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 6

[youtube=://www.youtube.com/watch?v=kVUZuVZWHkk&w=420&h=315]

x. ‘정어리’는 짧은 잡글, 종종 긴 잡글 입니다. 누가 경험론적 에세이 아니냐고 묻기도 하였는데, 허구라고 받아들여지건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지건 저는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그저 머리 속에 파편화된 것들을 관계하도록 쓰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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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정어리 – 6
어젠 기분이 너무 안 좋아 친구가 사는 콜렉티브의 파티에서 진탕 마셨다. 집에 80명도 넘게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좀 놀랐고, 각 여섯개의 방에서 밴드 공연과 다른 디제이들이 있었는데도 이웃들 그 누구도 시끄럽다며, 경찰을 부르지 않아 느낌이 좀 새로웠다. 어쨌거나 완전 깨끗한 그 집이 아침엔 폐허로 변해 있었고, 나는 빈병 더미에서 자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에 혹시나 하고 거울을 봤더니 립스틱이 여기 저기 있었고, 누군가 내 팔에 ‘♡’를 그리고 그 안에 ‘Muty, (모든 종류의) 약’ 이라고 적어 놓았다.

 

사실 요즘 사랑이란 것 때문에 열사병 환자 마냥 혼자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유치하다”, “방법한다” 하지마라. 그 어떠한 혁명도 사랑없이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아무튼 나는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는데, 어제 낯선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만 것 같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누구 였는지 알고 싶지만, 우리는 어느 날, 베를린 어디선가 우연히 또 만나게 되겠지.
어찌 되었건, 나는 술에서 깰 때가 가장 두렵다. 삼라만상이 가득 들어차, 집에 돌아오는 길 위에서만 글을 수십개 써내리고, 그 글들 모두 부질없다며, 모조리 찢어버린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치아가 썩어 몽창 빠진 아일리쉬 밴드 the pogues의 싱어 셰인 맥고완은 10년 전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20년동안 한번도 한번도 술에서 깨본 적이 없어” 라고 말을 했었다. 그는 몽창 빠진 이 때문인지 얼큰하게 취해서인지 아무튼 허투루 새는 발음으로도 맛깔나게 노래를 잘 부른다. 열렬한 팬들이 장난삼아, “이제 셰인을 NME도 알아주는데, 새 이 좀 해넣어도 되지 않겠어?”라며 그의 사진에 임플란트한 치아 따위를 합성하기까지 했었는데, 그는 그냥 몽창빠진 이로도 잘만 먹고, 잘만 부른다.
지금도 한없이 어리기만 하지만, 열살은 더 어렸을 때 나는 내 나이가 쉰쯤되면, 몽땅 빠진 이로도 잘만 담배 태우고, 진탕 마시는 셰인 맥고완이나 탐 웨이츠 혹은 찰스 부코우스키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셰인 맥고완이나 탐 웨이츠, 찰스 부코우스키가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들의 지혜와 가르침에 고마움을 느끼며 나의 인생을 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물론 이렇게 살다보니 종종 본인에 대해 욕지기와 형편없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때로는 눈두덩이가 부어올라 앞을 못보고, 코가 부러지도록 두들겨 맞기도 하며, 한동안 정신적으로 구속된 상태이기도 했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런 나를 참을 수 없다며, 떠나버렸다. 그렇게 찾아오는 외로움이 힘겹기도 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외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사람들과의 관계에 중독되면, 오히려 더 외로워지며,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고 타인에게 의존하게 된다. 결여.
그래, 결여. 나는 늘 결여된 상태였던 것 같다. 그것을 즐기기까지 한 것 같다. 가득 차버리면 모든 판타지가, 유토피아가 끝나버리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