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 서구 문화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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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글라스 해도우
1.
우리는 하위문화가 미학의 부재와 일종의 자학으로 변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힙스터 문화는 앞서 존재했던 하위문화의 종말임과 동시에 그것이 가졌던 체제전복적인 힘과 원형이 제거된 형태다.
나는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나이트클럽에 있었다. 그곳은 일명 마약소굴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나는 담배연기가 자욱한 바 뒤편에 앉았다. 내 앞에는 피시 그런지 펑크 스타일의 건들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는 자기네들끼리 떠들면서 담배를 몰래 펴가며 금연법을 어기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사소한 방항을 하고 있었으나 술에 취한 직원들은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디제이는 자신의 맥북에서 음악을 골라 믹싱을 하기 시작했다. 디제이는 디엠엑스에서 돌리 패트런에 이르기까지 왕년 빌보드를 휩쓸었던 부류의 음악에 어설픈 테크노 박자가 입혀 사운드를 뽑아냈다.
“그러니까 이게 힙스터 파티가 맞나요?” 나는 내 옆에 앉은 여자애에게 물어봤다. 그녀는 클럽 안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겨울용 울코트와 커다란 장식이 달린 귀걸이와 아메리칸 어페럴 브이넥, 도수가 없는 안경을 하고 있었다.
“맞아요. 주변을 봐요. 여기 있는 99퍼센트가 힙스터예요.”
“당신도 힙스터인가요?”
“시발, 난 아니구요.”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하더니 댄스 플로어로 사라졌다.
2차 대전 이후부터 서구 문화에는 언제나 현황에 반대하는 하위문화 운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전후 세대가 지나는 몇 십 년 동안은 정부와 시민사회, 음악과 같은 많은 측면에서 변혁을 위해 싸우고 저항하여 사회적 잣대를 거부했던 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그러나 펑크문화가 정형화되고 힙합이 사회에 도전하는 힘을 잃어가면서 하위 문화를 지배했던 거대한 흐름은 하나로 혼합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이러한 문화가 변형되면서 대륙과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하나의 혼합문화가 되었는데, 이것의 취향과 행위는 일반적으로 정의되기 어려운 ‘힙스터’ 문화로 명명된다.
다른 시대에서 발생한 다양한 스타일을 인위적으로 혼용함으로써 힙스터는 서구 문화의 마지막을 나타내는 징후이다. 문화는 과거 문화의 피상적인 형태로 전락했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힘을 잃었다. 문화는 더 이상 존속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해적인 형태가 되었다. 이전에 있던 젊은 세대의 문화 운동이 기성세대의 무능과 타락에 도전했다면 오늘날 힙스터는 주류 사회에 대한 얄팍한 이해를 반영하는 하위문화이다.
2.
북미나 유럽의 대도시를 걷다보면 당신은 패션에 꽤나 신경 쓴 듯한 이십대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이들은 식상하리만치 전형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스키니 진이나, 코튼 스판덱스 레깅스, 픽시 자전거, 빈티지 플란넬, 무도수 안경, 카피예 같은 것들이 그들의 취향이다. (사실 카피예는 유대인 학생들이나 개신교도들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자신들을 구별하기 위해서 사용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카피예는 본래의 의미를 잃고 힙스터의 상투적 패션 아이템으로 전락했다.)
아메리칸 어패럴 브이넥 셔츠와 펩스트 블루 리본 맥주, 팔리아먼트 담배는 노동계급 또는 혁명의 아이콘이었다. 이러한 코드는 힙스터 문화에 차용되었고 그 의미를 잃었다. 10년 전만해도 어떤 사람이 평범한 브이넥 티셔츠에 펩스트 맥주를 먹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절대 유행을 좇는 사람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도가 되자 이러한 코드는 노동자 계급의 미학을 흉내 내어서 자신의 부와 특권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낯간지럽고 상투적인 문화가 되었다.
유행에 대한 집착은 힙스터들이 이동수단으로 애용하고 있는 픽스드 기어 바이크에서 들어나는데, 이는 힙스터가 가진 부조리한 면모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왜냐하면 그들은 픽스드기어를 주요한 운동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한 짝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건성건성 사는 태도와 모순의 화신인 힙스터들은 세계적인 패션 추세를 알려주는 온라인 블로그나 샵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무언가를 만들거나 창의적인 형태의 작업에 그다지 열성적인 않은 형태로 참여하며 예술 파티에 참가하고 아날로그 카메라로 저해상도의 사진을 찍으며 밤이면 자전거를 타고 나이트클럽에 가 디스코-콜라 파티에서 춤을 춘다. 힙스터는 매일 블로그에 시시콜콜한 자기 이야기를 적고 바이스나 월페이퍼 같은 종합잡지를 가볍게 읽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피상성과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힙스터들은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힙스터 좀비들은 패션잡지의 우상이며 바이럴 마케터가 제일 좋아하는 부류들,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호구들이다.” <타임 아웃 뉴욕>지의 크리스찬 로렌첸은 이러한 기사를 낸 바 있다. ‘힙스터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 이 기사에서는 그는 말한다. “그 인간들은 파묻은 다음에 다시 갱생시켜야 한다.”
힙스터 문화는 전방위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어떠한 변명이나 옹호, 포용의 여지도 없다. 이것은 진정성의 모순적인 결여이어며, 이것은 서구 하위문화의 중요한 정수를 소모하는 국제적 현상을 야기했다. 많은 비평가들은 힙스터들의 몰개성성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러한 불명료함이야 말로 이전 세대들과 그들이 다른 점이었다. 이러한 몰개성성은 힙스터 추종자들이 다른 사회적 운동과 서브컬쳐, 라이프스타일을 손쉽게 혼합하고 변형시킬 수 있는 원인이었다.
3.
나는 예술행사를 나왔다. 행사장 옆에는 자물쇠가 걸린 픽시 자전거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나는 힙스터의 전형적인 예로 보이는 두 소녀에게 다가갔다. 나는 그중 한 명에게 무도수 안경을 쓰고 레깅스와 플란넬 셔츠를 입은 사람이 힙스터인지 아닌지를 물어보았다.
“글쎄요, 나는 그런 질문에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대답했다.
대답했던 여자의 친구가 적대적인 눈빛을 깜빡이며 여기에 응수했다. “맞아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당신은 그런 말을 사용하면 안돼요. 그건…”
“공격적이라서요?”
“아뇨. 꼭 그렇진 않아요. 뭐랄까. 그 단어를 왜 쓰면 안 되는지 모른다면, 당신은 어쨌든 그 말을 사용하면 안돼요.”
“알았어요. 그런데 당신들은 파티 끝나면 뭐할 거예요?”
“음… 우리는 이차 갈 건데요.”
4.
바이스 잡지의 설립자이나 최근 퇴사를 한 게이브 매킨스는 힙스터 현상을 만든 주요한 사람들 중에 한 명이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미디어들과 달리 맥킨리의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목록에는 10년 전부터 힙스터 패션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규명해놓고 있다. 그리고 매킨리는 힙스터들이 비난받아야 할 점을 신랄하게 비평했었다.
“‘힙스터’라는 단어는 다소 상대를 경멸하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힙스터라는 용어는 성행위를 하지도 않고 할 일 없는 뚱뚱한 블로거들이 사용한 것이었요. 그들은 패셔너블해 보이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애들에 대해 분노하지요. 그런데 그들도 그러한 면모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힙스터의 주장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펑크족들은 다 떨어져가는 옷을 걸치고 징 박힌 가죽 자켓을 입는 것을 명예롭게 여겼다. 그들은 자신의 혁명성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며 자기표현과 반항의 저렴한 표식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비보이들과 비걸 역시 배치 팬츠와 박스티로 자신을 타인에게 드러냈다. 그러나 자신이 힙스터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은 이상한 자기동일성의 뒤틀림이다. 힙스터라는 것을 뻔히 드러내는 옷차림을 하고도 자신은 그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행위 말이다.
5.
“재는 17살인데, 영화배우가 꿈이래요.” 한 소녀가 나에게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 청소년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소년은 파티가 끝나고 희미한 담벼락 구석에서 혼자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살짝 정신이 나가보였고, 펑크족 머리를 했으며 타이트한 청바지와 가죽 자켓, 핀티지 펑크티와 하히톱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사진 찍어줘요.” 그는 담배를 문 채 나에게 다가와 포즈를 취했다. 그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표현력을 보여주었고 나는 두어 차례 다른 앵글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사진의 결과물을 보여주자 그는 살짝 들뜬 눈치였다.
“래드, 고마워요.”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음악에 집중하면서 펑크를 들으며 열광하는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힙스터들의 춤판은 마치 인용된 요소들로 가득 찬 것 같다. 펑크나 디스코 힙합과 같은 음악은 정신적인 상태에서 춤추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드는 힘차면서고 친숙한, 강력한 힘이 있다. 예를 들어 비보이들의 헤드스핀이나 펑크쇼의 파괴 행위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힙스터는 다소 실없는 춤을 춘다. 기만적인 셔플 동작은 그 춤이 갖고 있는 정신을 모욕하며 또는 이상하게 경련하는 듯한 동작으로 알 수없는 공포를 표현하는 행위다. 힙스터 댄스를 추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빠져서 해방의 어떤 형태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단지 자신을 아무런 의식 없이 지속적으로 어깨를 흔들고 있을 뿐이다.
6.
아마도 그들이 일부러 무관심한 척하는 행동 배후에 있는 진짜 동기는 파티장에 따라다니는 사진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일 것이다. 포토그래퍼들은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군중들 사이를 다시면서 스팟을 터뜨리며 그 순간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긴다.
파티장의 화장실에서 플래시가 새어나오고 나는 가벼운 수준의 포르노 그래피를 찍어줄 포토그래퍼를 찾는 한 사람과 조우했다. 두 명의 아가씨들과 한 남자는 옷을 업고 뻔한 에로틱한 포즈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한참동안 낄낄대고 웃었다. 그러다가 한 여자가 다른 여자의 머리를 밀어젖히면서 소리를 쳤다. “네년은 90년대 뉴욕에 클럽녀가 아니라고. 이건 너무 힙스터스럽잖아!” 두 여자는 곧 싸우기 시작했고 나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힙스터의 라이프스타일은 상당히 의례적이다. 많은 파티 참여자들은 포토블로거의 대상이 되며, 내일 오전 즈음에 침대에서 기어나올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날밤의 방탕함은 즉각적으로 다시 경험된다. 그들은 충혈된 눈과 몽롱한 초점으로 랩탑 앞에 앉아서 완전히 힙스터스러운 순간이 주는 스릴을 찾으러 온갖 유사한 것들의 바다를 방황한다.
마케터들과 파티 프로모터들은 젊은이들의 문화를 택해 돈을 투자한다. 그리고 그 문화에 이윤을 붙여 다시 그들에게 팔아먹는다. 결국에는 힙스터는 그들이 발명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들 구매한 셈이며, 사전에 포장된 문화적 생활을 누군가에게 받아먹고 있는 것이다.
힙스터는 산업의 섬세한 광고가 만든 최초의 하위문화다. 광고는 지속적으로 힙스터를 조작했을 뿐 아니라 힙스터를 추종하는 이들의 관심과 소속을 바꾸도록 요구했다. 힙스터는 하위문화라기보다는 소비자 집단이었다. 그들은 공허한 진정성과 방항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썼다. 그 순간 유행과 밴드, 음악, 스타일이나 감상 과 같은 것들은 지차지게 많이 노출되었고 이런 것들은 곧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힙스터는 자신이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문화적 소속감이나 충성심을 가질 수 없는 무리들이다.
힙스터가 가진 역사성이 혼합되면서 서구의 젊은 세대들은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쿨한 소비자로 남았다. 과거에 있던 문화적 시대정신은 어떤 분노와 반동적인 운동에 의해 촉발되었다. 그러나 힙스터의 자기애 또는 자기 소속감은 문화적 혁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구의 문화가 갖고 있던 양분은 말라버렸다. 이러한 사회적 실패를 피하는 유일한 길은 지금의 모습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길 뿐이다.
7.
날밤을 샌 사람들과 삼차, 사차 파티를 다녀온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기 시작한다. 힙스터들은졸린 눈을 비비면서,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면서 헤어지기 시작했다. 몇몇은 자전거에 올랐고, 몇은 택시를 잡았으며, 몇몇은 울타리를 넘고 산업용 공터를 가로질러 근처 콘도 개발지구로 갔다.
나는 밝은 색 핑크 키피예를 입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든 소녀들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저들이 카메라가 아니라 돌멩이를 들고 있었다면, 그들은 혁명단체처럼 보였을 테지.” 우리는 발 앞에 놓인 무기를 들지 않은 대가로, 문화에 멸망의 순간이 임박했음을 감지하지 못했다.
우리는 잃어버린 세대가 되었다. 우리는 현실감을 일깨워주는 것에 의존하지만 그것 자체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겁을 낸다. 우리는 실패한 세대이다. 우리는 우리시대 이전에 있던 위선을 체념하며, 한때 저항을 외쳤던 자들이 이제는 반항정신을 우리에게 팔아치우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우리는 마지막 세대다. 이전에 있던 문화들의 정점에 서서 우리의 문화는 그것의 상투성에 의해 파괴될 것이다. 힙스터는 서구 문화의 종말을 대변한다. 힙스터 문화는 분리되고 단절되었으며, 새로운 것을 잉태하는 활동을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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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어드버스터의 ‘힙스터, 서구 문화의 종말'(http://www.adbusters.org/article/hipster-the-dead-end-of-western-civilization/)를 번역한 글입니다.
번역자, 함문수 – 글 (https://www.facebook.com/dora21c/posts/573457399436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