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들도 잘 잉는교?”
벌써부터 많은 방들이 모두 텅텅 비었다.
몇일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어제 밤부터 수차례 속을 개워냈다.
엄마와 어찌 어찌 통화를 하는 내내 엄마는 아직도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했고,
손님이 없어 라디오 들으며 누워 있다 하였는데도 나는 염치 없이 속이 아프다 말했다.
병원 가봐야 의사 진단이 뻔해 약국을 들러 나 혼자 처방하고 이래저래 몇가지들을 사들고 들어왔다.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닌데 괜히 서러운 티좀 내려했는지 손을 부들 부들 떨며 열쇠를 들었다.
약 봉투 속, 병 부대끼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 한숨 몇차례 쉬니 밖에서 또다른 병 부대끼는 소리가 났다.
그러다 “얼라들도 잘 있는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때문에 병 부대끼는 소리는 술병들인 것이 분명해졌다.
내 추론을 기다렸다는 듯이 “요즘 바빠서예”라는 소리가 들렸다.
입구 쪽 코너방 그 사람은 몇일 전부터 술타령이다.
몇일 전엔 그 사람이 화장실에서 구토하는 것을 보았다.
고시원 규칙을 어기고 담배 피우는 것이 짜증나 있었는데, 조금은 이해해주기로 했다.
서럽고, 더러운 상황에 빠져있을 그 사람을 탓하고 싶지 않다.
복도가 고요하다. 축구를 좋아하는 오른쪽 방 사람도 없고, 온라인 게임을 하는 왼쪽 방 사람도 없다.
나는 여기 방을 지키고 책 좀 보고 누워서 음악, 영화 따위를 즐기고 자료를 찾고 있다.
서럽고, 더러워서 죽을 것 같다고 홀로 응석을 부릴 때,
혼자 술 마시지 말고 하나씩 아껴 아껴 피워야지 하고 사다둔 담배 한갑을.
세달만에. 오늘 새벽에 다 피웠다.
그게 내게 긍정적인 효과였는지 혹은 실패한 방법이었는지 지금 되짚지 않겠다.
고요한 복도. 서럽고 더럽더라도 아직은 힘들어하지 마라.
얼라들도 잘 있단다. 얼라들도.
ㅡ 2011년 2월 1일,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