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www.youtube.com/watch?v=jxiWjl9GPhM&w=560&h=315]
좋아하는 곡입니다. 읽으시며, 같이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상에는 나 말고도 미친놈들이 많다. 내가 잠시 그걸 잊었다.
2008년, 여름 병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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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찌 나의 청춘이 벌써 흘러갔음을 몰랐겠는가?
그러나 나는 내 몸 밖의 청춘이 존재한다고 여겼다.
별, 달빛, 말라 죽은 나비, 어둠 속의 꽃, 부엉이의 불길한 예언,
웃는 것의 막막함, 사랑의 춤사위.” ㅡ 루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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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이런 사람들을 몇 보았다. 대게 이런 사람들은 조증과 알콜중독 혹은 편집증 환자들은 같은 병동 안에 있으면서도 자기만이 멀쩡한 사람이며, 가장 빨리 병원을 나갈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실은 가장 늦게 나가는 사람이다. 왜인지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알 것이다. 아무튼 대체로 이런 환자들은 병동 내 다른 환우들을 자주 무시하고, 명령하려 들며, 피해의식 때문에 그 사람의 잘못을 이야기 하지도 않았는데도 주변 사람들에게 왜 그러냐며 화를 낸다.
병동에 입소하면, 몇 일에 한번씩 있는 전체 환우들 회의에서 자기소개를 해야한다. 그 때, 그 날, 그 아저씨를 처음 보았다. 이전에 강력계 형사였다는 이 아저씨는 술을 좀 많이 마셔서 왔다고 했다. 보통 같으면 알콜 환자는 우리 병동에 보내지 않는데, 왠일일까 하는 새에 그 아저씨는 말을 이었다. 자신의 이름은 ‘노인기’인데, ‘인기 no’가 아니고, 실제로는 늘 ‘인기 yes’였다고 말했다. 껄껄 웃더니 이 아저씨는 ‘노인 끼’ 라는 또다른 별명도 이야기 하셨다. 그 때 우리 병동 환우들이나 수간호사를 비롯해 간호사들, 보호사들 모두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듣고 있었는데도, 갑자기 이 아저씨는 역정을 내며, 옆에 조증으로 온 140킬로의 승우에게 역정을 내며 “내가 지금 노인 끼를 부리는 것 같아! 이 새끼야, 내가 강력반 노형사야!” 라며 소리를 질렀다. 결국 이 노씨 아저씨는 병동에 들어온 첫 날부터 주사를 맞고, 구속복이 입힌채로 보호실 침대에 묶여 12시간 감호 받았다. 아마 이 아저씨 꽤나 힘들었을거다. 아니 사실, 보호실 존나 힘들거든.
보호실에 들어가본적 없는 사람은 이걸 잘 모른다. 처음 들어가면 견딜 요령이 없기 때문에 그냥 지랄 발광을 하면서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한다. 처음 주사 맞으면 금방 몸에 힘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 때 옆에서 보호사가 붙잡고 있는 동안 간호사가 12시간 동안 보호실에 있어야 한다고 말해주는데, 헤롱대지만 나름 이성을 차리려고 속으로 ’12시간, 그까이꺼 별거 아니겠지, 잠도 하루 종일 잘 수 있는데..’ 라고 생각 한다. 하지만 한, 두 시간 자고 나면 잠에 슬슬 깨면서 약기운이 사라지는데, 그제서야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천천히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럼 그 때부터 지옥문이 열린다. 일단 움직일 수 없다.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결박을 당하니 당황하고 온몸이 간지럽고, 뒤틀린다. “알았으니까 이거 풀어!” 라고 존나 소리지르는데, 아무도 안온다. 방음처리가 잘 되어 있어서 밖에서는 소리 질러도 잘 안 들린다. 이게 1단계다. 2단계는 “시발놈들아 내가 나가면 다 뒤질줄 알아!” 그리고 3단계는 “알았어, 알았어”. 4단계는 “나 팔, 다리 아파!” 혹은 “나 똥, 오줌 마려!” 를 소리치는데 이 때쯤 되면 간호사랑 보호사가 같이 들어와서 상태를 본다. 진짜인지 아닌지 보려고. 근데 당연히 아니지만, 가끔 진짜인 경우가 있다. 오줌은 보호사가 받아준다. 묶인채로 싼다. 똥은 화장실을 갈 수 있으나 잠금장치가 없는 화장실에 보호사랑 같이 간다. 팔, 다리가 아프다고 자세를 바꿔달라고 하면, 정말 자세를 바꿔서 다시 묶어준다. 예를 들면, 팔을 x자로 묶여있는게 싫어서 바꿔달라고 하면, 양팔을 침대 끝에 묶어준다. 좆같은건 마찬가지인데, 다시 당한다는 느낌에서 처음보다 두배로 좆같다. 괜한 오기로 “엎드려 있고 싶다”고 요구하면 진짜 좆되는거다. 나는 당해보지 않았는데, 간호사가 미리 경고한다. “xx씨, 그 자세 괜찮겠어요? 안 불편해요?” 그러면 또 오기로 “나는 이게 편해!” 라고 대답하지. 그렇게 묶어주고 나가면, 또 다시 이 방에 혼자가 된다. 그리고 엎드려있는 것을 요구했다면, 30분 넘어가면서 눌려있는 팔 때문에 팔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아무튼 이 좆같은 상황에서 유일히 할 수 있는건 온몸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인데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 좀 하다보면 저절로 지쳐서 잠에 든다. 밥 때가 되면 보호사가 밥 들고 들어가서 먹게 해주긴 하는데, 보통은 빡쳐서 밥을 거부하지. 거부하면 거부한 놈만 바보 되는거다. 나중에 존나 배고파도 식사 시간이 끝나면 절대로 먹을게 없으니까. 아무튼 보호실의 첫날은 대개 다들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좀 똘똘한 환자라면 다시는 거기에 안 들어가려고 하지. 근데 가끔 미련한 놈들은 나오자마자 또 사고를 쳐서 들어간다. 두번 째부터는 무조건 24시간이다.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이걸 연달아 한 3~ 4번 당하면, 그 이후로는 절대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고분고분 해진다.
다시 알콜 중독, 노씨 아저씨와 조증 환우 승우 이야기로 돌아가자보면 사실 조증인 승우가 조금 미소를 짓기야 했는데, 평소에 비하면 굉장히 차분히 있었다. 평소에 승우가 하는 행동으로 보면, 그냥 맨날 웃는다. 그냥 웃고, 또 웃는다. 그리고 식탐이 크다. 남의 간식 다 훔쳐 먹다 맞는다. 그래도 성격은 거짓말도 못하고, 화도 안내고, 착하고, 순하고, 나이는 열여덟인데, 머리가 여덟살쯤에서 멈춰버린 조금 모자른 친구다. 나중에 노씨 아저씨가 알콜 병동으로 옮겨지기 직전에 둘이 한번 싸웠는데, 그 이유가 아저씨가 “미친놈아, 그거 내 초코파이지? 씨발놈아 니가 그러니까 뚱땡인거야. 그만 쳐먹어 미친놈아!” 라며 뒷통수를 때렸기 때문이다. 이 때 화내는걸 처음 봤다. 갑자기 어눌한 발음으로 “개새끼야, 내가 먹을거라고!” 하더니 노씨 아저씨를 밀쳤다. 노씨 아저씨는 “내가 강력반 강형사야! 개새끼야” 라며 덤벼들었는데, 키 175, 몸무게 140킬로 정도 되는 승우가 그 조그마한 아저씨에게 밀릴 턱이 없었다. 결국 성난 승우는 “이 개새끼야, 내가 먹을거라고! 내가 먹을거라고!” 소리치면서 아저씨를 바닥에 여러번 패대기 쳤다. 그리고 보호사와 간호사들이 뛰어왔는데, cctv를 안 보고 있던건지 상황을 내게 물었다. 나는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진 않지만, 병동 내에서 싸움하려 하거나 사고 치는 환자들, 특히나 알콜환자들을 굉장히 싫어했던지라 노씨 아저씨가 일방적으로 때렸다고 아저씨 입이 터진건 혼자 때리려다가 넘어져서 그렇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진짜 승우가 아저씨껄 훔쳤냐는 질문에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승우가 그랬겠어요? 옆에 cctv 다 있는데…” 라고 대답했다. 결국 아저씨는 “이 개새끼들 다 한통속이야!”를 외치며, 주사를 맞았고, 또 보호실로 끌려들어갔다. 그리고, 병실에 승우와 나는 남겨졌다. 그리고나서 승우는 나를 바라보며, “승우 혼자 다먹을거야” 라며 씨익 웃었다. 평소 문제 환우들을 싫어했기도 했고, 승우를 평소에도 아끼기야 했지만, 나는 승우가 또 훔쳤으리라 생각하진 못했다. 노씨 아저씨한테 조금 미안함이 들었지만, 내가 이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벌어진 이후였다.
그 날 이후로 한동안 노씨 아저씨를 볼 수 없었다. 수간호사에게 물어보니 “그새 정 들었어요?” 라고 웃으시며 알콜 병동으로 옮겨져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몇 주 후에 내 환자 등급이 2등급까지 올랐을 때, 강당에서 있는 심리치료극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그 때 나랑 마주친 노씨 아저씨를 보고 나는 그 때, 그 사건으로 나를 해코지 할까봐 얼른 피하려고 했는데, 아저씨는 다른 알콜 환자들한테 이따금씩 맞는건지 기를 못펴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잘 지내지?” 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