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져, 비”
“우르르 쾅쾅 하며 비가 쏟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무언갈 집어 삼킬듯 비가 쏟아지면 네온사인이 현란하고 시끌벅적한 거리는 잠시 입을 다물어, 나는 주머니에 달랑 200원이 든 바지를 벗어 두고 창 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울 텐데.. 나는 3주 전 사다둔 담배를 이 좁은 방구석에서 나의 유일한 도피수단으로 두었는데, 아직 반갑도 채 피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한 비가 쏟아지면 냅다 달려나가 비를 맞으며 웃을 지도 모르겠다.
네댓시간 전 30초도 채 되지 않는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어렵다. 하지만, 열심히 해라.”는 말 한마디만이 기억에 남는다. 몇마디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싱거웠던 그 대화에서 그 말 한마디만이 기억에 남는다. 갑자기 어저께 새봄이가 보여준 전혜린의 글 중에서 “가난하지만 자랑스러워야 한다. 긍지를 지녀야 한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부디 이 말이 내게 도피처가 되지 않길 바란다.
꼭 비가 쏟아졌으면 좋겠다.
어둡고 좁다란 복도는 정적이 늘 나를 대신해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다가올 비바람 속에서도 완곡한 표현법을 구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비가 쏟아지길 희망한다.
– 2010년 12월 10일. 늦은 밤, 나의 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