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thma, asbestosis and self-contradiction
석면해체로 생긴 천식이라는 질환을 지속적인 치료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석면해체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내 손에 돈 몇 푼 쥐는 일이 너무 버겁게 느껴져, 당장 석면 해체 일을 그만 둘 수도 없다. 빌어먹을 석면작업으로 얻은 천식과 진폐증 질환은 나로 하여금 잠깐 생각에 잠기게 하였다. 아마 이 일을 며칠 더 하다보면, 작업 반장놈은 지난 껍데기 집에서 호언한대로 인력소에 소개비 떼지 않게 나를 석면해체 팀에 들일 것이다. 그리고 내게 좀 더 좋은 마스크를 사라고 몇 푼 쥐여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 그 마스크가 내게 유의미할지 알 수가 없다. 이 이비인후과 의사놈은 지난 번처럼 세레타이드와 벤톨린을 처방해주며 내게 다른 일을 알아보라 했다. 또다른 질환으로 희귀성 난치 질환자로 등록 해준 주치의는 일을 그만두고, 꾸준히 병원을 나와 장애인 등록을 하라고 했다. 잠시 숨을 참고 생각에 빠진다. 폐가 굳어 눈시울에서 무엇인가 뚝뚝 떨구어낼 날들을 생각하니 어머니가 그리웠고,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몇 차례 기침을 토해내고서, 벤톨린을 한모금 깊이 빨았다. 이 놈 한번 빨기만 하면, 담배도 한 모금 빨고 싶어지는데 내일은 또 다른 석면해체 작업장으로 가고, 모레는 병원을 가야한다. 그래, 오늘은 일찍이 자련다. 내일은 귀여운 그 녀석을 불러다 볼에다 뽀뽀라도 해야지. 허면, 고녀석은 은가락지 낀 손으로 내게 술냄새 난다 앙탈을 부리겠지.
“석면해체로 생긴 천식을 치료받기 위해 다시 석면해체 작업을 갔다 온 나는 너만의 맥컬리 컬킨”
ㅡ 2010년 3월, 상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