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 13

 

2008년 초여름 종로 길 어귀에 몰린채 전경들에게 두들겨 맞던 때가 생각나 오늘은 잠에 쉽사리 들기 어려운 밤이다.

 

몸뚱이 하나 가눌 곳 없어서 허약하고, 비겁하게 패배의식에 절망감을 안고 너를 바라본다. 나는 네 절망의 보균자. 정처없이 떠돌고 있지. 화려한 네온사인의 옥외 간판 뒷면에서 웅크려 앉아 끊임없이 술잔을 핥는 이상주의자. 쓸모없는 자괴감의 생산자. 어두워 보이지 않는 비탄의 바다 위에 우두커니 선 네 조력자.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날 미워하고 무서워하지. 걱정하지마, 나는 안 무서운거야. 널 해치지 않을거야. 아파하지마.

 

ㅡ 2009년 3월 31일, 늦은 밤