부 할 수도 있어.

 

자유롭고 싶다고 말하길 멈추고,
무엇인가 거부하는 것을 시작해봐.

 

 

 

 

ㅡ 2010년 3월 25일, 너를 위해 밤새 소리죽여 울었던 밤을 보내고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새벽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새벽.

Freiwillige Selbstkontrolle – Viel zu Viel with korean translate

[youtube=://www.youtube.com/watch?v=K7RsaJIyM4A&w=420&h=315]

 

 

Auf meinen Knien
내 무릎 위에
Geheim in diesem Tanzlokal
이 댄스홀 안에 비밀이 있네
Im Kopf die Wirrkopfmelodien
머리 속에 난잡한 멜로디가 흐르고,
Zum hundertsten Mal
무려 백번도 넘게
Von Walter Benjamin
발터 벤야민으로부터
Das ist nicht normal!
이건 정상이 아니야!
Und Du bist mein Ruin. Ich habe
그리고 넌 나의 몰락이야. 내가 가진..

 

Adrenalin
아드레날린
Viel zu viel
너무 많아

 

Fünf Aspirin
다섯개의 아스피린과
Und noch ein Veronal
한개의 베로날(진정제)
Für meine Königin
나의 여왕을 위해서
Ein bisschen sentimental
조금 감상적이야
Ein Gruß aus Wien
비엔나로부터의 안녕
Ein bisschen katastrophal
조금의 재난
Nimm Deine Medizin denn Du hast
너도 약이 좀 있으니 좀 취해봐

 

Adrenalin
아드레날린
Viel zu viel
넘치고 넘쳐

 

Ein Fotomagazin
사진집 하나
Ein schwedisches Journal
스웨덴 신문 하나
Hab ich von einem Freund geliehen
나도 친구에게 하나 빌려야만 하나?
Aus seinem Bücherregal
그의 서재로부터?
Da sind so Bilder drin, ziemlich illegal
대체로 불법적인 그림들이 안 쪽에 있고,
Von seinem Spleen. Das gab ihm
그의 망상들은 내가 준 것이야

 

Adrenalin
아드레날린
Viel zu viel
너무 많아

 

Es schien
그렇게 보이는 것들은
Und das ist mir nicht egal
내게 아무 상관 없었어
Als hätt ich Disziplin
내가 훈육 받았을 때부터 말이지
Aber das Leben ist brutal
하지만 삶은 조야하지
Ich will die Harmonien
나는 화음을 원해
Ich will ein Abendmahl
나도 성찬을 원해
Ich will mit Jesus ziehen, denn ich habe
예수를 보러가겠어, 안 될 것도 없잖아

 

Adrenalin
아드레날린
Viel zu viel
너무 많아

 

Viel zu viel
넘치고 넘쳐
Viel zu viel
터질 듯 해
Viel zu viel
너무 많아

정어리 – 25

[youtube=://www.youtube.com/watch?v=6L_dqi1ye4U&w=420&h=315]

 

한달이 좀 넘었을까, 마지막 전화 이후로 단 한번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 후에는 줄곧 꾹꾹 눌러가며 술을 마셨다.

 

종종 어여쁜 이들이 내 곁에 앉아 사랑을 느끼는 것 같다 속삭였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빈잔을 만지작 거렸다.
외로웠고, 혼자 있고 싶진 않은데 그런 감정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내게 그리고 그 어여쁜 이들에게나 실례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서운한 표정 짓지 말아요, 그대.

 

 

그러던 어제, 친구 p가 내게 베를린 근교에 직접 만든 사우나에 가자고 했다.

핀란드식 사우나.

 

어여쁜 친구들 i와 c, m을 만났다.
세 친구 모두 여성용 자전거가 아닌 로드바이크를 능수능란하게 탔다.
자전거 페달을 한번더 밟을 때 마다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 둘 사라졌고,
별들이 가까워졌고, 풀벌레 소리가 났다.

 

우리는 그렇게 교외로 빠져나갔다.

 

꽤 달린 후에 어느 울타리 안 쪽으로 들어갔다.

 

숲 길을 따라 조금 걸었고,
작은 오두막.

 

나무땔감들을 하나둘 모아 히터에 불을 지피고서
작은 초 몇개에 둘러 앉아 싸구려 맥주 한병에 담소를 나눌 때쯤,
멀리서 친구 l이 보였고, 그가 내 옆으로 왔을 때
반가운 마음에 부등켜 안고, 풀밭을 뒹굴었다.

 

두 친구는 대마를 피웠고, 나는 그리 즐기지 않기 때문에 사양했다.
그러던 중 맥주병은 바닥을 보였고,
나는 가방 속 깊숙히 넣어둔 보드카를 꺼냈다.
꽤 쌀쌀한 날씨에 보드카는 얼굴들을 붉게 물들였다.

 

한 친구가 바들바들 떨 때쯤,
한 친구가 밤 하늘을 가리키고, 유성이라며 소리칠 때쯤,
p는 사우나가 충분히 덥혀졌다고 말했고,
우리 모두 벗고 사우나 안으로 들어갔다.

 

사우나 안에는 열기가 가득했고,
편백나무 향과
작은 창으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달빛이 가득했다.

 

달빛에 비치는 맨살의 실루엣들과 우리는 작은 담소를 이어나갔다.
프랑스는 어떻고, 스웨덴, 핀란드, 독일, 한국, 영국..

그러한 각자의 나라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과
그리고 지난 여행 이야기들과
스쳐지나간 시간들.

 

 

비처럼 땀이 쏟아져 내렸고 밖으로 나오니 아까의 그 쌀쌀한 바람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시원한 바람이 몸을 스쳤다. 그리고 풀잎들을 스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벌레들이 노래했고, 촛불들이 일렁였다.

 

보드카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맨살의 우리들은 서로의 행복한 미소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너차례 사우나를 즐기면서 조용한 담소를 나눴고,
우리는 더 취하기 전에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사우나를 식히기 위해 문을 활짝 열고,
뜨거운 살결들도 식히기 위해 시원한 물을 끼얹고, 몸을 털어냈다.
약간 취한 그 느낌이 좋아,
맨발로, 맨살로 걷다가 무엇인가 화끈거려 달빛에 비춰보니 쐐기풀이었다.

 

 

 

 

집으로 페달질 하는 길은 더욱 시원했다.

 

헤어지는 길 위에서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ㅡ 2014년 8월 20일

프루동이 말하길 ‘지배 받는다는 것은..’

x. 프루동이 ‘지배 받는다는 것’ 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한 글을 해석 해봤습니다.

 

지배 받는다는 것은 모든 활동과 모든 거래에서 주목 당하고, 기록 당하고, 명부에 기입 당하고, 세금부과 당하고, 짓밟히고, 측정받고, 번호 매겨지고, 평가받고, 인가받고, 허가받고, 경고받고, 금지 당하고, 교정받고, 시정받고, 처벌 받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공공의 편익이라는 구실로 그리고 보편적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기부 당하고, 훈육 당하고, 배상 당하고, 착취 당하고, 독점 당하고, 왜곡 당하고, 압착 당하고, 미혹 당하고, 강탈 당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에 대해 약간이라도 저항의 조짐을 보이기만 하면, 불평의 첫마디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억압 당하고, 벌금 물리고, 경멸 당하고, 괴롭힘 당하고, 추적 당하고, 학대 당하고, 곤봉세례 당하고, 무장해제 당하고, 질식 당하고, 투옥 당하고, 재판받고, 선고받고, 총살 당하고, 추방 당하고, 희생 당하고, 매매 당하고, 배반 당하며, 결국에는 비웃음 당하고, 조롱 당하고, 분노와 불명예의 대상이 된다. 이것이 정부란 것이다. 이것이 정부의 정의이며 도덕이다. (Proudhon, Miller, 1989: 6에서 재인용)

—-

TO BE GOVERNED is to be at every operation, at every transaction, noted, registered, enrolled, taxed, stamped, measured, numbered, assessed, licensed, authorized, admonished, forbidden, reformed, corrected, punished. It is under pretext of public utility and in the name of the general interest, to be placed under contribution, trained, ransomed, exploited, mono-polized, extorted, squeezed, mystified, robbed; then, at the slightest resistance, the first word of complaint, to be repressed, fined, despised, harassed, tracked, abused, clubbed, disarmed, choked, imprisoned, judged, condemned, shot, deported, sacrificed, sold, betrayed; and, to crown all, mocked, ridiculed, outraged, dishonoured. This is goverment; that is its justice; that is its morality. (Proudhon, cited in Miller, 1989, p. 6)

유리 로뜨만의 중 ‘폭발의 국면’에 대하여

x. 우리가 지금 타임머신을 사용해 2008년 리먼 브라더스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더라도 사람들은 금융위기를 만든 주된 원인과 같은 길을 택하고, 같은 금융위기 겪게 될 것이다. 유리 로뜨만의 ‘문화와 폭발’ 중 그에 딱 일치되는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강조해본다.

 

 

“폭발의 국면은 새로운 단계의 시작을 표지한다. 자기자신의 메커니즘이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과정들의 경우에 이는 결절의 국면이 된다. 의식은 마치 폭발 이전 단계들로 역으로 되돌려지듯이, 지나온 모든 과정을 회고적으로 의미화한다. 행위 참여자의 의식을 거쳐 생성된 모델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즉 성찰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유일하게 가능했던 것, 곧 ‘역사적으로 예비된 중심적인 것’으로 선언된다. 당연히 일어나지 않은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며, 모든 우연적인 것에 합법칙적이고 필연적인 성격이 부여된다.”

 

“폭발의 국면에서 임박한 최후의 심판이나 세계 혁명 따위의 종말론적 사유들, 혹은 그와 유사한 역사적 사실들(그것이 파리에서 발생했는지 페테부르크에서 발생했는지는 관계없다)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사유들이 마침내 지상천국을 불러올 ‘결정적인 최종 투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주목받는 이유는, 민중의 힘에 전대미문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외견상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역사의 평면에 역동성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 국면들을 스스로에게 익숙한 범주를 통해, 즉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역사가는 단지 그것들을 명확히 가리키고,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그것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충분하다.”

 

 

____
유리 로뜨만의 ‘문화와 폭발’ 에서 앞서 이야기 한 부분을 보다 넓게 옮겨본다.
____

체호프의 단편 <일등석 승객> 에 나오는 저명한 기술자(지금껏 살면서 그는 수 많은 다리를 건설했으며, 갖가지 기술을 발명한 바 있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격분한다.

“나는 이제껏 살면서 러시아에 20여 개의 훌륭한 다리를 건설했고, 세 도시에 수도관을 매설했으며, 러시아와 영국, 벨기에에서 일한 바 있소(……) 두 번째로, 나는 내 분야에 관련된 많은 전문 학술서를 남겼소(……) 나는 유기산의 채취 방법을 개발했으며, 따라서 당신들은 모든 외국의 화학 교과서에서 내 이름을 발견할 수 있을거요(……) 이제껏 얘기한 내 업적과 저술로 당신들의 관심을 바라지는 않겠소. 다만 한 가지 말할 것은, 나는 다른 어떤 저명한 자보다 더 많은 걸 행했다는 거요. 그런데 뭡니까? 보시다시피 난 늙었고, 아마도 곧 저세상으로 가게 될 거요. 그런데 난 저쪽 제방에서 자빠져 있는 저 검둥개만큼도 알려져 있지 않단 말이오.”

뒤이어 이 인물은 지방 도시의 재능 없는 여가수인 그의 연인이 명성을 누리며 잡지에 이름이 여러차례 언급되고 있음에 또한 분개한다.

“텅 빈, 변덕스럽고 탐욕스러우며 게다가 멍청한 계집이오.”

주인공은 분통을 터뜨리며 다음과 같은 일화를 이야기한다.

“지금 기억이 났소만, 재건된 다리를 공개하는 성대한 개통식이 있었소 (……) 이제 군중들이 온통 나만 쳐다보겠거니 생각했지. 어디로 몸을 숨기면 좋을까? 그런데 웬걸, 내가 괜한 걱정을 했던 거요.”

주인공은 군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갑자기 군중이 동요하기 시작했소. 수근수근…… 사람들이 미소 짓기 시작하고 어깨는 들썩거렸소(……) 분명히 나를 본거야, 난 생각했소. 어쩌면 좋을까, 그렇지, 거만하게 행동해야지!”

뒤이어 군중의 동요는 그가 그토록 비아냥거렸던 바로 그 여가수의 출현 때문이었음이 밝혀진다.
체호프의 주인공은 군중의 무지와 무교양을 비난하지만 사실 그는 매우 희극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왜냐하면 그의 말 상대가 자신도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지극히 저명한 학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화자는 불공평함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체호프가 포착한 현상의 본질은 보다 심오하다. 체호프가 간파한 불공평함은 사회의 피상성과 무교양에만 기인하는 게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심지어 저열한 여가수의 창작조차도 그 본질에서 개인적인 것인 반면에, 훌륭한 기술자의 창작은 기술의 무인칭적 과정 안에서 그저 묻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혹시라도 다리가 무너진다면, (그건 진기한 사건이기 때문에) 아마 기술자의 성이 기억될지도 모른다. 훌륭한 다리의 가치는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다(극히 아름답게 장식된 게 아니라면). 그 기술의 발전은 대체로 예측 가능하며, 이점은 과학 판타지 예술 작품의 성공 사례들이 증명한다. 이런저런 새로운 발견은 그것이 이어지는 발전의 합법칙적 과정에 포함되기 전까지, 아직은 기술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요컨대, 폭발의 국면은 새로운 단계의 시작을 표지한다. 자기자신의 메커니즘이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과정들의 경우에 이는 결절의 국면이 된다. 의식은 마치 폭발 이전 단계들로 역으로 되돌려지듯이, 지나온 모든 과정을 회고적으로 의미화한다. 행위 참여자의 의식을 거쳐 생성된 모델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즉 성찰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유일하게 가능했던 것, 곧 ‘역사적으로 예비된 중심적인 것’으로 선언된다. 당연히 일어나지 않은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며, 모든 우연적인 것에 합법칙적이고 필연적인 성격이 부여된다.

(…중략)

폭발의 국면에서 임박한 최후의 심판이나 세계 혁명 따위의 종말론적 사유들, 혹은 그와 유사한 역사적 사실들(그것이 파리에서 발생했는지 페테부르크에서 발생했는지는 관계없다)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사유들이 마침내 지상천국을 불러올 ‘결정적인 최종 투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주목받는 이유는, 민중의 힘에 전대미문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외견상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역사의 평면에 역동성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 국면들을 스스로에게 익숙한 범주를 통해, 즉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역사가는 단지 그것들을 명확히 가리키고,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그것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충분하다.

anti-cimex – war machine with korean translate

[youtube=://www.youtube.com/watch?v=Xb8M8hlprEI&w=420&h=315]
Are you ready to die
너도 죽을 준비가 됐냐
for your land?
너의 땅을 위해서?
lay down with a gun!
총과 함께 쓰러질것이다!
in your hand!
너의 손에서!
warmachine
전쟁화기!
warmachine
전쟁화기!
you take part in
넌 한부분이 된다
the war machine
전쟁화기들 곁에서!
but you never
하지만 넌 절대
see the idiocy
그 저능함을 보지 못할거야!
warmachine
전쟁화기!
warmachine
전쟁화기!

정어리 – 24

눈 보라 치는 겨울 바다 속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등 굽은 새우. 아직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새우치고는 조금 덩치가 컸던가요? jacno의 rectangle따위를 며칠 내내 들어요. 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멜로디로 좁다란 창문의 반지하 방을 가득 매웁니다. 아직도 잠들때면 머리 맡에서 당신 향이 나는 것 같아 킁킁 거리지만, 방은 이내 담배연기만 자욱히 차올라 멍하니.. 전기 스토브를 켰다, 껐다 그러길 서너번. 그리고 잠에 들어요. 잠결에 들려오던 숨소리를 기억하면서요.

 

“Missing child, missing child!”

 

 

ㅡ 2010년 1월 19일 새벽

정어리 – 23

오늘은 민중의 식탁이 있었다. 초밥 100여개를 접었다.
이십유로 남짓 내밀길래, 과연 그것이 내 것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연거퍼 마시고, 또 그게 좋았다.

 

서너번 손을 씻었는데도
아직도 손에서 밥내, 초내가 진동을 한다.

 

어여쁜 이가 날더러 좋다고 한다.

 

“넌 그냥 그 초밥이 맛있었던거야.”
나는 초밥 좀 말았을 뿐이었는데, 이 어여쁜 이가 내게 무엇인가 주고 싶다고 하였다.
자기 방에 쟁여둔 와인 있다는 걸 뿌리쳤다.
그리고 550원짜리 맥주 하나 사달라고 하였지.
그리고 잘 얻어 마셨다.

 

입맞춤 없이도 썩 괜찮은 밤이었지.

 

일주일 전 받은 명함을 모조리 찢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그래봐야 서너장이기야 한데,
연락하지 않을 생각이면서도 그 명함을 깊숙히 쑤셔뒀다.

 

술 한모금을 들이켰다.

보고 싶으면 다시 오라고 했지.
그 사람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제처럼 다시 마신다.

 

어젯밤 비로 물 웅덩이가 만들어졌고,
근사한 달이 그 위로 지났다.
그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시큰한 밤이다.

 

 

 

ㅡ 2014년 8월 8일 늦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